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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예금·결제·대출 흔드는 ‘디지털 머니’ 부상…’위기 vs 기회’ [정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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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금융연구원(KIF)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韓 은행업 ‘높은 예대율’, ‘요구불예금 집중’ 구조…스테이블코인 영향에 더 크게 노출
KIF “은행에 위협만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 기회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진단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 규제 설계에 더 크게 좌우”…”은행 유형별 전략 달라져야”
스테이블코인이 24시간 실시간 송금과 저비용 해외이체,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자동 결제 같은 강점을 앞세워 결제·무역금융·소비자 송금 영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예금 감소와 대출 재원 축소, 결제 수수료 약화라는 충격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예대율이 높고 요구불예금 의존도가 큰 한국의 은행 구조상 스테이블코인의 파급력은 주요국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KIF)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8일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암호자산 시장의 보조수단을 넘어 실물 금융인프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한국 은행업의 핵심 수익구조를 뒤흔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국채·머니마켓펀드(MMF) 등 고유동성 안전자산을 준비자산으로 두고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효율성과 전통 화폐의 안정성을 결합한 디지털자산이다. 2018년 이후 본격화된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24시간 실시간 송금, 국경 간 즉시 이체, 자동 결제 같은 장점을 갖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미국·EU·일본이 잇따라 규제 체계를 구축하면서 불확실성이 빠르게 줄고 있다. JP모건과 씨티그룹 같은 글로벌 대형 은행이 이미 관련 결제 서비스를 상용화한 것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은행(WB)은 평균 6~8% 수준인 국제 송금 수수료가 스테이블코인 활용 시 1% 미만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글로벌 규제의 방향은 국가별로 다르다. 미국은 2025년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해 연방 차원의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규제 틀을 마련했지만, 준비금의 특정 비율을 은행에 예치하도록 강제하지 않아 은행 예금 기반 보호 장치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EU는 MiCA 체계를 통해 전자화폐토큰 발행 주체를 은행 또는 전자화폐기관으로 제한하고, 준비금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은행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 역시 은행 중심의 보수적 설계를 택했다. 규제 방식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시스템과 충돌할지, 아니면 은행을 품은 채 성장할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업계가 특히 민감한 이유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우선 은행 예금이 줄고, 그 자금이 발행사의 준비금으로 이동하면서 은행 유동성과 대출 재원이 약해질 수 있다. 동시에 결제 기능 일부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전되면 송금·결제 관련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이 2000억달러 증가할 경우 은행 시스템 전체 대출이 650억~1410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고, IMF도 이자 지급이 허용되거나 그와 유사한 혜택이 붙을 경우 예금 이탈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Citi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은행권 예금이 최대 1조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장기 최대치 전망으로서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 은행업의 경우 두 가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의 영향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 즉 ‘높은 예대율’과 ‘인터넷은행의 요구불예금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한국의 주요 시중은행 원화예대율은 100~110%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인 약 80%(BIS 통계 기준)를 웃도는 것으로 정리된다. 예대율이 100%를 초과한다는 것은 예금만으로는 대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이미 은행채 등 도매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스테이블 코인으로 예금이 감소할 경우, 대출 축소 또는 고비용 도매 자금 조달 확대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요구불예금 조달 비중은 시중은행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점은 저원가 조달에 크게 의존하는데,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기능을 대체할 경우, 인터넷은행은 이 기반이 축소되면서 수익성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성장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ROA 하락폭이 시중은행보다 수배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은행에 위협만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은행이 가진 신뢰, 고객 기반, AML·KYC 역량, 무역금융 전문성은 스테이블코인 시대에 더 값비싼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진입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대형 시중은행이 컨소시엄 구성 또는 독자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준비금 운용수익과 발행 수수료를 노리는 ‘발행사형’ 진입, 결제·청산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거래 처리 수수료를 수취하는 ‘인프라형’ 진입, 그리고 발행사 준비금 수탁과 법정화폐-스테이블코인 전환을 맡는 ‘수탁·온오프램프형’ 진입이다.
은행 유형별로는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형 시중은행은 주도 또는 자체 발행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도하는 적극적 전략이 유효하고,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은 공동 컨소시엄과 지역 특화 고객 중심 접근이 현실적인 방안이며, 인터넷은행은 스테이블코인 서비스 직접 제공하는 방안과 함께 조달 구조 다변화를 병행함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시장의 흐름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규제 설계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봤다. 즉, 핵심 변수는 발행 주체 허용 범위, 준비금 관리 방식,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의 관계 설정이며, 이는 규제 당국과 은행업계 모두에게 전략적 선택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먼저 준비금 관리방법의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금의 일정 비율을 은행에 예치하도록 하는 방식은 스테이블코인 성장과 은행 금융 안정의 공존을 가능케 한다”고 했다. 반면 준비금을 국채·MMF 등 비은행 자산으로 전면 허용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성장이 은행 예금 기반 약화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국의 높은 예대율 구조를 고려하면 준비금 관리방법을 신중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발행 주체의 범위는 혁신 촉진과 금융 안정의 균형을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발행을 한정하는 방식은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혁신이 약해질 수 있고, 빅테크까지 전면 허용하면 혁신은 빨라지나 은행 예금 유출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핀테크 기업의 발행을 허용하되 준비금 관리 의무화와 건전성 규제를 결합하는 방식이 두 목표의 균형을 달성하면서 국제 규제 정합성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CBDC간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정책 변수로 경쟁 관계보다 보완 관계로 설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중 규제의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선임연구위원은 규제 설계 과정에서 은행업계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규제 환경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혁신하는 방향이 한국 은행업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가상자산 시장 안의 주변 변수가 아니다. 결제와 송금, 무역금융과 기업 자금이동의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은행업에는 예금 이탈과 신용 창출 약화, 결제 수익 축소라는 압박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발행·결제 인프라·수탁 같은 새로운 수익 기회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승패는 시장이 아니라 제도 설계와 선제 대응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규제 당국은 혁신과 금융안정의 균형점을 정교하게 찾아야 하고, 은행권은 방어보다 참여를 택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한국 은행업의 대응 속도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알림] 본 기사는 금융연구원의 분석·진단보고서를 토대로 정보 제공 차원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관련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