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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스테이블코인 판 키우는 거래소…’규제 벽’에 시장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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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외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규제 강도를 높이며 시장을 통제하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어, 산업 내 온도차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DC 발행사 서클이 국내 주요 거래소들과 잇따라 협력에 나서면서, 국내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 거래소, ‘투자 자산’ 넘어 결제·인프라로 확장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단순 매매 플랫폼을 넘어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클은 두나무와 빗썸, 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들과 연이어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사실상 전방위 시장 진입에 나섰다.
두나무는 서클과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디지털자산 생태계 전반에 걸친 협력을 추진한다. 교육 프로그램부터 스테이블코인 활용 확대까지 범위가 넓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규제 친화적인 디지털자산 사업 운영 노하우가 있는 써클과 협력하게 되어 기쁘다”며 “제도권 내에서 건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빗썸 역시 서클과 손잡고 USDC 거래를 위한 멀티체인 기술 적용과 인프라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력(MOU)는 서클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자사 플랫폼의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코인원은 한발 더 나아가 유동성 확대와 사용자 참여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USDC 거래 수수료 면제와 에어드롭 이벤트 등 프로모션을 통해 실제 이용 기반을 넓히는 전략이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거래소들의 행보는 ‘스테이블코인 중심 금융 인프라 구축’으로 해석된다. 거래소가 가격 변동성 높은 자산의 거래 중개를 넘어, 안정적인 결제·정산 시스템으로 역할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코빗도 생활 금융 플랫폼 ‘머니트리(Moneytree)’ 운영사 갤럭시아머니트리와 협력해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카드 충전–결제–정산이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고, 실제 온·오프라인 결제까지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투자 자산에서 실사용 자산으로 전환되는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 규제는 ‘속도 조절’…당국과 거래소 충돌 심화
거래소들이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과 달리, 금융당국은 규제 강도를 높이며 시장 통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빗썸과 코인원에 대해 대규모 제재를 단행했다. 코인원에는 영업 일부정지 3개월과 과태료 52억 원, 대표이사 문책경고가 내려졌고, 빗썸에는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368억 원이 부과됐다. 위반 규모도 적지 않다. 코인원은 약 9만 건, 빗썸은 665만 건에 달하는 KYC 및 거래 제한 의무 위반이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와 당국 간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빗썸은 제재에 대해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두나무 역시 FIU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확장과 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은 글로벌 흐름에 맞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규제 환경이 빠르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방향성이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거래소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한국은행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디페깅, 디지털 뱅크런, 통화정책 약화 등 ‘7대 리스크’를 언급하며 강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정책 방향은 ‘허용’보다는 ‘통제 속 점진적 도입’에 가깝다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 법제화 지연…시장 기대와 정책 간 괴리
제도 측면에서도 분야별 속도 차는 뚜렷하다.
토큰증권(STO)은 지난 1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제도화 기반이 마련됐지만,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여전히 구체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역시 법제화 일정이 지연되면서 시장 확대의 핵심 축이 막혔다. 이는 현물 ETF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까지 연쇄적으로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 재차 강조된 만큼 관련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정부안 발표 시기 등이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 가상자산 관련 규제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의 가상자산에 대한 접근 제한 기조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디지털자산 법제화 지연이 글로벌 흐름과의 괴리를 키우는 요소로 지적되는 가운데 서클은 한국 시장에 대한 직접 진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제레미 알레어 서클 CEO는 “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관련 법안이 글로벌 기업의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면 정식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규제 방향이 구체화되면 이에 맞는 인허가를 확보한 뒤 제도권 내 사업 운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재 미국은 지난해 7월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자격과 의무를 명확히 하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통과 이후,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등 추가 규제 정비를 이어가며 제도적 틀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사업자 입장에서는 정책 확정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소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금융 인프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당국은 규제 체계를 정비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가상자산 패권 경쟁이 국내에 어떻게 자리잡을지 향후 법제화 속도와 정책 방향에 주목된다.
오늘경제 안채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