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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권 미국변호사의 글로벌핀테크]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모두 발행자의 고객인가 — 미국 GENIUS Act의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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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1 16:40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모두 발행자의 고객인가 — 미국 GENIUS Act의 접근 (법무법인(유) 린 AML/CFT팀. 은행과 해외송금 핀테크 기업에서 외국환·지급결제·AML 및 해외 금융규제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AML/CFT 및 크로스보더 지급결제 규제 관련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상품권을 다른 사람에게서 넘겨받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상품권 발행회사의 고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발행회사는 누가 현재 상품권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유자가 발행회사에 직접 환불을 요청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때부터 발행회사와 보유자 사이에 직접적인 접점이 생긴다. 스테이블코인을 상품권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보유와 발행자와의 고객관계를 구분할 때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은 GENIUS Act의 후속 조치로 허가된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자(permitted payment stablecoin issuer, 이하 ‘PPSI’)에게 적용할 고객확인프로그램(Customer Identification Program, 이하 ‘CIP’) 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연방 금융감독기관이 공동으로 제안한 규칙안은 PPSI가 고객의 신원정보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갖추도록 한다. 규칙안이 요구하는 신원정보와 확인절차만 보면 기존 금융회사의 고객확인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된 후 거래소, 수탁지갑, 개인지갑 등을 거치며 제3자 사이에서 계속 이전된다. 따라서 고객확인의무를 적용하려면 먼저 보유자 중 누구를 발행자의 고객으로 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은행에서는 계좌 개설을 통해 고객관계가 형성되지만,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와 최초 발행자 사이에는 계약이나 직접적인 거래가 전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규칙안은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여 스테이블코인의 보유와 발행자와의 고객관계를 구분한다. PPSI의 ‘계좌(account)’는 고객과 발행자 사이에 금융서비스나 거래를 제공하기 위하여 형성된 공식적인 관계로 정의된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상환, 관련 수탁 및 허가된 디지털자산 서비스 등이 이러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반면 발행자가 거래 당사자로 직접 참여하지 않은 채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거래나,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소유·통제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계좌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특정 블록체인 주소에 스테이블코인이 기록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주소를 통제하는 사람이 발행자의 고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모든 보유자를 발행자의 고객으로 본다면 발행자는 사실상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토큰이 이전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발행자가 이용자의 이름, 주소와 식별번호를 취득하기는 어렵다. 미국 관계기관들은 이와 같은 의무가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렵고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규칙안은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발행시장(primary market)과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으로 구분한다. 발행시장은 발행자가 이용자와 직접 발행·상환 거래를 수행하는 영역이다. 유통시장은 발행자가 직접 거래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제3자 사이에서 거래되는 영역이다.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거나 개인지갑 사이에서 전송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거래소가 보유한 고객정보는 발행자에게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온체인 거래자의 신원도 익명 또는 가명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미국 관계기관들은 CIP 적용 대상을 발행자와 직접 발행시장 거래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한정하였다. 이는 유통시장의 자금세탁 위험이 낮아서가 아니라, 발행자가 실제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관계를 기준으로 의무의 범위를 정한 것이다. 다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경계가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규칙안은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취득한 개인이 발행자에게 직접 상환을 요청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해당 개인은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고 보유하는 동안에는 발행자의 고객이 아니다. 그러나 직접 상환을 요청하면 발행자로부터 금융서비스를 제공받는 관계가 새로 형성될 수 있다. 미국 관계기관들은 직접 상환이 발행자와의 계좌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보면서, 이를 보다 명확히 규율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요청하고 있다. 결국 동일한 이용자라도 거래 단계에 따라 발행자와의 고객관계가 새로 형성될 수 있다. 이 경우 발행자는 상환 전에 어느 수준의 고객확인과 지갑위험 평가를 마쳐야 하는지도 정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고객확인의무를 부과한다는 원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인의 직접 발행·상환을 허용할지, 은행·거래소 등 기관을 통하여 발행과 상환이 이루어지도록 할지에 따라 발행자의 고객 범위와 고객확인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취득한 보유자가 발행자에게 직접 상환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소가 수행한 고객확인 결과를 발행자가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와 추가 확인 및 지갑 위험평가를 누가 수행할 것인지 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AML/CFT 의무는 사업자의 형식적 지위보다 실제 고객 접점, 보유한 정보와 거래 제한 권한을 기준으로 배분해야 한다. 미국 규칙안의 접근을 참고하되, 국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상환 구조와 참여자별 역할을 반영하여 고객관계를 구분하고, 새로운 고객관계가 형성되는 지점에서 고객확인과 위험관리 책임이 단절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