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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인가 박제인가… 2단계 입법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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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플러스 = 권미경]
2026년,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이 거대한 변곡점에 섰다. 1단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장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면, 현재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2단계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산업의 생사를 가를 ‘진짜 게임’이다. 특히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규제 논의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국가 통화 주권과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건드리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쟁점의 핵: “은행의 성벽인가, 핀테크의 개방인가”
현재 2단계 입법의 최대 격전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의 자격 요건이다. 한국은행은 통화 안정성을 이유로 매우 보수적인 입장이다. 비은행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대량 발행할 경우 지급준비율을 통한 통화량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이 최소 51% 이상의 지분을 가진 컨소시엄에만 발행권을 줘야 한다는 이른바 ‘51% 룰’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자본금 요건과 기술력을 갖춘 핀테크 기업의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왔다. 그러나 최근 당국 내에서도 안정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은행 자회사 형태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15% 지분 제한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그림자 규제: 거래소 ‘지배구조’의 전면 개편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맞물려 거래소를 ‘공적 금융 인프라’로 격상시키려는 움직임도 매섭다. 정부안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1인 혹은 특정 가문 중심의 지배구조를 가진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의결권을 초과하는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 이는 ‘거래소의 사유화 방지’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이자 혁신을 저해하는 관치 금융의 재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규제가 지나치게 ‘안정성’에만 매몰되어 글로벌 흐름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국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지급용 스테이블코인을 증권 규제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통해 민간 주도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이 은행 중심의 폐쇄적 구조만 고집한다면, 결국 외산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공학 전문가는 “단순히 발행자의 지분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100% 이상의 고유동성 자산 확보’와 ‘실시간 준비자산 공시’ 같은 기술적·투명성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에 더 효과적이다.”고 전했다.
2단계 입법은 당초 2026년 상반기 통과를 목표로 했으나, ‘51% 룰’에 대한 관계 기관 간 이견으로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의 논의 방향은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의 부수 업무’ 정도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이다. 단순히 원화를 디지털로 옮기는 것을 넘어 RWA(실물자산 토큰화)나 국경 간 송금 혁신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만약 규제안이 은행권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핀테크의 진입을 막는 방향으로 결론 난다면, 한국의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용 ‘디지털 상품권’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이 산업의 싹을 자르는 ‘박제 규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2026년 남은 하반기는 대한민국이 ‘디지털 금융의 허브’가 될지, 아니면 ‘규제의 섬’으로 남을지를 결정짓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