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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은 금융 인프라, 2단계 입법 속도내야”…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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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은 금융 인프라, 2단계 입법 속도내야”…한목소리

K-디지털자산 경쟁력 제고 정책 토론회

“규제보다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 중요”

법인 참여 확대·시장 인프라 구축 주문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 투자자가 13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디지털자산을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닌 금융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코인이 아닌 금융 인프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K-디지털자산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학계와 연구기관, 법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디지털자산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규제 강화 여부보다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발제자들은 디지털자산을 단순한 거래 대상이 아닌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디지털자산의 본질은 인프라”라며 “이를 코인이나 토큰으로만 보는 순간 누가 발행할 것인지, 거래소 지분을 얼마나 제한할 것인지 등 본질과 거리가 있는 논의에 매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역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의 핵심은 규제가 아니라 금융 인프라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입법의 본질은 가상자산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디지털자산을 우리나라 금융 인프라에 어떻게 편입할 것인가의 과제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투자자 보호 중심의 이른바 ‘시장질서법’이라면, 향후 논의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산업 육성과 시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넘어 산업 경쟁력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다. 참석자들은 이를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닌 디지털 경제 시대의 핵심 정산 인프라로 규정하며 산업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이 일반 소비자 결제가 아닌 산업 정산 영역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무역금융(Trade) △내부자본시장(Internal) △국내 결제망 방어(Defense) △인공지능(AI) 기반 신산업 정산(Emerging)을 의미하는 ‘TIDE’ 전략을 제시하며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무역과 공급망 금융, 대기업 내부 정산, 플랫폼 경제, AI 생태계 등을 유망 활용처로 꼽았다.

강 교수는 “삼성전자 한 곳만 도입하더라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비용 절감인 만큼 이익의 질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에 가치를 1대1로 연동한 디지털 현금’으로 규정하며 AI 경제 확산과 함께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표준이 테더나 USDC로 고정되면 한국이 만드는 스테이블코인은 쓰이기 어렵다”면서 “글로벌 표준 경쟁에 한국도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들은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동일 기능, 동일 위험에는 동일 규제를 적용하면 된다”며 준비자산 관리와 상환 위험,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구축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 역시 “도산절연이 없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무담보 채권”이라며 투자자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여부는 누가 발행하느냐보다 산업 현장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정산 네트워크와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 “규제 강도보다 규제 공백이 문제”…2단계 입법 과제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제도 과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강한 규제가 아니라 불명확한 규제라고 진단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규정을 준용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재산권 침해와 경영 안정성 훼손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지분 규제보다 이해상충 방지와 내부통제, 시장 감시 체계 등 실질적인 장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디지털자산센터장도 “거래소의 핵심 위험이 무엇인지, 지분 규제가 그 위험을 가장 효과적이고 비례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인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인과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준호 하나증권 선임연구원은 “법인과 기관의 시장 참여를 전향적으로 허용해 시장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건전한 기관 자금이 들어와야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투자자 보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국내 시장이 현물 거래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는 점을 한계로 지목했다. 법인 참여 확대와 파생상품 시장 육성을 통해 거래량과 유동성을 확보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 내부에서만 통하는 ‘우리끼리의 룰’을 그리는 것은 무의미한 대화의 시간”이라며 “글로벌 자본 시장의 거대한 이동 속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전략적 판단을 신속히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도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경쟁력을 해치는 것은 강한 규제가 아니라 불명확한 규제”라며 예측 가능한 규칙과 원화 기반 디지털 통화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황석진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디지털자산 시장의 미래는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 완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규제를 어떻게 설계해 혁신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짚었다.

■ 정치권 “입법 속도 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디지털자산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치권의 역할도 강조됐다.

행사를 주최한 안도걸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명확한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면 기업과 투자자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지털금융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안전하면서도 혁신적인 디지털자산 제도화의 울타리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위한 심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와 상거래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전자금융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 외국환거래법 등 후속 법체계 정비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디지털자산 산업도 우리가 먼저 길을 열고 기준을 세운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디지털자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와 혁신 생태계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은 정파의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라 여야가 함께 속도를 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뉴스투데이의 민병두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디지털자산 산업의 규제 공백과 정책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조속한 제도 정비 필요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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