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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연합군 뜬다…은행·증권사·운용사, 경쟁적 합종연횡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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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금융권이 디지털자산 연합군 구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증권업계가 디지털자산 거래소 투자와 토큰증권(STO)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은행과 자산운용사도 디지털자산합종연횡에 속도를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비자와 디지털자산을 비롯한 미래 금융 사업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지난 4월 경영진 논의에 이어 비자의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활용해 발행과 송금, 상환 등 핵심 기능을 검증하고 국내 금융환경에 맞는 사업모델을 공동으로 설계할 계획이다.

카드대금 정산 등 금융서비스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안과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결제 모델, 기업간거래(B2B)·기업소비자간거래(B2C) 결제 사업 확대 등도 협력 대상이다.

우리은행과 쿠팡은 한발 앞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정산 기술검증(PoC)을 마쳤다. 양사는 쿠팡이츠 주문 결제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실시간으로 송금·정산되는 과정을 상용 서비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검증했다. 우리은행은 전자지갑과 은행 계좌를 연결해 스테이블코인과 원화를 전환하는 온·오프램프 구축을 맡았다.

케이뱅크는 블록체인 기업 비피엠지(BPMG), 홍콩 디지털자산 기업 해시키그룹과 손잡았다. 3사는 지난달 업무협약을 맺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과 무역결제, 디지털자산 수탁·전환·정산 기술 등을 공동 검토하고 있다.

케이뱅크와 BPMG가 앞서 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결제 PoC에 해시키의 해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토스와 토스뱅크도 지난달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 서클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토스는 디지털 지갑과 결제·정산 인프라 등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토스뱅크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결제·정산 인프라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전북은행도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리플과 손잡고 국경 간 결제·송금 분야로 디지털 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지난 18일 리플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리플의 국제결제 솔루션 ‘리플 페이먼츠’를 국내 은행 최초로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움직임은 기술검증을 넘어 디지털자산 수탁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단계로도 확대되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 20일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인피닛블록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출자를 통해 지분 14.95%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수협은행은 인피닛블록의 공동 2대주주에 올랐다.

인피닛블록은 디지털자산 수탁업을 영위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다. 내부통제와 보안뿐 아니라 향후 스테이블코인 발행관리까지 확장할 수 있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금융서비스와 디지털자산을 연계한 신규 사업모델 발굴과 블록체인 기술 협력 등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비트고코리아도 지난 18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VASP 신고를 수리받으면서 국내 기관 수탁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비트고코리아는 기존 VASP를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내 법인이 직접 규제 요건을 충족해 신고를 마친 해외 디지털자산 기업의 첫 사례다. 회사는 디지털자산 수탁과 이전 서비스를 기반으로 금융회사와 기업 고객 대상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자산운용업계도 펀드 토큰화와 디지털자산 상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21일 솔라나재단과 규제 준수 토큰화 발행 플랫폼 이더퓨즈, 온체인 유동성 인프라 오르카와 4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의 발행·유통 전 과정에 대한 PoC에 나섰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실물연계자산(RWA)특화 블록체인 네트워크 플룸과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자산운용의 원화 초단기채 관련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토큰화 펀드의 발행과 유통 전 과정에 대한 PoC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자산운용도최근블록체인 기업 리플과 미국 자산운용사 카나리캐피털 등과 디지털자산 ETF와 RWA 토큰화 등을 포함한 사업 협력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금융권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배경에는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발행 주체와 대주주 지분 제한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은 아직 남아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늦어도 너무 늦었고 더 이상 늦어지는 안 되는 상황”이라며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에 공청회 개최를 요청했다.

제도화가 이뤄질 경우 금융업권별 디지털자산 사업의 경계는 더욱 흐려질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는 STO와 거래소, 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과 수탁, 운용사는 디지털자산 ETF와 RWA·펀드 토큰화를 각각 출발점으로 삼고 있지만 수탁과 결제, 자산 발행·운용이 연결되면 업권 간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상당수 사업이 업무협약이나 PoC 단계인 만큼 실제 수익사업으로 연결되기까지는 관련 법·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규제,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업무 범위 등이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향후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사업 구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은행·증권·결제 등 기존 금융 인프라 안에서 디지털자산을 어떤 규칙으로 수용할지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경쟁의 기준도 기술이나 토큰 발행 자체보다 라이선스, 투자자 보호, 자산 보관·결제 등 금융시장 인프라와의 정합성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새로운 상품을 기존 규제체계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정과 세부 규칙 마련이 필요해 제도 확정과 본격적인 사업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