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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디지털자산 결제 서비스, EU에서 찾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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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기본법이 아직 입법되지 않았지만, 디지털자산을 이용한 신사업을 준비하는 업계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그중 상당수가 디지털자산을 지급결제에 이용하고자 하는 문의인데,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바로 디지털자산을 이용한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떤 라이선스를 가져야 하는지이다. 디지털자산, 그중에서도 USDT나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에 이용할 경우를 생각해보면, 사업자가 제공하는 지급결제서비스는 아무리 디지털자산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지급과 정산을 통한 채권채무 관계의 해소가 거래의 목적이므로 전자금융거래법의 적용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동시에 사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수령한 스테이블코인을 정산 목적으로 잠시 보유하기도 하므로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로서 VASP 신고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전자금융업자로서의 등록과 가상자산사업자로서의 신고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서 상당한 비용과 준비를 요하는데, 신사업을 준비하는 사업자로서는 규제가 마련되면 곧바로 서비스를 개시하기를 원하므로 디지털자산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떤 법에 따른 라이선스가 필요한지를 알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전자금융거래법과 가상자산 관련 법령 중 어느 법 적용대상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자들은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는 이런 문제가 없을까? 그럴 리 없다. 유럽연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완결성 있는 디지털자산 입법을 완료한 관할권으로서, 이미 1년 전에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하여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2024년 12월 MiCA의 전면시행을 앞두고,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은행감독청(EBA)에게 유럽증권감독청(이하 ESMA)와 협력하여 가상자산사업자의 이머니토큰(즉,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단일 법화에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서비스에 대해 기존 결제서비스 지침(이하 PSD2)의 라이선스 관련하여 비조치 의견서(No action letter) 발행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머니토큰이 암호자산인 동시에 PSD2상 자금에 해당하는 이중적 지위를 지기 때문에, 이머니토큰을 거래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MiCA 인가에 더하여 PSD2에 따른 결제기관 인가까지 취득하여야 하는 ‘이중 인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EBA는 2025년 6월 10일 비조치 의견서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ⅰ) 먼저, 특정한 금융서비스는 하나의 금융서비스법에 의하여 규율되어야 하며 이중 인가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ⅱ)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중 인가가 필요한 현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향후 개정될 PSD3이 마련될 때까지 약 2-3년의 과도기 동안 특정한 EMT 거래에 대해서는 결제서비스로 간주하지 않아 추가 인가를 요구하지 않아야 하고, (ⅲ) 장기적으로는 MiCA를 개정 강화하거나,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PSD3를 적용받더라도 별도 인가는 면제되는 방식을 모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EBA는 결제서비스로 간주되는 EMT 거래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는데, 고객을 대신하여 수행되는 EMT 이전, 지급수단인 EMT의 보관·관리, 제3자에게 EMT 송수신이 가능한 수탁형 지갑을 각각 PSD2상 결제서비스 및 결제계좌로 간주하도록 권고하였다. 반면 MiCA에서 정의된 ‘암호자산과 자금의 교환’ 및 ‘암호자산과 다른 암호자산의 교환’은 CASP가 자기 자본을 사용하여 수행하는 거래로서 결제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EMT를 이용한 암호자산 구매 중개 역시 결제서비스 범주에서 제외하였다.
EBA가 규제 충돌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비조치 의견서까지 발부함으로써, 유럽에서 EMT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준비 중인 사업자들의 규제 부담은 매우 완화되었고 사업자들은 법적 명확성을 확보한 상태로 사업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를 정비해 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규제와 전통 금융규제 간의 접점과 중복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유사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유럽의 감독당국이 규제 충돌 상황에서 보여준 방향 설정과 사업자에 대한 절차적 배려는 국내 입법에 있어서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효봉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미래금융전략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