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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판 흔든다”···2단계 본격화하는 CBDC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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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디지털화폐 실사용 확인”···예금토큰 기반 상용화 단계 진입
KB·신한·하나·기업 등 9개 은행 참여···결제 인프라 주도권 경쟁
[이뉴스투데이 전주영 기자]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실험 결과를 담은 지급결제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은행권이 결제 인프라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결제와 송금, 공공 재정 집행까지 가능한 ‘실사용 단계’에 진입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프로젝트 한강’ 1차 실거래 파일럿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을 연계한 지급결제 구조가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화폐의 발행·환수·폐기, 전자지갑 개설, 예금과 토큰 간 전환, 결제 기능 등이 전반적으로 문제없이 수행됐고, 디지털 바우처 역시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동 집행되는 방식이 구현됐다.
특히 약 8만1000명이 참여해 11만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등 실거래 환경에서도 시스템 안정성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디지털화폐 실험이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실제 상용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험에는 은행권 참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2단계 사업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농협·부산은행에 BNK경남은행과 아이엠뱅크가 추가된 총 9개 은행이 참여한다. 기존 1단계(7개 은행) 대비 참여 범위가 넓어지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모두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유통하는 구조다. 기존 계좌 체계를 유지하면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결제와 정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특징으로, 중간 결제망을 줄여 비용을 낮추고 실시간 결제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별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BGF리테일과 협력해 전국 약 1만9000여개 CU 편의점에서 예금토큰 결제를 구현하며 오프라인 결제망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QR·바코드 결제와 생체인증, 자동 충전 기능을 결합해 실제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KB국민은행은 PG사 KG이니시스와 협력해 기존 가맹점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확산 기반을 마련했다. 별도 단말기 없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설계해 가맹점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와 보험, 카드 결제까지 연계해 생활 전반으로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를 연결해 온·오프라인 결제 흐름을 통합하려는 전략이다.
IBK기업은행은 GS리테일과 협력해 하반기부터 전국 GS25 매장에서 예금토큰 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결제뿐 아니라 정산 시스템까지 포함한 실거래 검증에 나선다.
BNK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은 예금토큰 전환과 결제, 개인 간 송금 기능을 구현하는 동시에 특정 용도로 사용을 제한하는 ‘목적형 디지털 화폐’ 기능도 실험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유통·플랫폼과 결합해 결제망 구축에 나선 것은 기존 결제 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결제 시장은 카드사와 빅테크 중심으로 형성돼 있지만, 예금토큰이 상용화될 경우 계좌 기반 직접 결제가 확대되며 시장 주도권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실험은 정책 수단으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함께 시험하고 있다. 디지털 바우처 등 ‘프로그래머블 화폐’ 기능을 통해 보조금과 정책자금의 사용처를 제한할 수 있어 재정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사용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금토큰을 통해 은행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특히 ‘프로젝트 한강’ 설계 과정에서 신현송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디지털 커런시 분야에서 BIS에서 오랜 기간 연구해온 전문가가 오는 만큼 더 발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후보자가 몸담았던 국제결제은행(BIS)은 각국 중앙은행과 함께 디지털화폐 및 차세대 지급결제 시스템을 연구하는 핵심 기관으로, 한국의 디지털화폐 모델 역시 이러한 국제 논의 흐름 위에서 설계된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 주요국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디지털화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중앙은행 주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디지털 결제 생태계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유럽은 은행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유로 도입을 검토하는 혼합형 모델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주요국이 각기 다른 경로를 택한 가운데 한국은 예금토큰을 중심으로 한 ‘은행 기반 모델’을 통해 안정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향후 실험 결과에 따라 중간 결제망 축소로 수수료 구조가 변화하고 은행 중심 결제 모델이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소상공인 결제 비용 절감과 데이터 축적 측면에서 금융권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보안 문제와 기존 결제 인프라와의 충돌, 통화정책 영향 등은 상용화 과정에서 검증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미 기술적으로는 작동이 확인된 만큼 이제는 시장에 어떻게 안착시키느냐의 문제”라며 “결제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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