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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스테이블코인 발행해도 은행 예금의 97%는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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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발행의 우려 사항으로 꼽히는 은행 예금 이탈이 실제로는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1일 ‘금융질서 대전환과 K-스테이블코인 발행 성공방정식’ 국회 세미나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총예금 규모가 2650조원인 상황에서 수용률 10%로 약 265조원이 스테이블코인 사용액으로 전환돼 초기 예금에서 인출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거래를 거친 다음 예금기관에서 줄어든 규모를 볼 때 결과적으로 66조원만 감소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으로 보면 97%가 은행 예금으로 잔존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환류 메커니즘을 꼽았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그 준비자산인 현금, 예금, 단기 국채를 은행권과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정산대금 이전 과정에서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복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더라도 그것이 기존 금융시스템과 별도로 외딴섬처럼 존재하는 별개의 정산·금융 시스템이 아니라, 기존 금융권과 하나가 되어 오히려 그 순환 속도를 높이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이 연구위원 발제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이승석입니다.

오늘 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던 상업은행 탈중개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말씀드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기업과 민생 편익에 대해서도 설명드리는 순서로 발표를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지급결제 인프라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어떤 디지털자산을 허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논의해 왔다면, 이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는 결제와 동시에 정산이 끝나도록 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기존 금융권에 내재된 문제들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연정산의 문제입니다. 기존 금융권은 승인부터 정산까지 최소 2~3일이 걸립니다. 그 사이 자금은 회전하지 못한 채 결제망에 묶여 있게 되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다단계 중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중개기관을 거칠 때마다 수수료가 누적되면서 시간과 비용 양 측면에서 총체적인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기업 간(B2B) 결제 규모가 아르테미스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2260억달러에 이릅니다. 이는 2025년 기준 규모로, 2024년 대비 7배 이상 급성장한 수치입니다.

제도적으로도 3개 경제권이 앞다투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니어스법을 중심으로, EU는 MiCA(미카)를,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통과시키며 각각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결제·정산 레일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도 민병덕 의원님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을 기점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도입을 앞둔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논쟁해 왔습니다. 그 고민과 논쟁의 한가운데 상업은행 탈중개화 문제가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탈중개화라는 말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실 텐데, 사실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가계와 기업이 예금을 인출해 코인을 구매하면 그만큼 은행 예금이 감소하고, 감소한 예금은 대출 재원을 축소시킵니다.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신용공급 규모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상업은행 탈중개화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서 강형구 한양대 교수님께서 제기해 주셨던 ‘한국에서만 구매하고 있다’는 문제도 나오게 되었는데요. 이를 두고, 앞서가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입장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탈중개화 우려로 인해 결제성예금 6조6000억달러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올해 초 내놓았습니다. 반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그 영향이 제한적이고 미미하며, 이자 지급 금지 문제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보아 오히려 규제 비용이 편익을 크게 상회한다는 상반된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한마디로, 기존 연구들을 보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중립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 금융 실정과 자료에 기반하여 분석을 실시해 보았습니다. 주요 분석 도구는 에이전트 기반 모형(Agent-Based Model, ABM), 즉 행위자 기반 모형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예금자, 예금은행,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사용자인 가계와 기업,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모델에 반영하고, 우리나라 대표 금융기관 데이터를 활용해 파라미터를 수치화·캘리브레이션한 다음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습니다.

바로 결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가로축은 수용률, 세로축은 예금 감소율입니다. 수용률 10%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수용률 10%란, 우리나라 총예금 규모가 약 2650조원인 상황에서 그 10%인 265조원이 스테이블코인 사용액으로 전환되면서 초기에 예금에서 인출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거래를 거친 다음 최종적으로 예금기관에서는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요? 이것이 바로 분석 결과입니다. 265조원이 인출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66조원만 예금기관에서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인출률 10%에 비해 순유출 규모는 2.49%에 불과하며, 97% 이상이 은행 예금으로 잔존한다는 것이 이 모델의 수치적 결론입니다.

왜 10%가 인출되었는데도 97% 이상이 예금 기반으로 남게 되는 것일까요? 바로 환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가계와 기업이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코인을 구매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그 자금을 받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데, 대신 법적 요건에 따라 현금·예금, 단기 국채, 혹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유동자산 형태로 준비금을 기존 은행권·금융기관에 예치하게 됩니다. 이것이 환류 메커니즘의 첫 번째 채널입니다.

그리고 가계와 기업 중 스테이블코인을 정산대금으로 받은 쪽은, 거래 목적상 스테이블코인을 그대로 보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운영상 목적으로 다시 은행 예금으로 복귀시키기도 합니다. 이 두 번째 채널까지 함께 작동하면서 예금 기반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환류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 결과가 보여주는 정책적 시사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더라도 그것이 기존 금융시스템과 별도로 외딴섬처럼 존재하는 별개의 정산·금융 시스템이 아니라, 기존 금융권과 하나가 되어 오히려 그 순환 속도를 높이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여기까지 탈중개화 우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시간이 5~10분 정도 남은 것 같은데, 기업과 민생 편익은 간단히 다루고 넘어가겠습니다.

앞서 지연정산의 문제를 설명드렸는데요. 지연정산이 발생한다는 것은 수수료와 더불어 시간적 비용, 즉 그 시간만큼의 금융적 기회비용이 함께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두 가지 채널로 분석을 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해외 내부송금입니다. 강형구 교수님께서 원래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 분석해 주신 내용을 제가 활용해 우리나라 산업 전체로 확장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삼성·현대 같은 우리나라 다국적기업이 해외 자회사로 송금하는 규모가 약 52억 달러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송금이 대부분 스위프트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스위프트망을 이용할 때 세계 각국이 부담하는 송금 수수료율이 5.8%에 이릅니다. 52억달러에 5.8%를 곱하고 원화로 환산하면 약 4377억원 정도가 됩니다.

또 다른 채널은 운전자본의 기회비용입니다. 다소 어려운 내용입니다만, 우리나라 국경 내에서도 기업들이 기업 간 거래를 하면서 매출채권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매출채권이 기존 금융권 안에서 처리되는 과정에서 지연정산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정산까지 T+2일, 길게는 30일까지 걸리는 매우 비효율적인 정산망을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부분은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제가 일부 가정을 했습니다. 전체 3500조 원 규모의 기업 매출채권 중 약 50%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직거래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정산되는 절차로 바뀌면서 시간적 비용과 수수료·이자 비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연간 약 86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기업 전체로 보면, 해외송금 비용과 운전자본 기회비용을 합쳐 연간 약 1조2977억원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민생 편익, 즉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계산해 보았습니다.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카드 매출을 올리시거나 간편결제를 받으시는 규모가 연간 약 650조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주식을 팔면 3일 정도 뒤에 대금을 받는 것처럼, 자영업자 사장님들도 650조원의 매출을 올리셔도 대금을 바로 받는 것이 아니라 3일, 주말이 끼면 5일까지도 걸려서 받게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650조원 중 약 3.4%는 선정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선정산 서비스가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미리 끌어다 쓰는 서비스입니다. 만약 일반 카드결제 내역을 거치지 않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된다면, 650조원 중 3.4% 선정산 비율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이 약 2.7% 수준인데, 이 경우 소상공인 대표님들께서 연간 약 4455억원을 절감하실 수 있습니다.

기업과 소상공인, 즉 민생 편익까지 합치면 연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약 1조7500억원의 수수료와 시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 절감액일 뿐이며, 현금전환주기(CCC)를 단축시켜 자본의 거래 처리량을 증가시키고 그만큼의 시간 비용을 투자와 고용 여력으로 전환한다면, 절감된 1조7500억원보다 경제적 편익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상식적인 선에서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결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환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나아가 경제적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류 메커니즘 측면에서 준비금의 은행 재예치와 적격 준비자산 대상을 잘 선정하고 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준비자산을 현금성 유동화 자산으로 한정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이 분리·파산절연되어 상환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때 환류 메커니즘이 잘 작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적 편익 실현을 위해서도, 기업 간 결제·국경 간 송금 등 강형구 교수님이 발표해 주신 우선 분야를 중심으로 적용해 나가고,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접근 비용을 최소화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들은 모두 어떤 제도 설계로 관리할 것인가가 관건인 문제들인데, 국회에서 슬기로운 방법을 잘 찾아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인협회도 슬기로운 방법을 찾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