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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부활’②] 실체 없는 ‘코인 베팅’에 올인한 카카오페이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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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003억 원, 영업이익 322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7배 이상 폭증하며 수치상으로는 카카오 본사의 그룹 연결 실적 개선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냉정하다. 분기 순이익만 1,800억 원대 이상을 찍어내는 카카오뱅크에 비하면 체급 차이가 여전한 데다,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9만 원) 대비 반토막 수준인 4만 원대 중반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서 카카오페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공개 선언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발행 인프라부터 유통까지 잡겠다”며 카카오그룹 컨소시엄과 개별 회사 두 축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구조화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앱을 법정화폐, 스테이블코인, 지역화폐를 모두 담는 ‘슈퍼월렛’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타이밍도 계산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디지털 지역화폐’, ‘원화 스테이블코인 거래소’ 공약이 쏟아졌다. 카카오페이는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이미 갖고 있다는 포지셔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가 그리는 청사진 이면에는 법적 공백, 계열사 이해충돌, 한국은행과의 정면충돌이라는 세 개의 리스크가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발행부터 유통까지… 카카오페이가 그리는 슈퍼월렛

카카오페이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두 트랙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카카오그룹 컨소시엄(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차원에서 발행 인프라를 공동 설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카카오페이 단독으로 유통·결제 레이어를 장악하는 것이다.

신 대표가 제시한 ‘슈퍼월렛’ 구상은 카카오페이 앱 하나에 법정화폐·스테이블코인·가상자산·지역화폐를 모두 담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AI 에이전트 ‘카나나’와의 결합으로 자율결제까지 구현하겠다는 그림이다. 카카오페이가 이미 보유한 4000만 이용자와 결제·송금 인프라가 경쟁사 대비 우위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카카오페이는 x402 글로벌 오픈 프로토콜에도 참여했다. AI 에이전트 환경에서 발생하는 결제 수요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와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한 포석이다. 겉에서 보면 치밀한 전략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서 있는 땅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리스크① 법안도 없이 달리는 사업 구조

카카오페이가 그리는 스테이블코인 사업 구조는 현행법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전자금융거래법·특정금융정보법·자본시장법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 자산 기본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제도적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아이러니가 여기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방선거 공약 수요를 타고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선점하려 하지만, 그 지방선거 자체가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는 변수다. 선거가 끝났지만 여전히 문제다. 발행 주체 요건(은행 50%+1 룰 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 카카오페이가 비은행 핀테크라는 사실이 이 규제 리스크의 핵심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선불충전금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선불충전금은 이미 전자금융거래법의 규율을 받는다. 스테이블코인을 선불충전금으로 처리하는 순간 발행 규모에 제약이 생기고, 담보 준비금 운용에도 엄격한 제한이 붙는다. 카카오페이가 그리는 ‘글로벌 정산 인프라’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리스크② 계열사끼리 엮이는 이해충돌 구조

카카오페이가 발행·유통·운용을 동시에 설계하려는 구조는 같은 그룹 안에서도 긴장을 만든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수탁과 발행을 맡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는 유통과 결제를 맡겠다고 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운용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용까지 손을 뻗으면 카카오뱅크 영역과 겹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여러 계열사가 다 같이 엮이게 되는 구조다. 기존 금융권에서 이 같은 구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카카오뱅크가 은행권 공동발행 협의체에 참여를 유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케이뱅크·토스뱅크가 모두 협회에 합류했지만 카카오뱅크는 빠져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은행 연합군보다 카카오그룹 내 독자 구조를 선호한다고 본다. 그룹 이익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지만, 이것이 ‘공공 인프라 파트너’라는 카카오의 자기 규정과 배치된다는 시각도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문제는 있다. 카카오페이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지역화폐를 구축한 지자체는 카카오 생태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공공 예산으로 조성한 지역화폐 인프라가 민간 플랫폼에 종속되는 ‘락인(lock-in)’ 구조다.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이 바뀌어도 인프라는 카카오페이 안에 있다.

리스크③  한국은행이라는 거대한 벽

가장 구조적인 리스크는 한국은행이다. 한은은 비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예금 이탈과 대출 위축으로 이어지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약화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경우 ‘코인런’ 발생과 금융시스템 전반으로의 불안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직접 경고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무분별하게 발행되면 금융 안정성에 위험이 생기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약화할 수 있다. 기초 자산에 대한 회계 공시와 외부 감사 등 투명성 확보 장치가 필요하다.”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카카오페이는 핀테크 비은행 기업이다.

한은의 논리대로라면 카카오페이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다. 정치권이 ‘은행 50%+1 룰’을 법안에 포함시킨다면 카카오페이는 단독 발행이 원천 차단된다. 컨소시엄 구조로 우회하더라도 의결권과 수익 배분에서 은행에 종속된 하위 파트너로 전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페이가 처한 딜레마를 이렇게 표현한다. “규제가 열리면 은행이 주도하는 구조가 되고, 규제가 안 열리면 사업 자체가 없다.” 카카오페이가 기대하는 시나리오는 법안이 핀테크 친화적으로 통과되는 것뿐이다.

‘지방선거 공약 연계’의 역설

카카오페이가 지방선거를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던 B2G 전략은 지자체들의 ‘독자 금융 인프라 확보’ 경향이라는 구조적 변수를 마주하고 있다. 6·3 지방선거 국면을 지나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디지털 지역화폐 및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 자체는 활성화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 2024년 경기도가 지자체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도입 방안 연구 용역’에 착수하며 자체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 구축을 타진했던 사례에서 보듯, 공공기관의 궁극적 지향점은 민간 플랫폼에 대한 종속(Lock-in) 탈피다.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 특성상 특정 민간 기업에 시스템과 데이터를 독점시키는 구조는 행정적·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선거판에 먼저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카카오페이였지만, 공공 주도의 독자 노선 움직임과 규제 정국이 맞물리면서 실제 수주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은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짜 역설은 국회에 있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하반기 국회 원 구성과 동시에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처리를 둘러싼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나, 이는 카카오페이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무력화 우려’와 ‘은행 중심 발행(은행 지분 과반 제한 룰)’ 가이드라인이 강력한 법적 테두리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판을 흔들며 ‘슈퍼월렛’의 깃발을 먼저 꽂은 것은 카카오페이였지만, 선거 종료와 함께 시작된 하반기 입법 정국에서 발행 권한과 소유권을 둘러싼 진짜 주도권 싸움은 이제부터가 본게임인 셈이다.

 

[비즈트리뷴=양세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