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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융합] ③ ‘해킹 악몽’→‘금융 편입’…일본 단계적 가상자산 개방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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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늦어지는 가운데 일본은 디지털자산을 일찌감치 제도권으로 편입한 뒤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당시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거래소 마운트곡스 해킹 사태를 계기로 10년 동안 단계적인 제도 정비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법제상 2016년부터 디지털자산을 ‘화폐’로 보고 자금결제법에 편입했다. 2020년 결제용 자산은 자금결제법, 투자 자산은 금융상품법으로 규제하는 이원화 체계를 정비했고, 스테이블코인 규제도 2023년 구축했다.
지난해부터는 디지털자산을 금융상품으로 편입하는 걸 본격화하고 있고 그와 함께 은행의 간접적인 디지털자산시장 진출도 서서히 개방하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자산 법제는 타국보다 선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주된 참고 사례로 활용된다.
<디지털애셋>은 2014년~2026년 사이 일본의 디지털자산 규제 흐름을 분석하고, 이런 흐름 속에서 디지털자산이 어떻게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는지도 함께 짚어본다.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으로 빠르게 제도 정비
일본은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을 계기로 기존 자금결제법에 디지털자산을 편입해 빠르게 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료스케 우시다 금융청 핀테크수석담당관은 지난 2월 체이널리시스 팟캐스트에 나와 아래와 같이 2014~2016년 당시를 회고했다.
“우리의 디지털자산에 관한 여정은 2014년에 시작됐다. 당시 마운트곡스에서 약 5억달러(약 7600억원)어치 비트코인이 소실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래서 우리는 2016년 디지털자산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게 됐다.”
해킹 사태 후 일본 금융청(FSA)은 금융심의회를 거쳐 2015년 12월 디지털자산 관련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대책 및 이용자보호 규칙을 정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자산과 법정화폐를 교환하는 거래소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 방향을 정하고 2016년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금결제법을 개정했고, 2017년부터 시행했다.
개정 자금결제법은 디지털자산(볍령상 가상통화) 교환업 등록제를 도입하고 본인확인, 의심거래보고의무를 부과하는 자금세탁방지(AML) 규제와 이용자 자산 분리 의무 등 조치를 포함했다.
2018년 코인체크 해킹 후 ‘자금결제법·금융상품법’ 이원화
2018년 일본 디지털자산거래소 코인체크에서 약 580억엔(약 5500억원)어치 디지털자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관련 자산은 모두 핫월렛(온라인 지갑)에 보관돼 있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콜드월렛(오프라인 지갑) 보관 의무화를 비롯한 커스터디(수탁), 파생상품, 디지털자산발행(ICO) 등 세부사항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다.
금융청은 2018년 연구회 보고서를 발간, 그 내용을 기반으로 2019년 자금결제법과 금융상품법을 개정했다. 기존 자금결제법으로만 규율하던 체계에서 2개 법제로 규율하는 이원화 체제로 바뀐 것으로 개정안은 2020년 시행됐다.
개정 자금결제법에는 ▲수탁 디지털자산 콜드월렛 보관 의무화 ▲핫월렛 동종·동량 이상 변제 별도 보유 의무 ▲수탁과 관련한 금전신탁 의무화 ▲불공정거래 금지 ▲‘가상통화’→‘암호자산’ 명칭 변경 등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 금융상풍법에는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편입 ▲레버리지 2배 제한 ▲ICO 규제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ICO 규제에서 사실상 토큰증권발행(STO)에 해당하는 투자형 ICO를 규정해 STO도 금융상품법에 편입했다.
2022년 스테이블코인 규제 편입…기시다 총리의 ‘웹3 전환’ 선언
일본은 2022~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나섰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보고 발행 자격을 은행, 신탁회사 등으로 한정했다. 또 발행과 상환을 환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고 발행자는 환거래 종사 자격이 있어야 하고 법적 안정성 책임 조항 등이 포함됐다.
반면, 알고리듬 기반이나 디지털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전자결제수단이 아닌 기존 디지털자산으로 편입해 규제하기로 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제도 마련 이후 2년이 지나서야 최초의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가 발행됐다. 보수적인 일본 분위기에 따라 법제의 속도와 실제 사업 운영 간 괴리는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세제 개편도 당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도로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1년 뒤인 2022년 “블록체인·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웹3 추진을 위한 환경 정비 등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기 쉬운 사회를 실현하겠다”며 블록체인, 웹3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이후 실제적인 디지털자산시장 우호 정책이 세제 개편 등 형태로 나타났다. 일본은 2023년부터 세제를 개편해 법인의 디지털자산 미실현이익을 폐지하며 웹3에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했다.
디지털자산 금융상품 편입 본격화…은행 진입로 신중 개방
선제적으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나선 일본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자산을 금융상품법에 편입하는 걸 추진 중이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4월 보고서에서 금융상품법 편입 근거로 ▲개인의 디지털자산 투자 확산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확산 ▲벤처캐피탈의 디지털자산 투자를 통한 자금공급 허용 ▲디지털자산의 투자대상화 증대 현상를 꼽았다.
디지털자산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미국 ETF를 통해 기관들도 진입하고 있으며 이미 다른 법령에서도 투자 대상으로 명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자민당 디지털자사회추진본부 웹3 워킹그룹도 지난해 3월 디지털자산을 금융상품법의 새로운 자산 범주로 편입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디지털자산 대중화에 따라 새로운 자산군으로 정의하는 게 필요하고 기존 최대 55% 세율의 종합과세가 아닌 20% 분리과세로 전환해 세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2026년 현재 금융청이 해당 법안의 국회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 등 전통금융권의 디지털자산시장 진입도 서서히 개방하고 있다.
그간 일본 은행들은 직접적인 금지 조항은 없었지만 은행법에서 직접적으로 디지털자산을 다룰 수 있다는 조항이 없어서 공동출자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디지털자산 사업에 참여해 왔다.
일본 금융청 금융심의회는 지난 2월 디지털자산제도 워킹그룹 보고서에서 자회사를 통한 간접적인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금융청이 은행의 직접적인 디지털자산시장 진출을 유보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마련한 것인데, 여전히 직접 매매는 위험성이 크다고 보고 신중론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금융상품법에 디지털자산을 편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은행도 직접 자기투자 목적으로 디지털자산을 보유하는 걸 검토 중이다. 또 자회사를 통한 디지털자산 발행, 매매, 중개, 운용 등 사업 참여도 검토 중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본 정부는 신중하지만 꾸준한 디지털자산시장 규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