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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1년 정책 점검] ‘가상자산 허브’ 약속했는데…제도화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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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기본법 제자리…법인투자·ETF 허용 요원
과세, STR 일괄 등 규제는 강력한데…’채찍’만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는 침체된 산업 성장과 미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한 정책들을 추진해왔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산업 육성과 디지털 전환 과속화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1년이 청사진을 제시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년은 실질적인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다. 테크M은 1주년을 맞이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점검하고 앞으로 경제 성장과 산업 육성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한민국을 ‘디지털자산(가상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면서 집권 후 산업 육성 기반 마련을 약속했다.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마무리하고 국가 차원에서 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 로드맵을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한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공약은 제자리 걸음 단계다.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은 정부안이 제때 나오지 않으면서 답보 상태다.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도 요원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는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정책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자리…하반기에야 논의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입법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정부안 제출이 늦어지면서 예정보다 입법 일정이 밀렸다.
또한 지난해 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은행 중심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변수가 됐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의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데다, 가상자산 업계의 반발 역시 강한 상황이다.
여야 모두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조속히 입법되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을 표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후반기 국회에서 속도감 있게 논의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국회 세미나를 통해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바로 법안소위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 금융당국 간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이 정리되지 않은 데다 6·3 지방선거 이후 일정도 만만치 않다. 지방선거가 마무리된 후 상임위원회 재구성, 하반기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한다면 빨라야 9월 이후 검토가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미국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가상자산 제도화를 위한 법안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는 가상자산 제도화 법인 ‘클래리티 법’법이 통과돼, 상원 본회의 최종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 가상자산 투자, 비트코인 현물 ETF 멈춰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역시 ‘하세월’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법인 시장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의 현금화를 목적으로 한 가상자산 매도를 허용하고, 단계적으로 전문투자법인 및 상장법인, 일반법인에게 실명계좌를 허용한다는 방침이었다.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허용은 국내 가상자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2017년 정부는 자금세탁과 시장과열에 대한 우려를 들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원칙적으로 제한해 왔다. 이 때문에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산업은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했고, 지나치게 변동성이 큰 데다 투자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인 투자가 본격화되고 기관투자자 자금이 유입되면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시장 신뢰도 역시 높아지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예고와 달리 법인 가상자산 거래는 제자리에 머물러있다.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의 매도는 허용됐지만, 전문투자법인과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한 실명계좌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 중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를 앞두고 거래소들의 AML 상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국정과제로 명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도 갈 길이 멀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기초로 한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기관투자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고, 금융위원회 또한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이나 일반상품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반면 가상자산과 관련된 규제는 반발 속에서도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FIU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시 일괄적으로 의심거래보고(STR)를 의무화하고, 트래블룰 적용을 확대하는 안 등을 추진 중이다. 내년 1월로 예정된 가상자산 소득 과세의 경우 과세 인프라 미비, 해외 거래소와의 형평성 등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뛰는 민간과 멈춰선 정부…규제와 진흥 속도 맞춰야
민간기업들은 선제적 투자 및 사업기회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에 연이어 투자하면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은 잇따라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 지분 인수에 나섰고, 미래에셋그룹 또한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을 인수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코인원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가상자산업 진출을 위한 기회를 모색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역시 법인 투자,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신사업 관련 채비에 한창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은 법인 전용 서비스 페이지를 오픈했으며, 고팍스 역시 별도 팀을 꾸려 법인 영업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 규모 거래 수요를 고려한 시간가중평균가격(TWAP) 주문 기능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자체 블록체인 ‘기와(GIWA)‘를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빗썸은 서클 등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유통망 구축에 속도를 낸다.
민간기업은 제도 변화에 대비해 오랜 기간 준비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당초 공약대로 ‘가상자산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와 보고 의무 강화 등 규제를 추진하기에 앞서, 육성을 위한 정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징이다. 이미 미국, 홍콩, 유럽 등 글로벌 지역에서 관련 제도를 정비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지수 기자 pjs@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