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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 위해서는 AML 체계 미국 수준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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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FPSI)에 대해 미국과 사실상 동등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AML)·테러자금조달방지(CFT) 규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국 시장 유통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체계와 감독 수준 전반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정책 싱크탱크 MRI의 김종승 대표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AML 규율체계와 한국 특금법 정비 과제’ 세미나에서 “미국 재무부의 이번 규제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기존 은행비밀법(BSA) 체계 안의 별도 금융기관으로 편입하는 구조”라며 “대부분 기존 금융 규제를 그대로 따르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미 재무부가 지난 4월 10일 공개한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및 OFAC 공동 규칙제정예고(NPRM)를 중심으로 결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PPSI)에 대한 AML·경제제재 규율 체계를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NPRM은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 마련을 위한 포괄법안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위임 조항에 근거해 마련됐으며, 오는 6월 9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최종 규칙 시행 이후 사업자들은 약 12개월 이내에 관련 의무를 갖춰야 한다.

김 대표는 “FinCEN은 AML·CFT 전반을 담당하고, OFAC은 경제제재 준수 의무를 담당하는 구조”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발행·유통 전 생애주기에 걸쳐 제재 준수 의무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규제 체계의 핵심 특징으로 ‘1차 시장·2차 시장 구분’을 꼽았다.

그는 “발행사가 직접 상대하는 고객과의 거래는 1차 시장이고, 거래소 거래나 개인간(P2P) 거래 등은 2차 시장으로 본다”며 “AML 의무는 차등 적용되지만 OFAC 제재 준수는 1·2차 시장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내부통제, 독립감사, AML 책임자 지정, 지속적 직원 교육 등 기존 금융기관 수준의 AML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AML 책임자는 반드시 미국 거주자여야 하며 범죄 이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그는 “OFAC 규정에 따라 제재 대상 주소 차단, 자산 동결, 거래 거부, 합법 명령(lawful order)에 따른 소각·이전 조치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술 표준을 강제하진 않지만, 발행사는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테더가 OFAC 요청에 따라 이란 관련 지갑을 동결한 사례도 이런 구조와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중요한 점은 이러한 규제가 미국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국은 FPSI에 대해서도 ‘비교 가능(regime comparability)‘한 규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발행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시장에서 유통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AML·CFT 체계와 감독 수준 역시 미국과 사실상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현재 한국 제도가 아직 그 수준까지 충분히 정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유통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제도 정비와 정책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 대표의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오늘 이 자리에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와 한국의 제도 정비 과제에 대해 말씀드리게 됐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발표한 공동 규칙제정예고안(NPRM)이 국내 디지털자산 정책과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단순한 산업 규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 규제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면서도, 자금세탁방지(AML)와 경제제재 준수 체계를 글로벌 차원에서 확대 적용하려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번 NPRM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번 NPRM의 핵심은 미국의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PPSI)에 대해 AML·테러자금조달방지(CFT)와 제재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특히 FinCEN은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OFAC는 경제제재 이행 체계를 각각 담당하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전반에 대한 감독 구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1차 시장과 2차 시장을 구분해 규제를 차등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발행사와 직접 거래하는 고객은 1차 시장으로 보고 AML 모니터링과 의심거래보고(SAR) 의무를 부과합니다. 반면 일반 이용자 간 거래나 거래소 내 유통은 2차 시장으로 분류해 일부 의무를 완화했습니다. 다만 OFAC의 경제제재 준수 의무는 1차·2차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전 생애주기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기술적 대응 능력입니다. 미국 규제 체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해 단순히 규정 준수 선언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특정 주소를 차단하거나 자산을 동결·소각·이전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합법적인 명령이 내려질 경우 이를 즉시 이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이번 NPRM은 기존 금융권 수준의 AML·CFT 프로그램 구축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부통제, 독립 감사, AML 책임자 지정, 지속적인 직원 교육 등 이른바 ‘4대 요소’를 모두 갖춰야 하며, 단순히 최초 승인 시점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포함됩니다.

특히 수익자(beneficial owner) 정보 수집 범위도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거래하는 기관 고객의 경우 단순 법인 정보뿐 아니라 실질 지배자 개인 정보까지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기존 은행권 수준의 고객확인(KYC) 체계를 사실상 그대로 적용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제재 준수 측면에서는 ‘무과실 책임(strict liability)’ 구조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즉 위반 사실을 몰랐더라도 민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정상적인 모니터링을 했다면 알 수 있었던 상황까지 책임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글로벌 유통 과정 전체를 상시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규제가 미국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은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FPSI)에 대해서도 ‘비교 가능(regime comparability)’한 규제 체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에서 발행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시장에서 유통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AML·CFT 체계와 감독 수준 역시 미국과 사실상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현재 한국 제도가 아직 그 수준까지 정비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재 국내 논의는 주로 발행 허용 여부나 사업 구조에 집중돼 있지만, 실제 글로벌 유통 단계에서 요구되는 AML·CFT·경제제재 대응 체계까지는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법원이나 규제기관의 합법 명령에 대해 국내 발행사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국내 특금법과 미국 규제 체계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트래블룰 기준은 100만원인 반면 미국은 3000달러(약 446만원)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발행사 간 거래에 대한 면제 규정 등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향후 국내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함께 검토돼야 할 사안입니다.

결국 이번 미국 NPRM은 단순한 해외 사례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기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단순한 민간 사업이 아니라 금융·제재·기술 인프라가 결합된 영역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큽니다.

디지털자산 산업은 이제 단순히 국내 규제만으로 운영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글로벌 규제 정합성과 기술적 대응 능력까지 함께 갖춰야만 시장 신뢰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역시 특금법 시행령과 디지털자산 관련 법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국제 흐름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