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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웃고 은행·증권 운다…디지털자산법 9월로 밀리자 ‘법인 안전장치’도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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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기회’ 지연…주도권 확보 늦어져
증권사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좌초…상품화 전략 차질
핀테크는 ‘양날의 검’…규제 비어 있지만 투자도 멈춰
‘법인 안전장치’ 공백…OTC·브로커리지 도입도 지연
금융위·정무위 “속도보다 정합성”…결국 9월 이후로
“결국 불확실성 장기화”…시장 양극화 심화 우려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지방선거와 국회 일정에 밀려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논의가 오는 9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법인 투자 허용을 앞두고 준비되던 시장 안정 장치까지 사실상 멈춰 섰다. 규제 공백이 길어지면서 거래소는 단기 반사이익을 얻는 반면, 은행·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사는 사업 기회를 놓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거래소는 ‘시간 벌었다’…지분 규제·시장 재편 지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일단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당초 논의됐던 대주주 지분 제한과 사업자 구조 개편이 뒤로 밀리면서 기존 사업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국내 1위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비롯해 빗썸코리아, 코인원 등은 법 개정 시 지배구조 개편이나 신규 규제 적용 가능성에 대비해왔지만, 입법 지연으로 당장의 부담은 덜었다.
특히 법인 투자 허용을 앞두고 거래소들이 도입한 시간가중평균가격(TWAP) 주문 기능은 대규모 자금 유입에 따른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장치로 활용될 전망이다. 거래소 내부에서는 법인이 시장에 들어오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장내에서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근본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TWAP는 거래를 분산하는 기술적 장치일 뿐, 대규모 물량을 시장 밖에서 처리하는 제도적 기반까지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기회’ 지연…주도권 확보 늦어져
반면 은행권은 명확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는 방향의 입법을 전제로 사업을 준비해왔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은행은 디지털자산 생태계 내에서 결제와 발행을 동시에 담당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입법 지연으로 제도권 금융의 시장 진입 시점 자체가 늦춰지면서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준비만 하고 실제 사업은 못 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대비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증권사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좌초…상품화 전략 차질
증권업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은 디지털자산을 기반으로 한 중개·운용 사업, 이른바 ‘프라임브로커리지’ 진출을 검토해왔다.
특히 법인 투자 확대와 함께 장외거래(OTC) 및 블록딜을 중개하는 구조가 마련될 경우 증권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관련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거래소 외에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며 “법이 정리돼야 시장이 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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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는 ‘양날의 검’…규제 비어 있지만 투자도 멈춰
핀테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을 유지하게 됐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이라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은 스테이블코인 및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실험할 수 있는 여지는 확보했지만,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대규모 투자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금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 회색지대”라며 “사업 확장보다 관망이 우선되는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인 안전장치’ 공백…OTC·브로커리지 도입도 지연
문제는 법인 투자 허용과 함께 도입돼야 할 시장 안정 장치 역시 함께 멈춰섰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법인의 투자 규모를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고 시가총액 상위 코인으로 투자 범위를 좁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시장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고 본다. 해외의 경우 장외거래(OTC)와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통해 대규모 물량을 거래소 밖에서 소화하며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구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규정할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지연되면서 제도 설계 자체가 멈춘 상태다. 특히 현행 법안 초안에는 OTC 거래나 사업자 유형 구분이 명확히 반영되지 않아 체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정무위 “속도보다 정합성”…결국 9월 이후로
정책 당국과 국회 역시 속도 조절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인 투자 허용은 시장 변동성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단순히 문을 여는 것보다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OTC, 브로커리지, 시장 안정 장치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도 “지방선거와 원 구성 일정이 겹치면서 법안 심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쟁점이 많은 법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 이후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불확실성 장기화”…시장 양극화 심화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 지연이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거래소 중심 구조가 고착화되는 반면, 은행과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의 참여는 늦어지면서 산업 전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거래소만 준비된 상태에서 법인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권 금융과 인프라가 함께 들어와야 시장이 안정되는데 그 타이밍이 어긋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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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 기자 po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