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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도 스테이블코인으로…에이온의 실험과 교보생명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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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규제 정비 속 글로벌·국내 보험업계,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 선점 경쟁 본격화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스테이블코인이 보험산업의 결제 인프라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보험중개사 에이온(Aon)이 보험중개업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보험료 정산 실험에 성공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교보생명이 웹3(Web3)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디지털자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국이 지난해 7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감독 체계를 규정한 ‘지니어스 법안(GENIUS·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을 제정한 이후 규제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보험업계의 블록체인 결제 도입 움직임이 글로벌과 국내에서 동시에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에이온, 보험중개사 최초 스테이블코인 보험료 결제 실험
12일 보험연구원(KIRI)에 따르면 에이온은 지난 3월 글로벌 보험중개사 가운데 처음으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보험료 정산 방식의 개념검증(PoC)을 수행했다.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 기업인 코인베이스(Coinbase)와 팍소스(Paxos)가 가입한 보험계약의 보험료를 대상으로, 실제 거래에 스테이블코인 정산을 제한적으로 적용해 보험 서비스 내 작동 가능성을 시험한 것이다.
이번 거래에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 USDC와 솔라나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 ‘페이팔 USD(PYUSD)’가 함께 활용됐다. 복수의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망, 거래상대방에 걸친 운용 가능성을 검증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보험상품 자체를 디지털자산으로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보험료 납부와 자금 정산 구간에만 블록체인 기반 달러 연동 결제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실험의 배경에는 국제 보험거래 특유의 비효율이 있다. 국제 보험거래에서는 보험계약자, 보험회사, 보험중개사 등 여러 주체 사이에서 자금이 순차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은행 영업시간, 중개은행 경유, 국가별 규제 차이 등으로 정산 지연이 발생하기 쉽다. 에이온과 참여사들은 이번 실험을 통해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보험료 납부의 속도와 투명성, 유연성을 높일 수 있고, 위험 이전과 자금 이동의 정합성도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에이온은 이를 상용화가 아닌 개념검증 단계로 규정했다. 스테이블코인 정산 활용의 전제로 엄격한 관리체계와 위험관리 프로세스를 제시하고, 관련 역량과 서비스를 규제 요건과 고객 선택 원칙에 맞춰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니어스 법안이 연 제도적 공간
에이온의 실험은 2025년 7월 제정된 미국 지니어스 법안 이후 형성된 규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이 법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고정된 금전적 가치로 상환되는 지급·정산용 디지털자산으로 정의하고, 발행자에게 100% 준비자산 보유와 월간 공시 의무를 부과했다. 자금세탁 방지, 제재 준수, 고객 확인, 법 집행 협조 의무도 포함됐다.
법 제정 이후 미국 정책은 스테이블코인을 법률상 허용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기업결제 인프라로 정착시키기 위한 이행·감독·집행 체계 정비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7월 대통령 산하 디지털자산시장 실무그룹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고비용의 기존 지급결제 체계를 현대화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재무부와 은행에 법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발행 인가, 수탁, 감사·보고, 해외 발행자 감독, 자본적정성 등 세부 감독기준을 담은 후속 규정안을 내놨고, 4월에는 미국 재무부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은행비밀법(BSA)상 금융기관으로 규정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
보험연구원은 미국의 후속 규정 정비와 에이온의 추가 검토가 이어지면서, 보험업계에서도 규제 적합형 스테이블코인을 보험료 납부와 자금 정산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생명, ‘웹3 금융사업추진팀’ 신설…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현재 국내 보험사 가운데 웹3 관련 조직 신설로 가장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4월 말 조직개편을 통해 ‘웹3 금융사업추진팀’을 신설했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등 디지털자산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전담 조직으로, 기존 디지털 전략 조직과 별도로 꾸려진 실행 조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팀은 디지털자산 중장기 ‘단계별 이행안(로드맵)’ 수립과 관리, 그룹사·파트너사 간 시너지 전략 기획, 디지털자산 인프라 및 생태계 기획 등을 맡는다. 해외 디지털자산 전문법인 설립과 글로벌 파트너 발굴도 검토 중이며 크로스보더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활용 사업, 국내외 규제 동향 분석 및 정책 대응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웹3 금융사업추진팀은 2023년 말부터 교보생명의 디지털전환 전략을 이끌어온 박진호 신사업·디지털담당 부사장 산하에 편제됐다.
교보생명의 행보는 조직 신설에 그치지 않는다. 박 부사장은 지난달 피오나 머레이 리플(Ripple)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과 만나 ‘리플 블록체인 인프라 활용 국채 거래 기술검증(PoC) 프로젝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사는 지난해 9월 파트너십 체결 이후 국내 규제 환경 분석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토큰화 채권 등 다양한 기술 모델을 검토해왔으며, 현재는 국채 등 실물 금융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해 블록체인상에서 거래하는 ‘토큰화 국채’ 기술 구조를 검증하는 단계다.
현재 국채 거래는 매매·결제 시스템이 이원화돼 기관 간 거래 내역 대조와 정산에 통상 이틀 이상이 걸린다. 블록체인 기반 단일 네트워크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결제하면 거래와 정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결제 불이행 같은 거래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는 게 교보생명 측 설명이다. 이는 에이온이 보험료 정산 실험에서 확인하고자 했던 ‘속도·투명성·정합성’과 유사한 문제의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써클(Circle)이 구축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아크(ARC)’ 공개 테스트넷에 국내 보험사 중 유일하게 참여했고, STO 장외거래 플랫폼 연합체 ‘KDX 컨소시엄’에도 주요 주주로 합류했다. 에이온의 실험에 쓰인 USDC의 발행사와 직접 접점을 만들어둔 셈이다.
여기에 일본 금융그룹 SBI홀딩스와의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SBI홀딩스는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그룹으로, 지난 3월 아크 네트워크의 네이티브 토큰 프리세일에도 참여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웹3 전담 조직까지 신설한 만큼 SBI그룹과의 디지털자산 협력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공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