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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 대전환] 고환율 속 10조 ‘그림자 달러’…스테이블코인, 변수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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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테이블코인 9.7조 순유출…’달러 유출 경로’ 구조화

환율 1,500원선 위협 속 외환 통계 밖 자금 흐름, 변동성 키워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 “스테이블코인, 통제 전제 제도화 필요”

민간 vs 중앙은행 충돌에 디지털자산법 지연, 경쟁력 약화 우려

코스피와 환율을 흔드는 변수로 중동 리스크와 금리 경로가 거론되는 사이, 외환시장 내부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에서 1,500원선을 위협하는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수출입·자본거래 중심의 달러 수급 외에 제도 밖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달러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자금 이동이 급증하면서, 외환시장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가시적 달러 수요’가 환율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10조원 규모의 자금이 해외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제도는 뒤처진 채 시장 구조 변화만 선행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 리스크로 지목된다.

◆ 고환율 덮친 ‘보이지 않는 달러’…스테이블코인 9.7조 유출, 환율 변동성 위험

13일 한국은행이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신현송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해외 사업자로 순유출된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총 9조7483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3조4742억원, 2분기 2조1815억원, 3분기 1조5162억원, 4분기 2조5764억원이다. 100만원 이상 거래 기준이며, USDT·USDC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대상이다.

이 자금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뒤 가상자산 파생상품 투자나 레버리지 거래 증거금으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가상자산 가격 급락 국면에서는 추가 증거금 수요가 늘며 유출 규모가 다시 확대됐다.

문제는 이 흐름이 현재 환율 환경과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달러 강세가 겹치며 환율이 1,500원선에 근접하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을 거치지 않는 디지털 자산 이동 형태로 달러 수요가 형성되면서, 기존 외환시장 통계로 포착되지 않는 ‘그림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강경’에서 ‘관리’로 선회…신현송 “스테이블코인, 통제 전제 제도화 필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같은 자료에서 “적절한 제도적 장치 없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외환정책 유효성이 약화되고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글로벌 통화 질서와 금융안정 이슈를 연구해온 인물이다. 그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유동성 파편화, 통화주권 훼손, 금융중개 약화 등을 이유로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이번 청문회 답변서에서는 다소 조정된 모습이다. 스테이블코인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제도권 안에서 관리 가능한 형태로 편입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중요하다”고 밝히며 법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행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폴리뉴스에 “후보자의 기본 인식은 여전히 통화 안정 중심이지만, 시장 흐름을 고려해 제도화 필요성은 분명히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그 전제는 어디까지나 통제 가능한 구조라는 점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리스크 커지는데 평행선”…디지털 통화 주도권 싸움에 입법 지연

문제는 법 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설계 방향을 둘러싼 충돌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감독 권한, 규제 수준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국회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입법 지연 자체를 리스크로 보고 최소한의 틀이라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의원은 폴리뉴스에 “지금은 제도 공백이 가장 큰 위험이다. 최소한의 구조라도 먼저 만들어야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이미 디지털자산 시장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우리가 제도 논쟁에 묶여 있는 사이 경쟁력만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입법 속도보다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중앙은행 중심 통제 체계 없이 시장을 먼저 열 경우 외환 규제 우회와 자본 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각이 향후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을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 주도 모델’이 강화될 경우, 국가 주도의 통화 체계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민간 중심 스테이블코인 확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장 주도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 통화 체계를 둘러싼 논쟁은 ‘통제 중심 모델’과 ‘시장 중심 모델’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도 설계가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부적인 발행 구조, 감독 체계, 외환 규율 방식 등 핵심 법적 장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 이동은 이미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리스크는 조용히 커지고 있는데 정책은 방향만 두고 평행선을 긋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환율 환경 속에서 기존 외환시장 밖에서 형성되는 달러 수요까지 확대되는 만큼, 속도와 안정성을 모두 반영한 구체적인 법적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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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주 기자

kwon11@pol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