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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워치] “CBDC가 내 결제 추적?”…예금토큰은 은행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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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대신 예금토큰…은행이 일상 결제 주도권 노린다
[편집자주] 주간한국이 ‘토큰워치’(Token Watch)를 통해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금융 혁신을 추적합니다. 금융당국 정책과 기술, 금융사 전략, 글로벌 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새 결제 인프라가 금융 산업과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알아봤습니다.
[주간한국 강민혜 기자] 은행 예금을 디지털화한 ‘예금토큰’이 기존 카드단말기와 온라인 결제망을 타고 생활 결제시장에 들어온다. 은행 9곳과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8곳, 편의점 2곳이 96억원 규모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디지털화폐 실증사업 ‘프로젝트 한강’에서 시험한 예금토큰이 민간 결제망으로 무대를 넓힌다. 금융결제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26년 블록체인-AI·데이터 혁신선도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예금토큰 결제 인프라 확대’ 사업을 추진한다. 한은 등이 협력하고 금융결제원이 사업 전반과 참여기관 간 연계를 총괄한다. 컨소시엄에는 KB국민·IBK기업·NH농협·우리·신한·하나·BNK경남·BNK부산·iM뱅크 등 은행 9곳이 참여한다. PG사는 케이에스넷·NICE정보통신·KG이니시스·한국정보통신·다날·NHN KCP·섹타나인·토스페이먼츠 등 8곳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이 합류했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예금토큰은 한은이 일반 국민에게 직접 발행하는 소매형 CBDC가 아니기 때문에 일각서 제기된 보안 우려와는 거리를 둘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은행 간 최종 결제에 사용하는 도매형 CBDC를 공급하고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고객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발행한다. 이용자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개설한 전자지갑에서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결제하고 은행들은 한은의 도매형 CBDC로 최종 정산을 마친다. 중앙화된 기록을 토대로 개인을 추적할 수 있느냐는 의문은 낭설이라는 것이 ICT업계의 추측이다. 기존 시중은행서 관리하던 예금과 형태를 같이 하므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결제원이 공개한 결제 구조에 따르면 일반 가맹점의 승인 요청은 기존 부가통신사업자(VAN)망을 거쳐 금융결제원의 예금토큰 결제 중계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편의점 등 대형 가맹점 거래는 PG·편의점 결제망을 이용한다. 금융결제원은 이용자 은행과 가맹점 은행에 자금 이전을 요청하고 관련 결제 정보를 한은 한강시스템과 연계한다. 한은은 한강시스템 운영과 제도 마련, 기술 연동을 맡는다. 프로젝트 한강에서는 한은이 도매형 CBDC를 공급하고 은행이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발행한다. 금융결제원은 기존 민간 결제망과 한강시스템을 연결해 은행 간 최종 정산을 중계한다.
사업의 지휘봉은 개별 은행보다 금융결제원이 쥔다. ICT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개별 은행이 상용화를 목표로 경쟁하는 사업이라기보다 금융결제원이 주도하는 공동 실증사업 성격이 강하다. 금융결제원과 KISA가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참여 은행들은 컨소시엄 계획에 맞춰 시스템을 연계한다. 다만 당국과 각 시중은행이 맺은 보안서약 등의 이유로 은행별 세부 협업 내용과 개발 현황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KISA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예금토큰 결제 인프라를 실제 유통 환경에서 검증하는 실증사업”이라며 “기존 결제 인프라와 연계성, 기술 안정성, 확장 가능성 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결제원 주도로 기존 카드망 연결 KB “기기 교체 필요 없어”
사업 핵심은 예금토큰 전용 결제망을 새로 구축하는 대신 기존 카드단말기와 온라인 결제망을 활용하는 데 있다. 가맹점이 단말기를 교체하거나 결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보지 않고도 예금토큰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참여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PG·VAN사와 연계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예금토큰 지갑 연동과 보안 솔루션, 스마트계약 검증 기술도 블록체인·정보기술 중소기업·스타트업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PG사와 VAN사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별도의 시스템 개편이나 기기 교체 없이 소상공인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결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산 속도와 가맹점 수수료는 기존 카드 결제와 가장 큰 차별화 요소다. 카드 결제는 카드사와 PG·VAN사 등을 거쳐 가맹점에 대금이 들어오기까지 통상 1~3일이 걸린다. 예금토큰은 결제와 자금 이전, 정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처리해 정산 주기를 즉시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13일이 걸리던 정산 주기를 즉시 정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단축해 소상공인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민생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예금토큰 기반 결제가 기존 결제 과정의 중간 절차를 간소화해 결제 수수료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0.151.45% 수준인 신용·체크카드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적용할 수수료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결제원과 한은이 관련 사업자들과 세부 요율을 협의하고 있다. KISA 관계자는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구간에 따라 0.41.45%, 체크카드는 0.151.15% 수준”이라며 “예금토큰 결제 수수료는 체크카드와 같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을 목표로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결제원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자들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2~3개월 안에는 구체적인 수수료 체계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은행과 금융결제원, PG·VAN사가 맡을 역할과 비용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최종 수수료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 PG사들과 여러 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앞서 CU와 진행한 예금토큰 실증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하나은행은 BGF리테일과 전국 CU 매장에서 하나원큐에 연동한 예금토큰을 바코드·QR 방식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추진해 왔다. IBK기업은행은 GS리테일과 GS25 결제망을, NH농협은행은 금융결제원과 QR 기반 결제 서비스를 준비했다.
신한금융은 배달 앱 ‘땡겨요’와 여행자보험, 편의점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예금토큰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BNK경남은행은 모바일뱅킹을 통한 예금토큰 전환·결제·송금·환매 기능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바우처 연계 가능성을 시험한다. 금융결제원은 은행 전자지갑 하나로 일반 결제와 정부가 발행한 바우처를 이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스마트계약에 사용 목적과 사용처, 유효기간 등을 입력해 국고보조금의 목적 외 사용과 부정수급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전신) 업무추진비를 시작으로 정부 부처 업무추진비를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고 앞으로 국고금 집행 분야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면 정산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후 검증에 드는 행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부정수급 예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부정사용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기술과 운영 방식은 담당 부서의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는 민간 결제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보조금과 공공부문 업무추진비 등 국고금 집행에도 예금토큰을 적용한다. 지급 목적과 사용처, 유효기간 등의 조건을 스마트계약에 입력해 지정한 용도 밖에서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식이다.
“시중은행이 주도하는 상용화 아니다” 소비자 유인·보안이 숙제
결제 인프라 구축에는 속도가 붙었지만 참여 은행들은 예금토큰이 곧바로 상용화 단계에 들어갔다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우리은행은 프로젝트 한강 2단계가 한은 주도로 진행하는 실증사업이라는 점을 들며 개별 은행이 전체 사업의 상용화 일정이나 목표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업을 개별 은행 간 상용화 경쟁보다 금융결제원이 주도하는 공동 실증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민은행은 다수의 PG·VAN사와 연결한 기존 인프라를 앞세워 정산 단축과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상용화의 첫 번째 문턱은 소비자 유인이다. 가맹점은 결제대금을 빨리 받고 수수료를 줄일 수 있지만 소비자가 신용카드나 간편결제 대신 예금토큰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소비자는 이미 카드 할인과 포인트, 무이자 할부, 간편결제 적립 혜택을 누리고 있다. 별도 전자지갑을 개설하고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하는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면 기존 결제수단보다 번거롭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캐시백과 할인, 사용처 확대 등 카드 혜택에 맞먹는 소비자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실물카드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다만 실물카드가 기존 체크카드와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카드망을 이용하면서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결제 취소와 환불 절차도 새로 설계해야 한다. 예금토큰은 결제와 동시에 가맹점으로 자금을 이전하기 때문에 이후 취소나 부분 환불은 이용자와 가맹점 사이 반대거래 방식으로 처리한다. 카드사가 승인 취소와 환불을 중개하는 기존 카드 결제와 구조가 다르다.
금융위원회는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참여 은행에 환불을 위한 반대거래 절차와 착오송금·송금사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예금토큰 이용자의 예금자 보호와 거래지시 철회 권리도 부가 조건에 포함했다. 보안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이 연결됐다는 이유만으로 이용자 거래정보가 한곳에 집중되거나 전체 시스템의 위험이 커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예금토큰이 확산하면 은행은 예금계좌뿐 아니라 고객 일상 결제 접점과 거래 데이터까지 직접 확보할 수 있는 점 탓에 일각서 나온 보안 우려를 진정시킨 것이다. 이용자 휴대전화와 은행 앱, PG·VAN망, 금융결제원 중계 시스템, 이용자·가맹점 은행, 한은 한강시스템을 연결하는 만큼 기관 간 접점은 늘어난다. 이 때문에 실증 과정에서는 기관별 보안인증과 내부통제뿐 아니라 시스템 간 상호인증, 데이터 전송 구간 보호, 장애 발생 시 공동 대응 체계도 점검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CBDC를 도입하면 모든 거래기록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일반 국민에게 직접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소매형 CBDC 사업이 아니다”라며 “한은은 은행 간 최종 정산에 사용하는 도매형 CBDC를 운영하고 일반 이용자는 각 은행이 발행한 예금토큰을 이용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예금토큰도 기존 예금처럼 은행별로 발행하고 관리한다”며 “이용자의 거래정보가 하나의 중앙 원장에 모두 모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소매형 CBDC를 전제로 한 개인정보 집중 우려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서비스를 출시할 때는 기관별 보안인증과 내부통제 절차를 모두 거친다”며 “이번 사업도 기존 금융서비스를 내놓을 때와 같은 통제 절차를 밟기 때문에 한 기관이 침해됐다고 전체 시스템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별도의 검증 없이 서비스를 외부에 내놓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금토큰 기술도 기존 금융권의 보안 체계 안에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결제 때 지갑 잔액이 부족하면 연결한 예금계좌에서 필요한 금액을 예금토큰으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도 추가한다. 자동 전환 한도와 추가 인증,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사고 발생 시 지급정지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계약 안정성도 검증 대상이다. 바우처 사용처나 지급 조건을 잘못 입력하면 정상적인 결제가 거절되거나 자금을 목적과 다르게 집행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보안 솔루션과 스마트계약 검증 기술을 중소기업·스타트업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한강은 일반 이용자가 예금토큰으로 결제하고 금융기관 사이 최종 정산에는 한은 도매형 CBDC를 사용하는 구조를 시험한다. 한은이 일반 국민에게 직접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최종 결제를 맡는 구조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프로젝트 한강 2단계를 통해 CBDC와 예금토큰의 활용도를 높이고 국제결제은행(BIS)의 ‘프로젝트 아고라’ 등 국제협력을 확대해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에서 원화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 총재는 예금토큰과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대체 관계로 보지 않는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과 도매형 CBDC를 기반으로 정부 재정 집행이나 기관 간 거래처럼 높은 신뢰가 필요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스테이블코인은 해외송금과 디지털자산 거래 등 개방성과 범용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프로젝트 한강에서는 은행 간 예금토큰을 옮길 때 송금 은행이 토큰을 소각하고 수취 은행이 같은 금액만큼 다시 발행하는 ‘번 앤드 이슈’(Burn & Issue) 방식을 사용한다. 은행들은 한은의 도매형 CBDC로 최종 정산을 마친다. 한은은 지난해 프로젝트 한강 1단계에서 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NH농협·BNK부산은행 등 7개 은행과 이용자 약 8만명, 가맹점 약 1만2000곳을 대상으로 실거래를 진행했다. 거래 건수는 11만건을 넘었다. 향후 예금토큰 전자지갑은 최대 10만개에서 50만개로 확대하고 사용처도 소상공인과 대형 사업체 등으로 넓힌다. 결제 외에 지갑 간 송금, 생체인증, 자동 입출금 전환, 국고금 집행 기능도 시험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추진하는 CBDC·예금토큰 실증사업에 참여해 미래 디지털금융 인프라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검증하고 있다”며 “상용화 여부와 추진 시점은 실거래 테스트 결과와 금융당국, 한은의 종합적인 정책 판단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min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