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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거래소 지분 쟁탈전…원화 디지털금융망 선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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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형 기자

  • 입력 2026.06.04 15:35

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두나무에만 2조2000억원 집중…하나·한화·삼성 합류

금가분리 완화 기대 속 스테이블코인·법인거래 대비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국내 금융권 자금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인수에 나선 데 이어 한화투자증권, 삼성 금융·IT 계열사까지 가세하면서 5월 한 달 동안 두나무에만 약 2조2000억원의 금융 자본이 몰렸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투자 목적의 지분 거래로 보지 않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인 가상자산 거래 허용,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등 규제 변화가 맞물리면서 금융회사들이 거래소 지분을 미래 금융 인프라의 교두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총 1조원을 들여 두나무 지분 인수에 나섰다. 이어 한화투자증권이 5978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여기에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 3사가 6128억원 규모로 합류했다.

두나무 한 곳에만 대형 금융회사 자금이 연이어 들어간 셈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업비트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거래소 지분 확보가 향후 디지털금융 사업의 입장권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거래소 지분 재편은 두나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2월 코빗 지분 92.06%를 1335억원에 인수했다. 5월 말에는 한국투자증권과 글로벌 거래소 OKX가 코인원 지분을 각각 20%씩 공동 인수하는 본계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까지 포함하면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가운데 빗썸을 제외한 4곳의 주인이 1년 안에 바뀌는 구조다.

금융회사의 지분 매입 행보는 사실상 금가분리 원칙의 변화 가능성을 선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금융회사와 가상자산사업자 간 결합은 명문화된 법률보다 감독당국의 신중한 기조 아래 제한돼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금가분리가 법률에 명시된 규정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시장은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 이후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

향후 발행 주체 요건에 금융회사의 지분 참여나 협업 구조가 반영될 경우 거래소 지분은 단순 투자자산이 아니라 결제·정산 인프라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법인 가상자산 거래 허용 로드맵도 금융권을 자극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방향을 공식화하면서 기관 자금 유입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개인투자자 중심이던 거래소 시장에 법인과 기관 자금이 들어오면 거래대금과 수수료 기반, 기업가치가 동시에 재평가될 수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도 관전 포인트다. 1단계가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율에 초점을 맞췄다면, 2단계는 발행·유통·사업자 규율과 금융권 참여 범위를 정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규제가 확정된 뒤 움직이면 이미 주요 거래소 지분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들이 먼저 깃발을 꽂는 양상이다.

두나무에 자본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독보적 1위 사업자다. 여기에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 ‘GIWA 체인’을 보유하고 있고, 하나은행과 외화송금 기술검증을 완료한 경험도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 주식교환도 두나무의 전략적 가치를 키우는 요인이다.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두나무 지분은 네이버 디지털금융 생태계와 연결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거래소, 빅테크, 결제·정산 인프라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는 셈이다.

다만 투자 가격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장외 거래 가격으로 알려진 주당 31만원을 크게 웃도는 44만원대에 지분을 인수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가격 부담을 언급할 정도로 투자 규모가 작지 않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이번 투자금 5978억원이 자기자본 2조435억원의 29.3%에 달한다. 두나무와 토스뱅크 관련 투자지분 장부금액 합계가 자기자본의 74%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두나무 기업가치가 흔들리면 자본완충력에도 직접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재무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이후에도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6.2% 수준으로 국내 은행권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용평가업계는 하나은행의 두나무 투자를 단순 가상자산 익스포저 확대가 아니라 실시간 정산, 프로그래머블 결제 등 미래형 디지털 결제 인프라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시너지의 현실화 시점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확보했다고 곧바로 은행·증권·카드 사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법인 거래 허용 범위, 거래소와의 실제 협업 성과,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 완료 여부가 투자 성패를 가를 변수다.

빗썸의 독립 거래소 지위도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빗썸은 이번 지분 재편 흐름에서 빠져 있다. 다만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와 비덴트, 버킷스튜디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복잡해 향후 대형 금융사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거래소 지분 인수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만을 노린 투자가 아니다”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디지털자산 수탁 등 미래 금융 인프라의 길목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거래소 지분 경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관건은 어느 금융 컨소시엄이 거래소를 매개로 원화 디지털금융망의 표준을 먼저 구축하느냐다. 거래소 지분은 더 이상 주변부 투자자산이 아니다. 향후 10년 금융 인프라 재편을 가르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