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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빅테크 줄참전…스테이블코인, 카드·은행망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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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편입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은행·빅테크·카드사가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준비자산 규제를 통해 달러 기반 디지털 결제망의 신뢰를 높이려 하고, 일본은 실제 결제 실험으로 사용성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진짜 시험대는 발행액이 아니다. 소비자가 카드와 은행 이체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할 만큼 더 싸고, 빠르고, 안전한 결제 경험을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스테이블코인 경쟁은 이제 막 본격화하고 있다. 은행은 고객 예금과 결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빅테크는 플랫폼 안의 거래 흐름을 붙잡기 위해, 카드사는 새로운 결제망과의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인다. 누가 먼저 코인을 발행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이용자와 가맹점에 기존 결제수단보다 나은 이유를 제시하느냐다.
美, 결제 혁신 넘어 단기국채·달러망까지 노린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결제 혁신만이 아니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디지털 환경에서도 달러의 쓰임을 넓히고, 준비자산을 통해 단기 국채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2025년 7월 제정된 미국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1대1 준비자산 보유, 상환 절차 마련, 준비자산 구성의 월별 공시를 요구한다. 준비자산에는 현금·요구불예금과 함께 잔존 만기 93일 이하의 미 국채 등이 포함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나면 단기 국채 수요가 함께 커질 수 있는 구조다.
미 재무부 산하 국채자문위원회(TBAC)도 스테이블코인 성장에 따라 국채 수요가 늘고, 특히 단기물 쪽으로 수요가 쏠릴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다만 이를 미 재무부의 확정된 국채 조달 전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은행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기존 국채 투자 가운데 어디에서 이동하느냐에 따라 국채시장 전체의 순수요 효과와 은행권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질서 밖의 가상자산으로만 두기보다, 달러와 미 국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 인프라 후보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제도화는 출발선이지만, 동시에 은행·핀테크·카드사에 ‘새 결제망을 누가 설계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던진 셈이다.
발행은 늘어도 사용처는 아직 ‘거래소’
스테이블코인이 곧바로 일상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시장의 중심은 여전히 가상자산 거래와 온체인 금융이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추정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스테이블코인의 약 48.8%는 거래소와 디파이(DeFi) 등 가상자산 금융 영역에 쓰였고, 전통적 의미의 결제 목적 비중은 0.7% 수준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 수치는 스테이블코인 사용처를 완벽하게 가르는 데 한계가 있다. 거래량, 보유 잔액, 온체인 이동, 기업 간 자금 이전은 서로 다른 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제 기능이 아직 시장의 중심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의 결제 통화, 국가 간 송금과 기업 자금 관리, 토큰화 자산의 결제·담보 수단에서 먼저 효용을 보였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결제를 대체한다’는 표현도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카드 결제는 단순한 자금 이동이 아니다. 신용 제공, 청구와 정산, 포인트, 환불·분쟁 처리, 부정 사용 보상, 폭넓은 가맹점 수용망이 하나로 묶여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이 시장에 들어오려면 송금 속도만이 아니라 이런 서비스 묶음까지 대체하거나 더 나은 방식으로 연결해야 한다.
카드보다 싸고 편하고 안전해야 바뀐다
승부처는 결국 이용자와 가맹점의 전환 비용이다. 소비자가 새로운 지갑을 만들고,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고, 결제 후 환불·오류·해킹 위험까지 감수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가맹점도 수수료 절감, 빠른 정산, 해외 고객 확보 같은 실익이 분명해야 기존 카드 단말기와 정산 체계를 바꾼다.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은 24시간 작동하는 결제망, 국가 간 자금 이동의 단축, 프로그래밍 가능한 지급·정산에 있다. 특히 해외송금,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간 거래, 디지털자산 결제처럼 기존 결제망의 시간·비용 부담이 큰 영역에서는 먼저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국내 오프라인 결제에서는 과제가 더 많다. 한국은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계좌이체 인프라가 이미 빠르고 촘촘하다. 소비자는 카드 혜택과 익숙한 사용 경험을 누리고, 가맹점은 정산·세무·환불 체계에 맞춰 운영한다. 단순히 블록체인 기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용자가 결제수단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사업자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더라도 기존 결제 시스템이나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과 빅테크, 카드사 모두 당장의 승부보다 향후 시장에서의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누가 발행하나’보다 ‘무엇을 검증하나’가 먼저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 예금토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라는 세 가지 모델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개방성과 사업 확장성을,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의 신뢰와 규제 체계를, CBDC는 공공 결제 인프라의 안정성을 각각 강점으로 내세운다.
세 모델은 서로 하나만 살아남아야 하는 경쟁 관계라기보다, 어떤 결제와 금융 거래에 어떤 형태의 디지털 화폐가 적합한지를 가리는 검증 대상에 가깝다. 소액 소비자 결제, 기업 간 정산, 해외송금, 토큰화 자산 결제는 요구하는 속도와 개인정보 보호, 상환 구조, 규제 수준이 다르다.
따라서 한국의 과제는 미국식 모델을 서둘러 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어떤 준비자산과 상환 의무를 부과할지, 예금토큰을 기존 지급결제망과 어떻게 연결할지, CBDC가 민간 결제 생태계와 어떤 역할 분담을 할지부터 검증해야 한다. 자금세탁방지, 이용자 보호, 개인정보, 네트워크 장애 시 책임 소재도 같은 무게로 다뤄야 한다.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으로 갈지, CBDC 중심으로 갈지, 은행 예금토큰으로 갈지는 아직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며 “제도적 준비는 필요하지만 안정성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경쟁의 승부는 발행 규모나 시가총액으로 나지 않는다. 기존 금융망보다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미국이 국채 수요와 달러 금융망까지 염두에 두고 제도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제도화가 곧 일상 결제의 안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될지는, 카드 단말기 앞과 기업의 정산 시스템 안에서 기존 결제망보다 확실히 나은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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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빅테크 뛰어든 스테이블코인…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美, 국채 수요 늘리고 달러 패권 지키려 제도화 속도
결제시장선 기존 카드·은행망 넘어설지 아직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