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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 포커스]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생존 경쟁 시동…인프라 구축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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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춘 기자 입력 : 2026.05.31 07:10 ㅣ 수정 : 2026.06.01 05:55
스테이블코인 활용 기술검증 잇달아 진행 유통망 확보 관건, 플렛폼 제휴 경쟁 주목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금융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시 은행 예금 감소와 유동성 축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생존 전략 차원에서 디지털자산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증 사업과 기술 검증(PoC)을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당장 발행이 가능한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제도권 편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결제와 해외송금, 정산 등 핵심 기능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KB금융그룹은 최근 전자결제 전문기업 KG이니시스, 글로벌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Kaia), 디지털자산 솔루션 기업 오픈에셋(OpenAsset)과 협업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합 실증을 완료했다. 이번 검증은 단순 결제를 넘어 코인 발행부터 오프라인 결제, 가맹점 정산, 해외송금까지 전 단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이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플랫폼·거래소·은행 간 연합 구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최근 블록체인 기업 보난자팩토리와 함께 은행권 최초로 온체인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했다. 블록체인 지갑의 위험도를 실시간 분석하고 범죄 연관 주소나 고위험 주소 데이터베이스를 자체 구축해 이상 거래를 감시하는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의 금융시장 활용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자금세탁이나 불법 거래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을 확보하며 디지털자산 유통망과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비트 기반 거래 생태계와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인 ‘기와체인’을 활용해 해외송금과 은행 간 정산 시장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글로벌 거래망을 활용한 기업 간(B2B) 외환·정산 모델 구축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그룹과 iM금융그룹 등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 참여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다.
iM뱅크는 최근 오픈에셋과 공동 추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술 검증(PoC)’ 사업을 완료했다. 이번 사업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부터 충전·결제·정산·소각까지 전 생애주기를 실제 금융 환경에서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iM뱅크는 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해외송금과 지자체 연계형 지역화폐 플랫폼 등 후속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제휴를 기반으로 확보한 디지털자산 경쟁력을 토대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디지털자산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결제·송금 생태계를 구축해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약 100억원을 투입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관투자자 거래 확대에 대비한 인프라 고도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리플(Ripple)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해외송금 혁신을 위한 협력에도 착수했다. 양사는 리플의 SaaS 기반 월렛 ‘팰리세이드(Palisade)’를 활용한 기술검증을 진행 중이며 케이뱅크 해외송금 시스템과의 연계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리플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해 기존 해외송금 구조의 한계를 개선하고 디지털자산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식재산권 선점 움직임도 활발하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 ‘K-STABLE’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12건을 출원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Kbank Wallet’ 등 추가 상표권 13건을 출원했다. 내부적으로는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TF’를 신설해 사업 기반 강화에 나섰다.
금융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도 정비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사업 확대 움직임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기존 은행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 경우 예금 감소와 유동성 축소로 인해 신용 공급 기능과 수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는 예금 수취·신용 창출·결제 중개라는 은행의 핵심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은행업은 높은 예대율과 요구불예금 의존도 등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은행 예금이 감소하고 자금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으로 이동하면서 은행 유동성과 대출 재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신용 공급 기능 약화 우려도 제기된다.
결제 기능 일부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전될 경우 은행의 결제 수수료 수익 감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원화 예대율은 현재 100~110%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인 약 8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미 예대율이 100%를 초과한 상황에서 예금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대출 축소와 고비용 자금 조달 확대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내 역할을 선제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시중은행은 컨소시엄 주도나 자체 발행을 통해 생태계를 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인터넷은행은 스테이블코인 서비스 직접 제공과 조달 구조 다각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제 단순한 코인 발행 자체보다 실제 사용처와 유통망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사와 거래소, 플랫폼 간 제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