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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해외로 160조 증발”…국회 모인 글로벌 리더들, ‘원화 스테이블코인’ 촉구
Preserved body
달러코인 잠식 막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급
AI 에이전트 자동 결제 시대 도래
증권사 수탁·결제 인프라 내재화 필수
“EU MiCA식 획일 규제보단 英 위험비례 모델 참고”
글로벌 결제 생태계가 달러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급재편되는 가운데 국부 유출을 막고 디지털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도 서둘러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가 국회에서 나왔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2026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동향과 한국 디지
더불어민주당 이강일·민병덕 의원과 상생과통일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디지털융합산업협회(DCIA), 한국웹3블록체인협회(KWBA), 영국 DCGG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글로벌 주요 코인 발행사와 국내 금융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테더(Tether), 리플(Ripple), 퍼스트디지털(First Digital) 관계자들을 국내 국회 세미나에 처음으로 직접 초청한 자리다.
이날 전문가들은 지난해에만 160조원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현상과 관련해 이를 단순한 가상자산 규제 문제가 아닌 “통화주권과 지급결제 주권의 문제”로 규정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향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결단을 촉구했다.
개회사에 나선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디지털자산을 넘어 미래 디지털 경제와 금융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형 제도 설계와 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주식·디지털자산 밸류업 특위 위원장은 “2025년 한 해 동안 무려 160조원에 달하는 국내 자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며 “이는 우리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제도적 수용성이 글로벌 기준에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지표”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룰 테이커’가 아닌 ‘룰 메이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자본시장법 개정 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다 더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달스코’로 명명하며 “달스코는 이제 단순한 민간 디지털자산이 아니라 미국이 디지털 공간에서 달러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라며 “이 흐름이 계속되면 결제도 달러, 정산도 달러, 데이터도 달러 네트워크 위에 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달스코의 쓰나미에 수동적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즉 ‘원스코’를 공격적 수단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 의원은 원스코의 활용처로 지역 상권의 ‘단골코인’ 상용화, K-콘텐츠 글로벌 팬덤 결제·크리에이터 보상·IP 수익 배분, 그리고 아시아 디지털자산 협의체를 통한 역내 규제 정합성 설계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기흥 DCIA 회장은 “자본시장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시장 인프라로 수용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수익 분배와 인센티브 제공 같은 새로운 시도를 포용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2026년 이후의 경쟁은 기술 자체보다 금융 인프라와 제도 설계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을 잘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는가’다”라고 강조했다.
첫 기조발표에 나선 김태림 AXIS Law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는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 적용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시장은 차단을 택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객관적 정황이 이미 형성됐다”며 세 가지 핵심 수치를 제시했다.
2025년 국내 자금의 해외 거래소 이동 규모가 160조원에 달하고, 같은 기간 국내 5대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잔고는 55% 감소했다. 케이맨 법인 발행의 역외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Q’가 이더리움·베이스 체인에서 이미 유통 중이다.
김 변호사는 글로벌 규제 방향을 비교 분석하며 EU MiCA식 일률적 엄격함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 결과로 USDT는 EU 시장에서 사실상 퇴장하고 USDC는 EU 자회사 인가 우회를 시도하는 등 규제차익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엄격함이 곧 안전은 아니다”라며 영국의 위험비례 차등 규제 모델을 한국형 설계의 참조점으로 제시했다.
한국형 설계의 세 가지 원칙으로는 ▲안전장치(미국 GENIUS Act·일본 자금결제법 차용, 100% 준비금·신탁 격리) ▲자금 흐름을 국내로 유도(일본형 EPISP 중개기관 제도 차용) ▲공적·사적 영역의 연계(영국 통합원장 구상 차용, 예금토큰·CBDC 호환성)를 제시했다.
그는 “미국 지니어스 법안의 2027년 1월 전면 시행, 영국 규제체제의 2027년 10월 개시가 예정된 지금이 한국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형성에 참여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슈아 타운슨(Joshua Townson) DCGG 글로벌 정책 총괄은 EU MiCA와 차별화되는 영국의 디지털자산 정책 방향을 소개하며 “같은 우려에서 출발하면서도 다른 답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 영국 사례의 핵심 시사점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빈센트 척(Vincent Chok) 퍼스트디지털 CEO는 스테이블코인의 진화 단계를 제시하며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대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2013~2015년 거래, 2020년 디파이(DeFi), 2025년 결제를 거쳐 2030년에는 AI 에이전트가 인간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결제하는 ‘에이전틱 결제’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국경 간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을 수치로 제시했다. 기존 국제 송금은 35일이 소요되고 24%의 스프레드가 발생하지만, FDUSD 스테이블코인 레일을 활용하면 수 초 내 정산이 가능하며 수수료는 0.1% 미만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관 간 도매결제에서도 홍콩이 2025년 8월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체제를 가동해 2026년 3월 첫 라이선스를 부여했고, 싱가포르도 구현 중이라고 소개했다.
스테이블코인 미래 활용처로는 개인 재무 관리 AI 에이전트, 자율주행차의 독립 결제, 의료 상담에서 약국까지 즉시 연결되는 헬스케어 결제 시스템을 제시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리플 글로벌 공동 정책 총괄은 스테이블코인이 전통적 국경 간 결제 인프라를 어떻게 변혁하고 있는지를 수치로 제시했다.
최근 12개월간 조정 거래량 13조1000억달러, 활성 고유 송신 주소 3억800만개, 활성 고유 수신 주소 3억 6920만개, 총 거래 건수 159억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리플의 RLUSD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뉴욕 신탁회사 인가 하에 발행되는 완전 규제 준수 상품으로, 리플 페이먼츠에 직접 통합된 기업용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 명확성의 의미는 스테이블코인의 명확한 정의, 강력한 준비금 투명성·감사 가능성, 규제차익 방지를 위한 국경 간 조율, 실제 활용 사례에 기반한 공공-민간 협업”이라고 정의하며, 올바른 규제 체계 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보완적 혁신을 넘어 미래 금융시스템의 기반 구성요소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김기흥 DCIA 회장(경기대 명예교수)이 좌장을 맡아 ‘금융혁신과 디지털자산 정책’을 주제로 진행됐다.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유재훈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성기철 전 경기도 경제기획관, 변미경 광주은행 부행장, 최수혁 전 한국웹3블록체인협회장이 참여했다.
김기흥 회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할 것인지, 은행과 비은행이 함께 참여하는 복수 트랙 구조로 갈 것인지는 향후 국내 정책 설계의 핵심 쟁점”이라고 짚었다.
김 회장은 이어 “일본, 미국, EU, 홍콩 등 주요국 규제 프레임워크의 실제 성과를 발행사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듣고 한국형 모델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AI 에이전트·STO·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하는 미래형 금융 인프라 정비와 함께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간 정합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STO 시장 활성화를 위한 5대 구조적 과제를 지적했다.
▲비정형 자산의 가치평가 방법론 표준 부재로 인한 가격 발견의 어려움 ▲마켓메이커 기능이 빠진 장외거래중개업자 설계 ▲KYC·화이트리스트·락업 등으로 인한 참여자 풀 협소 ▲원화 스테이블코인 없이는 DvP 자동화가 불가능한 구조 ▲글로벌 유동성 풀과의 연결 차단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5대 선결 과제란 설명이다.
그는 “STO 법제화는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발행됐는가가 아니라 ‘거래됐는가’가 관건”이라며 가치평가 표준화, 유동성 공급 메커니즘, 결제·정산 디지털화가 지금부터 의도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미경 광주은행 부행장은 실물 경제와의 접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역설했다. “스테이블코인의 낮은 송금 비용과 즉시 정산 기능은 지역 소재 중소기업의 현금흐름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향후 지역화폐와 정책 자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할 경우 소상공인의 정산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글로벌 패널 토론에서는 조원희 한국웹3블록체인협회 회장(법무법인 DLG 대표변호사)이 좌장을 맡아 글로벌 시각에서 한국 디지털자산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레오나르도 리얼(Leonardo Real) 테더 CCO(준법감시인), 가일 딕스(Giles Dixon) 테더 글로벌 규제 총괄, 조슈아 타운슨(Joshua Townson) DCGG 글로벌 정책 총괄, 티모시 신(Timothy Shin) DCGG 한국 정책 총괄, 빈센트 척(Vincent Chok) 퍼스트디지털 CEO가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높은 디지털 금융 수용성과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 국가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하면서, 제도 설계의 속도가 관건임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마지막 패널 토론에서는 조진석 KODA 대표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지연에 대한 강도 높은 문제제기를 했다.
조 대표는 “지금 논의의 핵심 쟁점은 거래소 지분 제한, 발행 주체, 은행 중심 구조 여부 등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누가 발행권을 가질 것인가’에 논의가 과도하게 묶여 있으면, 정작 국가적으로 준비해야 할 디지털 지급결제 인프라 구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플랫폼 결제, 콘텐츠 결제, 기업 간 정산, 개인 간 송금, 나아가 내수 결제 시장까지 확산될 경우 원화 기반 결제 생태계가 점진적으로 잠식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한 가상자산 산업 규제가 아니라 통화주권과 지급결제 주권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조 대표는 해결 방향으로 ▲준비자산 100% 보유 ▲이용자 상환청구권 보장 ▲발행·상환·소각의 투명한 관리 ▲외부감사 ▲AML/CFT ▲재재대상자 차단 ▲커스터디 안정성 등 엄격한 요건을 전제로 은행, 핀테크 기업, 블록체인 기업, 커스터디 사업자, 전자금융업자 등 다양한 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갖고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발행권을 둘러싼 업권 간 주도권 다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지털 결제질서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RWA 토큰화에 대해서도 “전통 금융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기존 금융 인프라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흐름”으로 정의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 RWA 시장이 2026년 3월 기준 약 264억달러로 성장했지만 한국에서 초기에 열릴 부동산·미술품·음악 IP의 토큰화 시장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2차 시장 유동성도 미미하다”고 짚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군별 토큰화 전략과 규제 맵을 수립하고, 커스터디·결제·담보관리 통제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하며, 증권사·은행·거래소·법무·회계법인 간 협업 구조를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