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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법 들어갔는데… 상반기 물건너 간 韓 디지털자산법 [AI금융의 과제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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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2단계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금융당국과 정치권, 업계 간 이견으로 장기 표류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규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클래리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안건에서 빠지면서 상반기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해 발행, 유통, 공시 등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법안이다.

청와대와 금융당국, 정치권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데다, 업계마저 기존 금융권과 디지털자산 업계 간 시각이 달라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다. 핵심 쟁점으로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 형태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문제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원화 스테이블 발행 주체로 시중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만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은행권 관리 아래에서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핀테크·가상자산 업계는 참여 범위를 보다 확대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당국은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최대 34%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지만, 청와대와 당국, 국회 간 의견 조율이 진통을 겪으면서 사실상 멈춰선 분위기다.

특히 지난 2월 말 여당 내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를 위한 디지털자산TF 자문회의 이후 추가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법안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자, 지난 3월부터는 정무위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실제 안건에서는 제외되며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재논의 시점은 6·3 지방선거 이후 정무위원회 재구성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7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만큼 연내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 사이에서 핵심 쟁점 정리가 되지 않아 상임위 안건으로도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빠르면 7월 이후 논의가 가능할 건데, 현재는 처리 속도 문제가 아닌 쟁점과 관련해 내부 합의가 안 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보다 안정성에 기반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은은 디지털 화폐 실증 사업 ‘프로젝트 한강’ 2단계 테스트와 연계해 예금토큰 상용화 방안 마련을 위한 외부 컨설팅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 논의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안인 ‘클래리티 법안’은 지난 14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다. 아직 상원 전체 표결과 하원 표결까지 통과해야 하지만, 백악관은 오는 7월 4일까지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미국 클래리티 법안 역시 은행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 ‘이자 지급’ 문제로 처리가 지연돼왔다. 하지만 의회가 “은행 예금과 같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거래소에 보관하기만 해도 이자가 붙는 것은 금지하는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송금·거래 등에 대해선 보상 형태의 혜택을 제공하자”는 방향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증권형과 상품형으로 나누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할 범위를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SEC 등록 없이도 발행자가 일정 한도 내에서 토큰을 판매할 수 있고, 비증권으로 분류한 토큰은 다시 증권으로 분류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반면 한국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사업 허용 범위가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다.

미국 외에도 해외 주요국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세부 제도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 규제법인 ‘미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인가·준비금·공시 등을 부과하고 있다. 홍콩도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조례’ 통과 이후 인가를 받은 발행사들에 라이선스를 발급해 시행하고 있다.

안광호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올해는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뒤집히는 결정적 기점”이라며 “7월 클래리티법이 시행되면 제도권 자본이 본격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각국은 미국 독점을 막기 위해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해 자국 자본 유출을 막고, 자국 실정에 맞는 맞춤형 규제를 빠르게 설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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