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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코인 보관 넘어 ‘디지털 결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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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부상에 송금·결제·정산·지갑까지 선점 경쟁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국내 은행들이 가상자산·블록체인 업체와 잇따라 손잡고 있다. 과거에는 가상자산·블록체인 업체들이 은행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탁’을 위해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과 결제·정산, 디지털 지갑 구축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하고 있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넘어 은행이 블록체인 기업과 직접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북은행이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리플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가운데 국내 은행으론 처음으로 리플의 국경 간 결제 서비스 ‘리플 페이먼츠’를 도입해 해외 거래가 잦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송금 서비스를 진행한다.
▲ 전북은행, 리플페이먼츠 지방은행 최초 도입
피오나 머레이 리플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 디렉터는 “주요 금융기관들이 디지털자산 역량을 적극적으로 구축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전북은행은 리플 페이먼츠를 도입한 국내 최초의 은행으로, 고객 기업에 실시간에 가까운 국경 간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춘원 전북은행장은 “파트너십을 계기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디지털 금융 선도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며,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전했다.
리플이 국내 은행과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4월 케이뱅크는 리플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자산 수탁 솔루션 ‘리플 커스터디’를 활용한 기관용 지갑 인프라 구축과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뱅크에 이어 전북은행까지 가세하면서 리플의 국내 은행권 공략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국내 은행권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탁’ 중심이던 은행권의 가상자산·블록체인 협력이 이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과 결제·정산, 디지털 지갑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거래소와의 실명계좌 제휴에 머물던 은행권이 블록체인 기업과 손잡고 금융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 보관에서 이동으로…은행권 가상자산 사업 확대
국내 은행권의 가상자산·블록체인 사업은 2019년부터 본격화했다. 초기에는 가상자산을 직접 거래하기보다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는 수탁 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블록체인 기술 기업 아톰릭스랩과 디지털자산 관리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신한은행도 같은 해 그라운드X·헥슬란트와 블록체인 개인키 관리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은행권의 행보는 기술 제휴에서 투자와 합작법인 설립으로 이어졌다. KB국민은행은 해치랩스·해시드와 함께 디지털자산 수탁회사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기업 코인플러그(현재 씨티랩스)와 디지털자산 수탁 합작법인 디커스터디를 설립했고, NH농협은행은 헥슬란트·갤럭시아머니트리·한국정보통신 등과 함께 디지털자산 수탁회사 카르도에 투자했다.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도 이어졌다. 하나은행은 2023년 글로벌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비트고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수탁 사업을 위한 공동 투자를 추진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비댁스와 협약을 맺은 뒤 지분을 취득했다.
은행권의 가상자산 사업이 수탁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과 결제·정산, 디지털 지갑 등 블록체인을 금융 거래에 직접 활용하는 사업이 새로운 경쟁 분야로 떠오른 것이다.
신한은행은 헤데라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 기술 검증에 나섰다. 태국·대만 금융회사들과 원화와 현지 통화를 블록체인상에서 연결하는 실시간 국제 결제 구조를 시험했다.
▲ 서클·리플·문페이…글로벌 업체와 잇따라 제휴
최근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을 비롯해 파이어블록스, 문페이 등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과 국내 은행 간의 협력도 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서클과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NH농협은행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 파이어블록스와 세금 환급 절차를 블록체인으로 처리하는 기술 검증을 진행한 데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로 협력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가상자산 결제업체 문페이와 손잡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유통· 송금·결제·국가 간 정산·디지털 지갑 연계 등이 협력 대상이다. 은행 계좌에 머물던 원화를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 전북·iM뱅크 원화코인 결제 실험
지방은행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북은행은 다날핀테크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 이후 가맹점에서 결제되고 정산되는 과정까지 기술 검증을 진행했다. 비토즈·링네트 등과는 외국인과 방한 관광객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여행 상품을 결제하는 방식도 시험했다.
iM뱅크는 블록체인 기업 다윈KS와 디지털자산 금융 서비스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후 핑거·밸리데이터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인프라 구축에 나섰으며 오픈에셋과는 발행부터 충전·결제·정산·소각까지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거래 과정을 시험했다. 비토즈·쿠콘과는 가맹점 결제와 은행 정산을 연결하는 기술 검증도 진행했다.
BNK부산은행도 다날핀테크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실증에 나섰다. 충전·결제·환불·송금·가맹점 정산 등 실제 금융 서비스에 필요한 기능을 검증 대상에 포함됐다.
▲ 인터넷은행도 참전…‘원화 스테이블코인’ 선점 경쟁
인터넷은행들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카카오페이와 함께 서클과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 및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 사업 협력에 나섰다. 토스뱅크도 토스와 서클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해외 결제·정산과 디지털 지갑, 토큰화 금융 서비스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여러 곳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실증 사업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NH농협은행·케이뱅크 등은 블록체인 기업들과 ‘프로젝트 팍스’를 통해 한국과 일본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송금을 시험했다. 이후 신한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케이뱅크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판게아’로 범위를 넓혀 원화·유로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국경 간 송금과 정산까지 실증 대상에 포함했다.
은행과 가상자산 업계의 제휴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2019~2021년에는 개인키 관리·수탁회사 설립·가상자산 보관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과 해외송금, 가맹점 결제, 정산, 디지털 지갑으로 사업 범위가 확대됐다. 은행권이 가상자산을 ‘보관할 자산’에서 결제·송금에 쓰는 ‘금융 인프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블록체인 기업을 둘러싼 은행권의 제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전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