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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융합] ⑤ ‘금융+가상자산’ 시장 재편 위한 3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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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이 한없이 밀리고 있다. 상반기 입법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하반기도 통과도 불투명하다.

앞서 1단계 입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최초 제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2년여의 기간이 필요했다.

지금껏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주된 의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대주주 지분 제한에 매몰돼 있었고, 이를 둘러싼 이견이 분출되면서 입법이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을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한 발자국 떨어져 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이제는 정책 목표와 산업 발전 가능성 등을 입법 측면에서 두루 고민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선 기사들에서 살펴봤듯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빠르게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그림자 규제를 걷어내고 새로운 정책 설정과 법규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결제 수단이 아닌 디지털자산을 금융상품법 단일 규제로 편입할 예정이다. EU는 일찌감치 기본법을 제정해 산업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애셋>은 기획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주제로 ‘금가융합’을 제시한 바 있다. 3개 주요국 모두 전통금융과 디지털자산업 간 상호 융합이 이미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기사에서는 대한민국이 ‘금가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제도와 사업자들이 실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 등 3가지의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과제로

▲법인 디지털자산 투자 가이드라인 마무리

▲기본법 발의 및 시행령 등 마련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현물 ETF와 파생상품 도입

을 제시했다.

① 법인 투자 가이드라인 마무리

첫 과제는 법인 디지털자산 투자 가이드라인 마무리다.

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는 당국의 첫 규제인 ‘2017년 가상통화 긴급대책’ 이후 지금껏 강경한 정책 기조에 따라 금지돼왔다.

금융위는 지난해 상반기가 되어서야 ‘법인의 디지털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했고, 그해 하반기부터 비영리법인과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매도를 시범적으로 허용했다.

법으로 막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행정지침으로 이뤄진 규제를 걷어내고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자는 게 당국의 취지였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로 예정됐던 상장법인 및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디지털자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정) 발급은 기본법 지연 등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가 기본법 입법 전에 완료돼야 하는 이유는 시장의 투기적 수요 감소를 유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시장은 법인 없이 대부분 개인이 거래에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어, 상당히 투기적인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는 입법 로드맵의 큰 목표 중 하나인 금가융합과도 연관돼 있다. 현행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의 주된 원인은 투기적 성향이 짙은 디지털자산시장의 위험성이 금융시장에 전이되는 것에 대한 우려다.

법인 투자 허용으로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고 시장이 안정되면, 결과적으로 금융사들도 좀 더 수월하게 금가융향을 위한 시장 진입의 기반을 닦을 수 있다.

김단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는 “국내도 미국처럼 법인 거래 금지 등 그림자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클래리티법 입법 전 자산 분류를 해준 것처럼,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먼저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신애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도 “금가분리나 법인 참여 금지 같은 그림자 규제는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행정부 특성상 이미 만든 가이드라인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부 고위관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②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 및 시행령 등 마련

두번째 과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고 시행령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회 자료 등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주요 논의사항은 ▲업종 분류 ▲협회 제정 ▲디지털자산발행 ▲디지털자산위원회 설립 ▲스테이블코인 도입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구성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두 쟁점을 제외하고는 당정이 이미 협의를 마친 상태다.

두 쟁점에 대해선 업계와 당정 간 이견이 평행선처럼 좁혀지지 않고, 여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어서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가융합과 관련해 기본법에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참여가 거론된다.

발행주체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정하면 은행이 디지털자산의 일종인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금가분리의 빗장을 풀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당정은 현재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지난 3월 31일 채택한 ‘2025년 국정감사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시 은행이 과반을 차지하는 컨소시엄 구조를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금융위원회에 주문한 바 있다.

증권사 등 전통금융사의 디지털자산거래소 지분 참여도 거론된다. 이는 이미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인수 사례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를 두고 금가분리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지분 참여 문제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관련된 문제여서 해결이 쉽지 않다. 지분 제한은 혁신 저해 등을 이유로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입법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추가적인 논의 및 설득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가융합과 관련해 주요국 중에서는 일본 사례를 참고한 단계적 시장 진출 모델도 제시된다. 일본은 은행의 직접적인 매매·중개업 등 사업 참여는 제한하되 자회사를 통한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걸 검토 중이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일본은 보수적이긴 하지만 천천히 단계적으로 은행 등의 디지털자산시장 개방을 열어주며 제도화를 진행 중인데 이런 부분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금융 관점에서 제한적 해석만 할 게 아니라, 일본이 보여준 관점전환을 참고해서 새로운 자산과 사업으로 보고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도 일본처럼 디지털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을 통해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완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국내도 전통금융사 중 자산운용사가 금융상품 등과 관련해 디지털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은행이 자산운용 차원에서 디지털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건 앞서나간 것”이라며 신중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미카(Markets in Crypto-Assets, MiCA)처럼 금융사의 경우 디지털자산시장 라이선스를 간이 인가를 통해 진입하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천창민 서울과기대 교수는 “기존 금융업자가 일정 요건을 갖추면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자 인가를 받아 진입할 수 있는 조항을 규범적으로 넣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주목해서 살펴볼 대목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시장에 진입할 때 기존 사업자들은 어떤 대응 전략을 세울 것이냐는 점이다.

해법 및 전략으로는 ▲커스터디, 지갑 등 경험 활용 ▲차등적 제도 설계 ▲디지털자산거래소발행(IEO) 허용 ▲다양한 상품 활성화가 꼽힌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거래소는 커스터디, 지갑 등 블록체인 특화 인프라를 운영해본 점에서 강점이 있을 것이고 24시간 거래 환경을 경험해본 노하우 등을 활용할 때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 변호사는 차등적 제도에 대해 “스타트업과 대형 기업 간 경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사업자에 대해선 완화된 경쟁 요건을 갖추면 소규모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조항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IEO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IEO란 디지털자산거래소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의 판매와 배포가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IEO는 블록체인 기술에 강점이 있는 디지털자산거래소들이 발행을 담당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거래소에 특화된 사업으로 보이고 이런 것들을 허용해줘야 대응 전략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금가분리가 완화돼 디지털자산 사업자들도 금융시장 진출이 열리게 되면, 현물뿐 아니라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등으로 다루는 상품들이 확장되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자산 다양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③ 자본시장법 개정

마지막 과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다. 이를 통한 기대효과는 파생상품과 현물 ETF 도입을 통한 두 시장의 융합이다.

현물 ETF는 금융과 디지털자산시장 간 ‘가교’로 평가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해 12월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은 기관자금의 유입을 촉진하고 시장의 내재변동성을 낮추는 등 시장의 성숙을 견인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현행법상 디지털자산은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열거돼 있지 않아 파생상품이나 ETF 출시가 불가능하다. 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법이 개정되면 출시 뿐 아니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도 국내 증권사에서 거래가 가능해진다.

ETF는 파생상품과도 연관이 깊다.

ETF는 지정참가자(AP, ETF 설정·해지 요청 등 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의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파생상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 요소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시장은 디지털자산 현물 거래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곳은 한국거래소가 유력하다.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을 다룰 수 있는 거래소가 한국거래소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디지털자산거래소도 파생거래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디지털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의 경우, 장외에서 경쟁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국도 파생상품을 통한 두 시장 간 연계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지난 2일 한국재무학회·한국재무관리학회·한국파생상품학회가 주최한 ‘2026년 공동 춘계 정책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나와 디지털자산 관련 파생상품에 대해 언급했다.

고 과장은 “(오늘 토론에서) 디지털자산과 자본시장의 연계성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자본시장이 워낙 포괄적이고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중첩되는 부분들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 파생상품은 디지털자산이 정규 자본시장 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 부분은 자본시장법 뿐 아니라 기본법과 토큰증권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여러 과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협업해서 하나하나 풀어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ETF를 도입하게 되면, 금융사의 디지털자산 간접 보유를 통한 금가분리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한 금융 전문가는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투자 및 보유가 금가분리로 금지된 상황에서 ETF를 통해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시장에 참여하고 디지털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 기반 파생상품이 생기면 금융사도 취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가분리 완화의 가장 실질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ETF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디지털자산시장 진입도 늘어날 수 있고, 국내 기관과 법인도 참여해 신규 수요 기반이 열린다는 점에서 시장이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