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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돈줄’이 바뀐다···스테이블코인 수익모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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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전부터 수탁·결제 선점 경쟁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주요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을 새 수익모델로 삼으려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이 지난해 지니어스법으로 시장을 제도권에 편입하고 JP모건·시티 등 대형은행이 토큰 사업에 나서자, 국내 은행도 발행이 풀리기 전에 인접 수익부터 선점하려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지난 한국재무관리학회 정책포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사업성은 새 기술 여부가 아니라 수익·비용·속도·고객 기반의 변화 크기로 판가름난다”고 진단했다. 코인 자체보다 결제와 현금관리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새 수수료를 만드는 게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이 노리는 수익모델은 여섯 갈래로 나뉠 수 있다.
핵심은 준비금 운용이익이다. 발행사가 예치금을 단기국채·머니마켓펀드(MMF) 등에 굴려 이자를 챙기되 보유자엔 주지 않아 그 차익을 남기는 구조로, 은행 예대마진과 닮았다.
또한 코인을 찍고 되사는 발행·소각 수수료, 발행사 준비금과 고객 자산을 맡아 보관하는 커스터디(수탁), 법정화폐와 코인을 오가는 온·오프램프·환전(FX) 수수료도 있다. 전환 수수료가 은행의 외환 스프레드보다 높아, 규제권 채널로 제공하면 마진을 지킬 여지가 있다고 평가된다.
여기에 국경 간 송금·무역대금 결제, 은행이 자체 예금을 토큰화한 예금토큰도 있다. 예금토큰은 제3자 코인이 은행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과 달리 대차대조표 자금을 지키면서 빠른 정산을 입힌다는 점에서 은행이 판을 새로 짤 카드로 꼽힌다.
이 가운데 수탁·결제·환전은 직접 발행하지 않아도 수익원으로 잡을 수 있는 영역이다.
5대 은행이 있는 금융지주들의 진척도는 수익원별로 갈린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직접 설계하겠다고 밝힐 만큼, 수탁에선 하나금융이 앞선 모습이다.
미국 비트고와 합작해 비트고코리아를 세웠고, 5월15일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첫 사례다. 신한·NH농협은행은 수탁사 한국디지털에셋(KDAC) 주주로 참여해 이미 인프라를 갖췄다.
결제·환전을 살펴보면 KB금융이 5월17일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송금 실증(PoC)을 마쳐, 베트남 송금을 3분 만에 끝내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방식보다 수수료를 87% 줄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나금융도 2월 두나무 기와체인 기반 외화송금 검증을 마치고 4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협약을 맺었고, 우리은행은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반면 발행은 미정이다. 하나금융이 은행 6곳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였다고 알려졌지만 구속력 없는 협약 수준이고, 은행이 발행사 지분 과반을 쥐는 이른바 ‘51%룰’ 정리가 변수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처는 다양하기 때문에 이밖에도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진석 KODA 대표는 지난해 국회 세미나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외국인 급여·해외송금, K컬처·게임 결제, 기업 간 정산, 무역대금 국내 정산 등에 쓰일 수 있다”고 봤다.
변미경 광주은행 부행장은 “낮은 전송 비용과 즉시 정산 기능이 지역 중소기업의 현금흐름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며, 지역화폐·정책자금을 코인으로 지급하면 소상공인 정산 주기와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가 해외 지사 정산에 이를 쓰면 연간 최소 1500억원을 아끼고 그룹 전체론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선불전자지급수단 규제로 해외 사용이 막힌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도 코인과 결합하면 빗장이 풀릴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지주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기회만 주는 건 아니다.
코인이 지급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은행 계좌 없이 월급을 실시간으로 받고,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가 퍼지면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으로 자금이 쏠린다. 월급통장·생활비통장 같은 핵심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발행에 끼지 못한 은행일수록 운용이익은 놓치고 예금 이탈만 떠안을 위험이 있다.
관건은 결국 입법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24일 현재 국회 정무위 소위에 계류돼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10일 발의됐지만 6·3 지방선거와 원 구성 협상에 밀려 2월 이후 논의가 멈췄고, 입법을 이끌던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도 해체됐다.
발행 길이 열리는 순간 준비금 운용이익이라는 가장 큰 파이가 걸린 만큼, 수탁과 결제 등 인접 수익으로 다져둔 인프라가 결국 발행 경쟁의 발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월 펴낸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결제 자금이 코인 발행사 준비금으로 옮겨가면 은행 예금이 줄고 수수료 수익도 깎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오랜 신뢰와 고객 관계는 신생 발행사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며 “이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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