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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서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금융권 역할·스테이블코인 기준 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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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세미나서 美 입법 동향·온체인 기관자산 사례 공유

“기본법·스테이블코인 법체계 정비 시급”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가 재개되는 가운데,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화의 핵심 과제로 ‘규제 명확성’이 제시됐다. 미국이 시장구조법과 스테이블코인법을 중심으로 증권·상품 구분, 기관 참여,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 범위를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기존 금융기관과 핀테크·가상자산사업자의 역할을 조속히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안도걸·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글로벌 디지털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 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 동향과 기관 금융의 온체인 시장 진입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의 입법 방향과 산업 과제가 논의됐다.

안도걸 의원은 축사를 통해 “디지털자산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송금·상거래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전자금융거래법 등 후속 법체계 정비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美 “소송·집행 중심 규제서 예측 가능한 법체계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밀러 화이트하우스-레빈 솔라나정책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의 핵심 흐름으로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과 스테이블코인 법제인 ‘지니어스법’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은 오랫동안 디지털자산을 소송이나 집행 조치를 통해 규제해 왔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어떤 규칙을 적용받는지 사전에 알기 어려웠다”며 “클래리티법의 목적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명확한 성문 규정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트하우스-레빈 CEO는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통제권’을 들었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 협력 집단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면 증권에 가깝고, 네트워크가 탈중앙화돼 있다면 상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동일한 디지털자산도 시간이 지나 네트워크 통제가 분산되면 법적 성격이 바뀔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국의 법안은 디지털자산 현물시장에 대한 연방 차원의 감독 공백을 해소하고, CFTC에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거래소와 브로커딜러의 등록 의무,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의 분리 보관, 이해상충 제한 등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이미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세부 시행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모든 스테이블코인은 안전하고 유동성 높은 준비자산으로 1대 1 완전 담보돼야 하며,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규제 준수도 온체인에서 가능”…오르카, 美 기관자산 거래 사례 소개

두 번째 발제자인 크리스 몬타가노 오르카 최고법무책임자(CLO)는 미국 규제당국과의 협업 사례를 소개하며, 규제자산도 일정한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추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몬타가노 CLO는 오르카가 솔라나정책연구소 등과 함께 SEC에 제출한 ‘프로젝트 오픈’ 사례를 언급하며 “규제당국과 기술 개발자는 생산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며 “다만 기술 자체가 규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컴플라이언스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임, SPCX, GLDY 등 온체인 거래 사례를 들며 “자산별 규제 준수 요건은 발행사와 토큰 자체에 귀속되고, 거래 플랫폼은 개방형 비수탁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적격 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는 제한증권의 경우 발행사가 투자자 검증과 KYC를 수행하고, 검증된 지갑만 토큰을 보유·거래할 수 있도록 스마트계약 단계에서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몬타가노 CLO는 “투자자 자격 요건은 발행사가 관리하고, 그 집행은 토큰 수준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가능하다”며 “거래 플랫폼이 개인 정보를 보유하거나 자산을 수탁하지 않더라도 규제자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법 늦어질수록 산업 경쟁력 약화”

패널토론에서는 국내 입법 지연과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입법은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라며 “가장 큰 리스크가 입법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기존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청사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증권사, PG사 등이 어떤 라이선스로 어떤 업무를 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미국과 유럽은 기존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업무 범위와 인가 부담 완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디지털자산 정책은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방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수탁, 온체인 인프라는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상 금지돼 있지 않더라도 감독 관행, 인허가 해석, 실명계좌 운영 등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그림자 규제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은 디지털자산을 금융 인프라 전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금융 혁신은 투자자 불편을 일부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공급자 주도의 핵심 인프라 변화”라며 “인터넷이 정보 교류에 적합한 네트워크였다면 블록체인은 가치 전송에 적합한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이어 토큰증권 대상 제한 완화,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 여지 확보, 기존 자본시장법 체계와의 정합성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업계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법이 아니라 방향이 보이는 법”이라며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정부안과 하위 규정이 빨리 제시돼야 스타트업과 금융회사가 협업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공급자와 프라임브로커리지에 대한 제도적 근거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상형 바이셀스탠다드 법무실장은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토큰증권 제도화는 첫 단추를 끼운 상태지만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지 않으면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며 “자금 조달, 수익 분배, 24시간 결제 등 블록체인의 장점이 발현되려면 결제 수단도 함께 온체인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승 기자

ynwag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