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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융합] ④ EU, 기본법 ‘미카’ 만드니 시장 융합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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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일찌감치 세계 최초 디지털자산 포괄 법제 미카(MiCA)를 제정했고, 그에 따라 관련 시장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EU에서는 2018년 3월부터 디지털자산 법제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고 2024년부터 포괄 법제가 시행됐다.

주요국 가운데 디지털자산 관련 포괄 법제가 제정돼 시행된 건 EU가 유일하다. 일본은 기존 법제를 통해 규제하고 있고, 미국은 포괄 입법이 진행 중이다.

미카 시행 후 1년여가 지났고, 시장에서는 전통금융권의 디지털자산시장 진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카는 디지털자산업을 영위하기 위해 암호자산사업자(Crypto Asset Service Provider, CASP) 라이선스를 규정하고 있다. 금융업 라이선스를 보유하면 CASP 인가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아 진입장벽을 낮추도록 설정돼 있다.

디지털자산업 제도가 마련되자 전통금융 뿐 아니라 역으로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CASP와 금융업 라이선스를 모두 취득해 융합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애셋>은 미카 시행 후 유럽의 디지털자산시장 재편 움직임을 조망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미카는 디지털자산을 기존 법제에 편입해 다루는 게 아니라 별도의 포괄 법제를 만들었는데, 이는 국내 입법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우리의 정책 방향 설정에 주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U, 2023년 주요국 최초 기본법 미카(MiCA) 마련

유럽연합(EU)은 2023년 주요국 중 최초로 디지털자산 포괄규제법인 미카(Markets in Crypto-Assets, MiCA)를 제정,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2024년 6월부터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엄격한 준비금 요건, 자산 보유 의무 등 내용을 선제적으로 적용했다.

미카는 스테이블코인을 전자화폐토큰(EMT)과 자산준거토큰(ART)로 나눠 정의한다.

EMT는 단일 법정화폐에 연동된 토큰으로 기존 EU 전자화폐지침(EMD2)을 지켜야 하고 발행자는 전자화폐기관(EMI)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ART는 복수 자산을 준거자산으로 하는 토큰으로 준비자산 요건, 정기공시 등과 관련해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그 외 규제는 2024년 12월부터 시행됐다. 미카는 우리나라로 치면 가상자산사업자(VASP)인 암호자산사업자(CASP)를 규정하고 영위 가능한 서비스를 9가지로 나눴다.

▶디지털자산 수탁 및 관리

▶디지털자산 거래 플랫폼 운영

▶법정화폐와 디지털자산 교환

▶디지털자산 간 교환

▶고객 주문 집행

▶고객 주문 접수 및 전달(중개)

▶디지털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디지털자산 투자 자문

▶디지털자산 이전 서비스

이 서비스를 EU 관할에서 영위하려면 CASP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CASP는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엄격하게 분리 보관해야 하고,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가 금지되며 트래블룰 등이 적용된다.

또 디지털자산 발행자는 스테이블코인 외 디지털자산을 공모할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발행자는 백서를 작성해야 하고, 백서를 당국에 통보하고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미카 ‘제60조’ 기존 금융업 라이선스 보유자 특례 조항

미카 주요 내용 중 금융사의 디지털자산시장 진출과 연관되는 조항은 미카 제60조 ‘특정 금융기관의 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이다.

미카는 이 조항을 통해 기존 금융사들이 CASP 인가를 따로 취득할 필요 없이 당국에 통보하고 40영업일이 지나면 디지털자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운용 프로그램, 내부통제체계, 고객자산분리절차 등을 갖춰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또 기존 전통금융권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해오던 사업과 관련된 디지털자산업만 진행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관련된 전통금융 서비스업자는 크게 7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용기관인 은행은 모든 CASP 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은행은 EU에서 자본요건규정과 은행업지침에 따라 강도높은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금융상품시장지침(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 MiFID)에 따른 투자사는 보유 인가에 따라 동등한 CASP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금융상품 보호 및 관리 사업자는 수탁 및 관리를, 다자간거래시설(MTF)과 조직화된 거래시설(OTF) 사업자는 거래 플랫폼 운영을 할 수 있다.

또 주문집행·중개·포트폴리오 관리·투자자문 사업자는 각각 동일한 사업이 가능하다. 자기계정거래 사업자의 경우 디지털자산 교환 사업을 할 수 있다.

시장운영자는 플랫폼 운영이 가능하고, 중앙예탁기관은 수탁 사업을 할 수 있다. 전자화폐기관은 EMT에 한해 수탁 및 이전 서비스가 가능하다. 타사 발행 디지털자산에 대해선 별도 CASP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공모펀드 격에 해당하는 UCITS(Undertakings for Collective Investment in Transferable Securities)에 따른 사업자와 대체투자펀드운용사(AIFM)는 포트폴리오 관리, 투자자문, 주문 접수 및 전달이 가능하다.

▶신용기관(은행): CASP 모든 서비스 영위 가능

▶MiFID 투자사: MiFID 인가에 따라 다름

▶시장운영자: 거래 플랫폼 운영

▶중앙예탁기관: 수탁 및 관리

▶전자화폐기관: 수탁 및 관리, 발행 EMT 이전

▶공모펀드: 포트폴리오 관리, 투자자문, 고객 주문 접수 및 전달(중개)

▶대체투자펀드운용사: 포트폴리오 관리, 투자자문, 고객 주문 접수 및 전달(중개)

‘법 제정’ 문 열어주니 금융사 진입 초읽기

미카가 시행되면서 EU의 전통금융사들이 디지털자산시장 진입을 시작됐다.

프랑스 수탁은행 카세이스뱅크는 지난해 6월 미카 제60조의 ‘통보’ 절차를 거쳐 디지털자산 보관 및 관리, 주문 접수 및 전달 등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 카세이스뱅크는 유럽 대형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머니마켓펀드 수익증권을 이더리움에서 토큰화해 수탁 및 결제하는 등 토큰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룩셈부르크 소재 세계 2대 증권예탁기관인 클리어스트림뱅킹SA는 지난해 2월 ‘통보’ 절차를 통해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승인 후 같은해 4월부터 기관 대상 BTC(비트코인), ETH(이더리움) 수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몰타 대체투자펀드운용사 알타리우스애셋매니지먼트는 지난해 3월 독일과 룩셈부르크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주문 접수 및 전달, 포트폴리오 관리 등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이후 기관용 온체인 유동성 투자 등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인프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 외에도 리투아니아 전자화폐기관인 뉴레일즈UAB와 블루EMIUAB가 미카를 통해 자사 EMT 수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다만, 미카의 경우 업종 분류를 자본시장에서 그대로 따왔기 때문에 핵심 인프라인 디지털자산거래소 부분에서 공백이 존재한다.

디지털자산거래소는 증권사 등 전통금융업자와 달리 거래, 중개, 수탁 등 다양한 기능이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정된 은행 중 60조 ‘통보’ 조항을 통해 라이선스를 취득해 거래소를 운영 중이라고 공시한 곳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금융사가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운영하고 싶다면 미카 59조 인가 조건 규정에 따라 거래, 중개, 수탁 등 여러 라이선스를 한 번에 취득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북미 디지털자산거래소, 2중 라이선스로 시장 진출 가속화

역으로 미카를 통해 디지털자산 기업이 전통금융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디지털자산거래소들이 CASP와 전통금융 라이선스인 MiFID를 함께 취득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북미 디지털자산거래소 크라켄은 지난해 2월 키프로스 투자회사인 그린필드웰스를 인수, MiFID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지난해 6월 CASP 인가를 받았다. 이후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거래와 주식·원자재 등 시장을 개설해 전통금융과 디지털자산 파생상품을 함께 취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비트스탬프도 2024년 10월 MiFID 다자간거래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지난해 5월 CASP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비트스탬프를 자회사로 둔 미국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지난해 9월부터 이 라이선스를 이용해 유럽 시장에서 무기한선물 구조 디지털자산 파생상품을 제공 중이다.

북미 최대 디지털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는 2024년 이미 법인 인수를 통해 MiFID 라이선스를 취득, 지난해 6월 CASP 인가도 받아 디지털자산 5년 만기 파생상품을 유럽에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