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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세계지도 [헬로, 크립토]
원문 추출 본문
김외현 | 샌드마크 에디터·우석대 겸임교수 세계 스테이블코인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블랙록, 구글 등 140여개 기업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달러 스테이블코인 ‘오픈유에스디’(OUSD) 프로젝트다. 스테이블코인 흥행의 중심인 달러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테더의 유에스디티(USDT)와 서클의 유에스디시(USDC)는 시가총액의 8할 이상을 차지한다. 오픈유에스디의 차별점은 발행 준비금을 테더나 서클처럼 독점하지 않고 참여 기업들과 모두 나눠 갖겠다는 선언이다. 저 강력한 도전자는 화려한 면면으로 시장을 흔들어놓겠다는 심산이 분명하다. 오픈유에스디에는 한국 기업들도 참가한다. 명단에는 삼성전자, 신한금융, 두나무, 한화생명,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국내 카드 7개사 등 13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달러 스테이블코인 성공의 떡고물을 꾸준히 받아먹는다면, 훗날 매우 현명했던 판단으로 기록될 수도 있겠다. 한국 기업들은 유럽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에도 등장하고 있다. 케이비(KB)국민·신한·우리·전북은행, 아이엠뱅크, 케이뱅크 등 6곳은 유럽 15개국 37개 은행의 컨소시엄인 키발리스, 국제 금융통신망 스위프트(SWIFT), 블록체인 기업 체인링크 등과 손잡고 ‘판게아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원화와 유로 간 스테이블코인의 직접 연결을 실험하는 중이다. 특히나 유럽은 7월1일로 암호화폐 규제(MiCA)가 전면 시행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래서인지 판게아에 참가한 한국 은행들에도 관심이 꽤 높아 보인다. 시간을 두고 유심히 봐야겠지만, 미국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한국과 유럽이 손을 잡은 형국이다. 이 밖에도 여러 다른 나라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 상당한 긴박감이 느껴진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11월부터 미쓰비시,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일본 3대 메가뱅크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실증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 은행은 2026 회계연도 안에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발행한다는 방침을 지난달 밝혔다. 흥미롭게도 이 가운데 미쓰이스미토모와 미즈호는 오픈유에스디 참여 명단에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엔화 방어와 달러 동맹 참여를 병행한 셈이다. 영국은 유럽연합보다 유연한 규제로 발행자를 끌어들이려 한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청(FCA)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자본금 비율을 2%에서 1%로 낮췄다. 일주일 앞서 영란은행은 개인 보유 한도(2만파운드)를 없애기도 했다. 중국의 테스트베드로 여겨지는 홍콩은 지난 4월 두곳의 컨소시엄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이미 내준 상태다. 지난해 법을 만들어 놓고 신청받은 기업들 가운데 선별한 이들이었다. 대만 입법원(의회)도 6월30일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관련법을 최종 통과시켰다. 성격은 좀 다를 수 있지만, 러시아 국영은행이 참여한 루블 스테이블코인은 서방 제재를 우회하는 통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의 43%를 차지했다는 통계도 나온다. 미국 재무부가 이란의 스테이블코인 10억달러어치를 압류했다고 밝히자, 이란도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시 그려지는 세계지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한 자리를 차지할 날은 올까. 우리 국회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새로 취임한 신현송 총재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지난해 대선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허용한다고 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아무 소식이 없다.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다. 우리 기업과 은행들은 외국에 나가서 기회를 도모하고, 지도는 계속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