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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④] 한국은 출발도 못했는데…세계 주요국 제도화 ‘새 판 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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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법적 틀을 마련할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법안 논의가 수년째 지연되는 사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제도 정비를 빠르게 추진하며 산업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 멈춰선 기본법 논의…원구성 이후 재개 여부 주목

11일 정치권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원내대표 임기 종료와 함께 활동을 종료했다.

해당 TF는 지난해 9월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으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면서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공전해 온 입법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당초 TF는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통합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중동 정세 불안과 지방선거 일정이 잇따라 겹치면서 논의는 사실상 멈춰 섰다. 결국 당 차원의 단일 법안은 나오지 못했고, 관련 입법은 개별 의원 발의에 머물렀다.

다만 최근 민주당이 디지털자산TF 재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의 재개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당은 상임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면 필요한 TF를 순차적으로 재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이 완료되면서 그간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재개될 발판이 마련됐다”며 “다만 입법 시계의 본격 가동 여부는 정무위를 포함한 경제 상임위 원구성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구성이 조기 마무리될 경우 민생·경제 법안부터 처리 속도가 붙을 수 있으나 협상이 장기화하면 비쟁점 법안까지 정기국회로 이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금융권, 거래소 지분 확보 나서며 선제 대응

정책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금융권과 업계는 디지털자산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인가 요건,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문제다. 특히 은행 중심 발행 구조를 채택할지, 비은행권과 핀테크 기업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은행 지분 51% 이상 보유 의무 도입 여부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발행 인가제, 100% 준비금 의무, 유동성 및 건전성 기준 등도 향후 시장 진입 장벽을 결정할 요소로 평가된다.

거래소 규제 역시 주요 쟁점이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초과 지분 처분 의무화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재산권 침해 및 경영권 제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법제화 논의가 답보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는 두나무 지분 약 4%를 확보했고,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거래소 OKX와 함께 코인원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나금융은 두나무 지분 6.55%를 확보했고, 한화투자증권도 두나무 지분을 확대했다.

이는 향후 거래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RWA 유통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통 금융의 거래소 지분 확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거래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의 필수 요소라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컨소시엄 주도로 개화할 전망인 만큼 향후 거래소에 대한 전통 금융 기업들의 투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신한금융과 KB금융, IBK기업은행, BNK금융, iM뱅크 등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네이버·두나무 연합이 주도권 확보에 나서자 금융권 전반에서도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 글로벌 규제 경쟁 본격화…미국·유럽·일본 속도전

반면 해외 주요국은 이미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자산 산업을 기존 금융시장 체계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 초안에서 디지털자산과 분산원장기술을 독립적인 전략 과제로 채택했다. 토큰화 증권 발행과 온체인 금융 인프라 구축, 수탁·거래·스테이킹 서비스까지 제도권 감독 체계 안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과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향후 미국 디지털자산 산업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법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클래리티법은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권을 명확히 하고 디지털자산 시장의 법적 지위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CFTC가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 상품을 승인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해외 거래소 중심으로 형성됐던 파생상품 시장이 미국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 규제 체계인 미카(MiCA)를 이미 시행 중이다. 오는 7월부터는 전환기간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모든 회원국에서 미카 인가 없이 영업하는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CASP)에 대한 규제 집행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동시에 디지털유로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는 이달 디지털유로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으로, 통과 시 본격적인 입법 협상이 시작된다.

일본 역시 적극적이다. 일본 금융청(FSA)은 암호자산을 금융상품거래법(FIEA) 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 발행 신탁형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제도 개편도 시행했다.

특히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일본 3대 금융그룹은 엔화 스테이블코인 공동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 역시 암호화폐 ETF 제도화와 엔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정부에 공식 제안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결정할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입법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이 제도 정비를 서두르는 가운데 국내 입법 논의가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늘경제 안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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