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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스테이블코인 시대 대비 시급…”결제·보험금 지급 방식 바뀐다” < 종합뉴스 < 기사본문 - 보험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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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보고서 “은행·카드는 실증 진행 중인데 보험은 초기 단계”
지수형 보험·보험금 자동지급 등 새 사업모델 가능성
스테이블코인이 금융권의 새로운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보험산업도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지급결제 수단으로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보험료 수납부터 보험금 지급, 재보험 거래, 상품 설계에 이르기까지 보험 가치사슬 전반이 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의 조영현 연구위원은 25일 발표한 ‘스테이블코인과 보험산업 과제’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과 스마트컨트랙트의 프로그래밍 가능성, 블록체인의 조합 가능성이 결합되면 보험상품의 개발·판매·보상 처리 방식은 물론 중개구조와 가치사슬 전반이 재편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나 원화 등 법정화폐와 1대1로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디지털 자산이다.
법정화폐의 안정성과 블록체인의 기술적 유연성을 결합한 형태로 평가된다.
실제로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021년 말 270억달러에서 2025년 말 3082억달러로 11배 이상 성장했고, 송금 규모도 같은 기간 3조4400억달러에서 10조8600억달러로 세 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제정했고, EU는 암호자산시장법(MiCA)을 시행했으며, 일본 역시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보험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경쟁력으로 ‘24시간 365일 작동하는 결제 인프라’를 꼽았다.
스마트컨트랙트와 결합할 경우 사전에 설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중개기관 개입 없이 자동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이를 보험에 적용하면 보험금 지급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상 데이터나 사물인터넷(IoT)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일정 기준 이상의 강풍이나 폭우가 발생하면 손해사정 절차 없이 보험금이 자동 지급되는 ‘지수형 보험(Parametric Insurance)‘이 가능해진다.
보험금 청구·심사·지급 전 과정이 자동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상품의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는 보험이 독립적인 계약 형태로 판매되지만, 향후에는 대출·투자·결제 서비스에 보험 기능이 자동으로 내장되는 ‘임베디드 보험(Embedded Insurance)’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록체인의 조합 가능성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보험을 하나의 모듈형 상품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중개사 가운데 하나인 Aon은 올해 3월 글로벌 보험업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보험료 결제 실증에 성공했다.
고객사인 코인베이스(Coinbase)와 팍소스(Paxos)가 각각 USDC와 PYUSD를 활용해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보험 가치사슬 내 자금 이동 효율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독일의 인슈어테크 기업 Etherisc는 항공기 지연 보험과 농작물 보험 등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하고 있다.
항공편이 45분 이상 지연되거나 취소되면 보험금이 자동 지급되며, 케냐에서는 기상 조건 충족 시 농작물 보험금이 자동 정산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미국의 기후 리스크 전문기업 Arbol은 재보험 분야에서도 자동화 모델을 도입했다.
실제로 지난해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했을 당시 약 2000만달러 규모의 재보험금을 30일 이내 지급했다. 수개월이 걸리는 기존 재보험 정산 절차와 대조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이 같은 해외 사례를 ▲결제·정산 효율화 ▲언더라이팅 및 보험금 심사 자동화 ▲자본조달 및 리스크 인수 구조 혁신 등 세 분야로 분류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개념검증(PoC)이나 파일럿 프로젝트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대규모 상용화 사례는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국내 보험업권의 준비 수준이다.
현재 은행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송금 인프라 실증에 나서고 있고, 카드업권도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연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교보생명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테스트에 참여하고, 리플(Ripple)과 토큰화 국채 실시간 결제 실험을 진행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조 연구위원은 “은행업권이 실거래 수준의 발행·정산 인프라를 검증하고 카드업권이 가맹점 결제망 연계를 실험하는 것과 비교하면 보험업권의 검증 단계는 상대적으로 초기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별도로 규율하는 법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험료와 보험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도 불명확하다.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할 수 있는지, 지급여력제도(K-ICS)상 위험 측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정비가 필요한 분야다.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한 자동 보험금 지급 역시 현행 보험업법 체계와의 정합성 검토가 요구된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사들이 단기적으로는 지수형 보험과 토큰화 자산 정산 분야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맞춰 결제수단 다변화와 디지털자산 생태계 참여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감독당국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 명확화, 보험업법상 허용 범위 재검토, K-ICS 보완,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보험금 지급의 법적 인정 등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프로그래밍 가능성과 조합 가능성, 투명성은 보험산업에 새로운 혁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다만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 역량과 내부 전문성을 지금부터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