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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반토막 났는데 이것만 7배”…한국서 커진 ‘디지털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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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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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보유액이 1년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액은 장기적으로 약 7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약세와 달러 자산 선호, 해외 투자 수요 등을 타고 다른 흐름을 보인 것이다.

12일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전체 가상자산 보유액은 2025년 1월 말 121조8000억 원에서 올해 2월 말 60조6000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2024년 말 10조7000억 원이었던 원화 예치금도 올해 2월 말 7조8000억 원으로 줄었다.

반면 국내 5대 원화거래소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액은 2024년 7월 말 885억 원에서 올해 2월 말 6071억 원으로 약 6.9배 증가했다. 전체 가상자산 시장이 쪼그라드는 동안 달러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 보유액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에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T와 USDC는 통상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액 증가의 원인을 특정 요인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과 보유액을 비교하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흐름이 나타났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액은 지난해 12월 말 8723억 원으로 조사 기간 중 가장 많았다. 당시 월평균 원·달러 환율 역시 약 1470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환율이 1440원대로 내려오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액도 감소했다. 올해 2월 말 보유액은 6071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정점보다 30.4% 줄었다.

환율 상승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원화 가치가 약해지는 시기에 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은 “달러 자산 선호는 환율과 완전히 별개의 요인이라기보다 연결된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며 “원화가 약해지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그 수요를 충족하는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가상자산 투자와 거래 수요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고 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곧바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쓰임과 수요가 다르기 때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와 정산 등에 활용될 수 있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에 직접 노출되려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줄어들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달러로 자산을 옮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존재했더라도 달러 가치에 대한 노출이나 환율 방어를 원하는 수요까지 대체하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며 “원화 표시 자산은 기본적으로 달러 자산과 목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늦어지는 것을 최근 달러 스테이블코인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향후 환율이 다시 상승하거나 해외 투자 수요가 커질 경우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가 다시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또 다른 관심사는 활용 범위가 가상자산 거래나 달러 보유 수단을 넘어 결제·정산 영역으로 확대될지다.

USDC 발행사인 서클은 최근 국내 주요 플랫폼·금융회사들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서클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와 디지털 자산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비바리퍼블리카와 토스뱅크도 서클과 결제 인프라 및 스테이블코인 기술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서클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빗썸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넘어 결제와 송금, 정산 등 금융 인프라 영역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현재 협약들은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로 실제 서비스 출시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를 근거로 국내 결제시장이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늦어지는 사이 국내 사업자들의 결제·정산 논의가 해외 발행자의 기술을 중심으로 먼저 진행될 경우 향후 국내 결제 인프라의 초기 표준과 이용 경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향후 변수는 환율과 해외 투자 수요다. 원화 약세가 다시 심해지거나 해외 투자 수요가 커질 경우 국내 투자자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도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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