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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 실패 넘을까…게임업계 스테이블코인 해법은 ‘나노결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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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스테이블코인을 P2E(Play To Earn)의 연장선이 아니라 결제·정산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토큰 보상 중심 구조가 게임의 재미를 훼손했던 과거 모델과 달리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수수료 절감과 글로벌 정산 효율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유로 등 법정화폐나 금 같은 실물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디지털자산)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셈타워에서 ‘디지털자산 세미나’를 열고 스테이블코인 활용 전략과 디지털자산기본법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발행·공시·유통량 관리·내부통제 등 규제 대응 체계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2E 한계는 보상 구조…스테이블코인은 시스템
김정훈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은 P2E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먼저 짚었다. 토큰이 과도하게 발행되면 가치가 하락하고 신규 이용자 유입이 끊기면 게임 내 경제가 흔들리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게임이 재미보다 보상 중심으로 설계되면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기보다 수익을 얻기 위한 노동처럼 접근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김 전문위원은 “게임은 원래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보상을 위해 노동으로 접근되는 순간 주객이 전도되는 구조적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P2E 보상의 대체재로 보기보다 결제와 정산을 위한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가치 변동성을 낮춰 게임 경제를 보호하고 법정화폐와 연동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면 아이템 보상이나 거래 가치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블록체인 기반 결제 혁신을 언급하며 게임업계가 이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야라고 봤다. 그는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것을 가장 쉽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데가 게임업계”라고 말했다.
나노결제 열리면 아이템 과금 방식도 바뀐다
이날 발표에서 제시된 게임사의 스테이블코인 활용처는 △결제 인프라 △아이템·대체불가능토큰(NFT) 마켓플레이스 △국경 간 정산 △크리에이터 정산이다.
결제 인프라 측면에서는 이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해 게임 지갑에 보관하고 게임 안에서 결제·정산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게임사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도 있지만 파트너사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향후 등장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선택지도 있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은 나노결제가 게임 아이템 설계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만원 단위 아이템을 선결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수수료가 낮아지면 이용할 때마다 10원씩 차감되는 식의 상품 설계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10원짜리 결제를 해도 지금은 100원에 가까운 수수료가 나가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 기반에서는 훨씬 낮은 수수료로 거래가 가능해 유료 아이템과 결제의 관계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스마트컨트랙트를 기반으로 아이템이나 NFT 거래를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다. 에스크로 구조와 결합하면 이용자 간 거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에이터 정산도 활용 영역으로 제시됐다. 글로벌 이용자와 제작자, 인플루언서가 얽힌 생태계에서는 국가별 송금과 신원 확인, 정산 지연 문제가 발생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현행 게임산업법상 환전형 보상으로 연결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김 센터장은 “게임의 결과물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제공하는 것까지 얘기하지는 않는다”며 “그것은 P2E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전을 좀 더 가볍고 용이하게 한다는 것까지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제화 이후엔 불확실성 대신 제재 리스크
이보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게임사의 가상자산 사업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 현재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재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발행과 유통을 직접 규율하지 않는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발행과 공시, 사업자 인가·등록,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법이 없을 때는 불확실성이 있는 것이지만 법이 만들어지면 법 위반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제도권에 들어오면 사업 기회가 열리는 동시에 허위 공시, 중요사항 누락, 유통량 관리 실패, 내부통제 미비 등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게임사에는 유통량 관리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 변호사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통량 문제가 유의종목 지정이나 거래지원 종료 사유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향후 발행이 제도화되면 총발행량, 배분 구조, 추가 발행 계획, 소각·스테이킹 구조 등을 사전에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발행사 협의회 필요성도 재차 언급됐다. 김 센터장은 거래소 중심으로 규제 체계가 만들어질 경우 발행사인 게임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행한 회사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게임사를 대상으로 물어야 하는데 아이템 거래하는 회사한테 물어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고문은 “발행이 허용되면 법과 시행령, 감독규정 등 하위 법령이 계속 나온다”며 “그 과정에서 게임사들의 산업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해 줄 협의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