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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실증 단계로…업체 간 합종연횡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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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은행·핀테크·플랫폼·블록체인 업체 간 합종연횡이 하반기 들어 더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이 참여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협약(MOU)과 기술검증(PoC) 착수·완료 사례는 12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하반기는 44일 만에 7건 이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가장 최근에는 헥토이노베이션이 비토즈와 스테이블코인·블록체인 인프라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헥토그룹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를 테스트용 온체인 자산으로 구현해 발행과 유통, 결제, 정산, 소각까지 전 과정을 검증한다.

헥토이노베이션은 비토즈 네트워크의 검증인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지갑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제한된 환경에서 포인트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운영 구조를 점검하는 단계다.

하반기 제휴의 특징은 소비자와 가맹점이 접하는 결제·정산 영역으로 실증 범위가 구체화됐다는 점이다.

쿠팡과 우리은행은 지난달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정산 PoC를 완료했다. 쿠팡이츠 주문·정산 흐름을 본뜬 환경에서 기존 카드 결제망을 유지하면서 정산 단계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하는 방식과 결제부터 정산까지 전 과정을 온체인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검증했다.

우리은행은 은행 계좌와 전자지갑을 연결해 원화와 스테이블코인을 전환하는 온·오프램프 기능을 담당했다. 실증에는 쿠팡이 투자한 결제 특화 블록체인 템포가 활용됐다.

NHN KCP도 아바랩스와 구축한 아발란체 기반 결제 특화 메인넷에서 페이코를 연계한 결제·정산 모델을 공개했다. 이용자가 페이코 지갑에 보유한 테스트용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거래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가맹점 지갑으로 정산금이 자동 전송되는 구조다. 1시간 단위 온체인 자동 정산과 가맹점 관리자 페이지, 해외 지갑 간 송금 기능도 시연했다.

BC카드는 코인베이스·웨이브릿지와 해외 디지털자산 지갑과 국내 카드 결제망을 연결하는 PoC를 마쳤다. 외국인 관광객이 베이스 지갑에 보유한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로 국내 BC카드 QR 가맹점에서 결제하고 가맹점은 원화로 정산받는 구조다. 결제 취소와 환불이 발생하면 USDC를 이용자 지갑으로 돌려보내는 과정도 검증했다.

플랫폼·금융회사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기업 간 제휴도 확대되고 있다. 토스는 교보생명과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과 금융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한 뒤 PoC를 통해 표준 모델을 수립할 계획이다.

앞서 토스·토스뱅크와 카카오그룹은 지난달 각각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토스·토스뱅크는 디지털지갑과 해외 결제·송금, 실시간 정산 인프라를 검토한다.

카카오그룹도 카카오뱅크 등 주요 계열사들이 서클의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송금과 가맹점 정산, 기존 금융시스템과 블록체인 간 연계 방안을 모색한다.

국경 간 송금도 주요 실증 영역으로 떠올랐다. 케이뱅크는 비피엠지·홍콩 해시키그룹과 해외송금·결제 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한국~홍콩 간 블록체인 기반 송금 PoC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시키그룹이 홍콩과 동남아시아에서 구축하는 송금망과 연계해 사업 범위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하는 구상도 포함됐다.

현대카드와 현대자동차는 미국~멕시코 법인 간 스테이블코인 송금 PoC를 완료했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이 달러를 USDT로 전환해 멕시코법인에 송금한 뒤 다시 달러로 바꾸는 방식이다.

현대카드는 서클·비자 등과 유럽 법인을 대상으로 현지 통화와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한 2차 PoC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기보다 기존 금융 인프라와 온체인 자금을 연결하는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전통 금융회사가 블록체인에 의해 대체되기보다 기존 고객과 가맹점, 결제망을 유지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자금 이동 수단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인가 요건, 준비자산 관리, 상환 의무 등을 다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은 아직 논의 단계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과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우선 발행을 허용한 뒤 참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핀테크·플랫폼 업계는 실제 유통망과 기술력을 갖춘 비은행 사업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규율이 확정되기 전까지 기업들의 경쟁은 폐쇄형 PoC와 인프라 제휴를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법제화 이후에는 현재 확보한 지갑과 결제망, 가맹점, 해외 파트너를 실제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시장 주도권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업의 결제·정산 인프라로 편입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경쟁력은 기존 고객·결제망·금융상품을 온체인 자금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오상엽 기자

yub@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