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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법 6개월째 표류, 핑거가 가장 초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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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광동제약 STO 레퍼런스 쌓았지만 매출 연결 통로가 없다

한은 후보자 ‘공존’ 전향에 업계 기대감…6·3 선거가 또 다른 변수

국내 금융 핀테크 기업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가장 절박한 곳 중 하나는 코스닥 상장사 핑거다.

스마트뱅킹 플랫폼 기업으로 출발한 핑거는 2022년부터 토큰증권(STO) 플랫폼 개발에 뛰어든 데 이어, 전자지갑과 분산신원증명(DID) 기술을 내재화하고 ‘구독형 All-in-One STO 솔루션’ 출시까지 준비하며 블록체인 기반 신사업 비중을 키워왔다. 이미 농협은행 STO 플랫폼, 광동제약 식음료 기초자산 유동화 플랫폼 구축을 마친 상태다. 문제는 이 레퍼런스들을 실제 매출로 이어줄 제도적 통로가 6개월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지난해 말 연내 발의가 예고됐지만 끝내 국회에 오르지 못했다. 2026년 1월 설 전 발의를 추진했던 여당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금융위원회·한국은행 간 이견,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핵심 쟁점을 좁히지 못하며 재차 일정이 밀렸다. 3월 중 열릴 예정이었던 금융위 당정협의회마저 중동 사태에 따른 증시 불안을 이유로 연기됐다.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일정표에도 이 법안은 빠져 있다. 통상 선거 2~3개월 전에는 민감한 입법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점에서 6·3 지방선거 이후로 발의가 사실상 후퇴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핑거가 떠안는 비용은 이중적이다. 직접 매출 기회를 놓치는 것과 함께, 선점한 레퍼런스의 ‘유통기한’이 줄어드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STO·스테이블코인 플랫폼 구축 시장에서 은행·증권사들은 파트너를 선택할 때 기술력보다 이미 검증된 운영 이력을 우선한다. 제도가 늦게 열릴수록 후발 경쟁자가 새로운 레퍼런스를 쌓을 시간도 함께 생긴다는 뜻이다.

유안타증권 권명준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개화하면 금융사들은 자체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이 필요하다”며 “핑거는 STO 플랫폼 개발 이력과 전자지갑·DID 기술 내재화, 20년이 넘는 금융 플랫폼 개발 경험을 갖춰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역으로 이 평가는 법제화가 늦어질수록 수혜 실현도 늦어진다는 사실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러나 지난주 들어 국면 전환의 단서가 나왔다. 대표적인 가상자산 회의론자로 꼽혔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4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미래 통화 생태계 내에서 보완·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4월 27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개최를 검토하며 여야 간 일정 협의에 착수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이제 논의는 소모적 찬반을 넘어 안전한 설계와 제도화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 속도를 가장 세게 조였던 한국은행의 입장 변화가 공식화되면서 교착 상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핑거는 법제화가 지연되는 공백 기간을 놀고 있지 않았다. 2025년 연간 연결 기준 매출 916억1000만원, 영업이익 14억7000만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27.9% 늘어난 것은 금융기관의 비대면 채널 투자 확대에 힘입은 스마트뱅킹 플랫폼 수주 증가 덕분이다. 4월에는 금융 생성형 AI 기업 원라인에이아이와 공동으로 IBK투자증권의 ‘생성형AI 내재화 사업’을 수주했다. 2024년 IBK투자증권의 AI 챗봇 구축에서 유효성 검증(PoC)을 거쳐 본격 시스템 구축 단계로 격상된 계약이다. NH투자증권·하나증권에는 모바일신분증 인증용 AI패드를 공급하고 은행권으로의 납품 확대를 노리고 있다. 법제화 지연이 장기화하는 동안 기존 금융 플랫폼과 AI 사업으로 매출 기반을 다지는 브릿지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핑거의 수익 구조 전환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이뤄지려면 스테이블코인·STO 사업의 본격 가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영업이익률 1.6%에 그친 2025년 실적은 기존 SI형 사업만으로는 수익성 도약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구독형 STO 솔루션이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수수료처럼 반복 매출 구조가 자리를 잡아야 이익률이 의미 있게 올라선다.

6·3 지방선거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재개될 경우 연내 통과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시행령과 가이드라인 마련, 금융사들의 시스템 발주까지는 수개월의 시차가 불가피하다. 핑거가 쌓아온 레퍼런스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결국 국회의 입법 속도에 달려 있다.

리드경제/김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