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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보다 해외 택한 카드사…국경간 송금·결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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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제화 지연…글로벌 시장 우선 공략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첫 적용처로 국내 일상 결제보다 해외법인 송금과 외국인 결제 등 국경 간 지급결제 시장을 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 결제에 관한 법적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만큼, 해외법인과 글로벌 결제망을 활용해 제한된 범위에서 기술과 사업성을 검증하는 모습이다.
▲ 해외법인 송금부터 외국인 결제까지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달 현대자동차 미국법인과 멕시코법인 간 자금이체에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를 적용했다. 미국법인이 2만달러를 ‘USDT’로 전환해 멕시코법인으로 보낸 뒤 현지에서 다시 달러로 바꾸는 방식이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송금과 거래 검증을 포함한 전체 과정에는 평균 7분에 불과했다. 이는 기존 은행망을 이용한 해외법인 간 송금에 최소 3~4시간이 소요됐던 것과 비교해 처리시간을 대폭 단축한 결과라는 게 현대카드의 설명이다. 이에 현대카드는 유럽 내 현대자동차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현지 통화를 활용한 추가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BC카드도 해외 이용자가 보유한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를 국내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결제모델 검증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코인베이스와 협약을 맺고 ‘베이스’ 블록체인 기반 월렛에 BC카드의 QR 결제 솔루션을 연결하는 것이다.
결제방식은 ‘USDC’ 보유자가 국내 가맹점에서 QR 방식으로 결제하면 기존 BC카드 결제 인프라를 통해 가맹점에 원화로 정산하는 구조다. BC카드는 향후 블록체인과 기존 카드 결제망이 원활하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는 한편, 국내 법·제도에 맞는 원화 정산 절차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 역시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6개 기술 과제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검증 대상에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경 간 송금·정산과 결제·교환·정산 네트워크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외부 디지털자산 월렛을 활용한 결제와 카드대금 납부 방식도 점검했다.
이 외에도 하나카드는 해외여행·외화결제 플랫폼 ‘트래블로그’에 스테이블코인 기술 접목에 나섰으며, KB국민카드 역시 아발란체·오픈에셋과 기존 카드 결제 인프라에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결제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 국내 법제화 지연…해외부터 사업성 검증
카드사들이 국내보다 해외사업에 먼저 나서는 배경에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아직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상환 의무,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방식 등을 담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카드사가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거나 일상적인 결제수단으로 상용화하기에는 발행과 유통, 원화 정산에 적용할 기준이 아직 불분명한 셈이다.
반면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발행·유통되고 있는 만큼, 기존 해외법인과 글로벌 결제망을 활용한 송금·결제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실제로 해외 대표 카드사인 비자(VISA)의 경우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연간 환산 정산 규모가 지난해 12월 기준 35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국제송금 서비스 ‘비자 다이렉트’에는 금융회사가 해외송금에 필요한 자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미리 예치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마스터카드(Mastercard)도 올해 6월 카드 결제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기존 영업일과 은행 운영시간에 맞춰 이뤄지던 정산을 휴일과 주말에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국경 간 결제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사례는 해외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정산과 국제송금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유통되고 있는 데다 기존 글로벌 결제망과 연결할 수 있어 은행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송금과 정산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올해 3월 발표한 ‘지급용 스테이블코인과 국경 간 지급결제’ 보고서는 “송금인이나 송금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확보하면 수취인 또는 수취은행에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개수수료를 줄이고 최종 수취인에게 자금이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송금 진행 상황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국내 결제의 경우 관련 법제화와 함께 소비자와 가맹점이 기존 카드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유인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경우 이미 전국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고, 후불결제와 할부, 할인, 포인트·마일리지 적립 등의 혜택도 카드사들이 모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카드 결제 비중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으로 확산하려면 충분한 가맹점 수용 기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부족하면 스테이블코인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실제 결제 전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내 카드 결제시장에서는 결제 속도뿐 아니라 가맹점 범용성과 후불·할부 기능, 부가서비스까지 기존 카드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제도 마련 이후에도 시장 안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발행과 유통, 결제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선 해외송금과 글로벌 결제에서 기존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