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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으로 송금 수수료↓ 보험금 지급, 부동산 매매도 < 보험 < 금융 < 기사본문 -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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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 2025년 7월 세계 최초의 연방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GENIUS법(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을 제정하면서 제도권 편입의 기준선이 제시된 가운데, 보험 보험료 자동 정산, 해외 송금 수수료 대폭 절감, 부동산 조각 소유, 기업 간 무역 결제 자동화 등 산업 전반의 작동 방식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포함해 국내외 연구기관과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이 변화의 파급 효과를 경고하고 있다.
해외 송금 수수료 6분의 1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
스테이블코인이 소비자 일상에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해외 송금이다. 현재 통상적인 국제 송금 수수료는 송금액의 평균 6.5% 수준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이 비용이 1.5%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세계은행과 결제 인프라 기업 BVNK의 2026년 조사는 밝히고 있다.
구조는 간단하다. 송금인이 자국 화폐를 USDC나 USDT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하고, 약 1달러 수준의 네트워크 수수료로 몇 분 안에 전송하면, 수취인이 현지 통화로 다시 환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출신 노동자가 가족에게 1000달러를 보낼 때, 기존 방식에서는 65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면 스테이블코인으로는 15달러면 된다.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이주 노동자의 26%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해외 송금에 활용한 경험이 있다. 미국-멕시코 송금 경로에서 수수료는 이미 1% 미만으로 내려갔다. 필리핀에서는 암호화폐 기반 송금이 1년 만에 217% 급증했다. 글로벌 송금 기업 머니그램(MoneyGram)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현지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서비스를 이미 수십 개국에서 상용화했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시작됐다. 케이뱅크는 한국과 일본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검증 사업인 프로젝트 팩스(Project Pax) 1단계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케이뱅크 측은 처리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기존 방식 대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험금이 서류 없이 자동으로 계좌에 들어온다
보험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보험연구원 조영현 연구위원은 보고서 ‘스테이블코인과 보험산업 과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스마트컨트랙트(사전에 설정된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자동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반 기술)와 결합하면 보험금 지급 절차의 자동화가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보험금을 받으려면 가입자가 사고 이후 서류를 직접 제출하고 보험사가 심사를 거쳐 지급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스마트컨트랙트가 결합되면 이 과정이 달라진다. 항공편 지연이 발생했을 때 공공 항공 운항 데이터베이스가 자동으로 지연 여부를 확인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가입자 지갑으로 즉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가 가능하다. 서류 제출도, 심사 대기도 없다.
해외에서는 이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보험 플랫폼 에테리스크(Etherisc)는 항공기 지연 보험, 농작물 보험, 스테이블코인 가치 이탈 관련 보험에 스마트컨트랙트를 적용하고 있다. 항공 운항 정보나 기상 데이터 등 외부 정보를 자동으로 확인해 보험금 지급 조건을 판단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즉시 보상한다.
재보험 분야에서도 아르볼(Arbol)이 기후 데이터를 활용한 지수형 재보험 서비스로 자동 보상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보험중개사 에이온(Aon)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보험료 결제 및 정산 구조에 대한 개념증명(PoC)을 진행했으며, 디지털 자산 보험사 에버타스(Evertas)와 보험 마켓플레이스 네임스(Nayms)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활용한 보험료 수납 구조를 검증했다.
조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보험산업의 활용 영역으로 보험료 결제 및 정산 효율화, 언더라이팅·보험금 심사 자동화, 자본 조달 및 리스크 인수 구조 변화 등을 제시했다. 넥서스 뮤추얼(Nexus Mutual)은 스테이블코인을 보험료·보험금 지급뿐 아니라 자본 조달과 자산 운용 수단으로 활용하는 블록체인 기반 보험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국내 보험업계의 대응은 현재 초기 단계다. 현행 보험업법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으며,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보험금 자동 지급이 현행 보험업법상 적법한 지급 방식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험연구원은 지적했다.
비자·마스터카드도 뛰어든 기업 간 결제 혁신
기업 간(B2B) 무역 결제와 글로벌 자금 관리 분야도 달라지고 있다. 국제 무역 결제는 기존에는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망을 통해 평균 2~5영업일이 소요됐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24시간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지고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환율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이미 이더리움 및 솔라나 블록체인상의 USDC를 활용한 실시간 대금 정산 파일럿을 도입했다. 스페이스X(SpaceX)는 글로벌 기업 자금 자체를 스테이블코인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89%를 차지하는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은 2026년 약 91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미래에셋이 코빗과 함께 부동산·채권 등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발행하고 유통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메리츠증권은 선박, 항공기, 부동산 등 금융적으로 구조화가 용이한 실물자산 중심으로 토큰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상설 조직으로 전환했고, 신한·하나금융은 삼성과 함께 컨소시엄 구성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BNK금융·iM금융·SC제일은행 등과 잇달아 MOU를 체결했다.
부동산을 1만원어치씩 살 수 있게 된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기술이 결합하면 기존에는 특정 계층만 접근할 수 있었던 자산 투자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 토큰화란 부동산이나 채권 같은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 발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짜리 강남 오피스 빌딩을 100만개의 토큰으로 나눠 발행하면 1만원짜리 토큰 하나로도 해당 건물의 소유권 일부를 가질 수 있다. 임대 수익도 보유 비율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 지급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26년 가상자산이 기능에 따라 지급결제형(스테이블코인 등), 증권형(토큰증권·STO), 유틸리티형으로 법적으로 분류되는 체계가 정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음악 저작권, 미술품 등을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 장외 유통 시장도 2026년 본격 가동 예정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3170억달러의 그늘, 원화가 밀릴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구조적 위험이기도 하다. 2026년 4월 기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약 3170억달러에 달하며 USDT(테더)가 67%, USDC(서클)가 22%로 양분하고 있다. 이 시장 대부분이 달러 기반이라는 점이 한국에는 경계 요인이다. 미국 GENIUS법은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달러, 단기 국채 등으로만 구성하도록 규정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이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메커니즘을 만든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때 제도화되지 못하면 디지털 결제 환경에서 달러 표시 토큰이 표준처럼 사용될 수 있고, 이 경우 달러의 영향력은 온라인 금융 공간에서도 확대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 요건을 둘러싼 논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은행 과반 지분(50%+1주) 컨소시엄 중심 발행을 요구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핀테크·플랫폼 기업에도 발행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리스크도 실재한다. USDT는 준비자산의 불투명성 문제로 오랫동안 시스템 리스크로 지목받아왔으며, GENIUS법 제정 이후에도 준비금 감사 요건을 실질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발행자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컨트랙트 코드 오류나 해킹에 의한 자동 지급 오류, 온체인 외부 데이터 오염 문제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은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교체 신호로 봐야 한다. 해외 송금 수수료 절감, 보험금 자동 지급, 실물자산 조각 거래 등 소비자 편익은 구체적이고 계량 가능한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제도화 논의가 발행 주체 지분 비율이라는 이해관계 조정에 머물러 있는 사이, 미국 GENIUS법의 세부 규칙 확정(2026년 7월 예정)과 함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표준이 빠르게 고착화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는 보험산업의 위기 대응을 촉구했지만, 이는 보험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은행, 증권, 무역금융, 부동산 시장 전체가 동일한 구조 전환의 압력 앞에 놓여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기반 디지털 결제 표준에 밀려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단순한 결제 수단 교체가 아니라 국내 금융 주권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법제화 타이밍이 뒤처질수록 소비자와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전환 비용은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중기이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