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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M 트렌드] 은행권,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 본격화…유통 주도권 누가 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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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앞두고 국내 은행권의 포지셔닝 전쟁이 본격화돼 주목된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은행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략은 뚜렷하게 갈린다. 발행권을 쥐겠다는 곳, 유통망을 먼저 깔겠다는 곳, 글로벌 파트너와 기술을 쌓겠다는 곳, 지방은행까지 끌어모아 컨소시엄 다수결을 확보하겠다는 곳까지, 전술은 각양각색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도권 금융사업자 중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BNK금융(부산·경남은행), iM금융(iM뱅크),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 JB금융(광주·전북은행) 등 은행 기준 총 6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배경에 지역화폐 연계, 지역 기반 결제 사용처 확대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함영주 회장이 “완결된 생태계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선언한 대로, 숫자로 컨소시엄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두나무와도 블록체인 금융서비스 공동 개발 MOU를 체결하며 기반 인프라도 가장 많이 갖췄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관리 플랫폼 ‘써클 민트(Circle Mint)‘를 활용한 기술 검증(PoC)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법정화폐 입금을 통한 USDC 발행부터 송금, 인출, 교환 등 생애주기 전 과정을 직접 시현하며 지갑 구조, 거래 한도, 비용 관리 등 핵심 기술 노하우를 확보했다. 테더 USAT와도 스테이블코인·CBDC 공존 방안 및 RWA 활용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이번 주 서클 CEO 알레어와 전략 파트너십 확대 회동을 앞두고 있다. 은행권 최초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등록, 한국은행 CBDC 실증사업 인프라 개발 유일 참여까지, KB의 방향은 단독 발행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술 선점으로 분류된다.
신한은행은 가장 실험을 많이 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 2023년 헤데라 해시그래프 기반 해외송금 기술 테스트를 시작으로, 한국은행 CBDC 실증사업에 참여해 자사 배달앱 ‘땡겨요’로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구조를 실제 환경에 적용했다. 최근에는 유통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실사용처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과 가맹점 대상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지급결제와 예치금 관리 모델을 테스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한의 전략은 ‘발행권보다 사용처’다. 가맹점 네트워크와 생활 결제 플랫폼을 먼저 확보해 발행 후 유통망 부재라는 리스크를 원천 차단한다.
우리금융은 삼성전자를 낀 독특한 포지션을 노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월렛과의 협업 가능성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월렛은 국내 4800만 대 이상의 갤럭시 기기에 탑재된 플랫폼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지갑’ 역할을 삼성 기기가 직접 수행한다면 순식간에 최대 유통망이 된다. 삼성증권·SK증권과의 토큰 플랫폼 공동 개발도 병행 중이다.
농협은행은 오픈블록체인·DID협회를 통해 은행권 공동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준비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국회가 은행 중심의 발행을 법으로 명문화하면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해온 농협은행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점은 전국 농촌·지방 가맹점 네트워크다. 지방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사용처로 농산물 직거래, 농촌 지역 소상공인 결제망 확장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지방은행 중 가장 주목할 플레이어는 전북은행이다. JB금융지주 산하 전북은행은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을 연결하는 교차점을 가상화폐 지갑으로 보고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 고팍스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한 만큼 글로벌 거래소와의 연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팍스·바이낸스 라인이 연결되면 전북은행은 지방 소형 은행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과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나금융 컨소시엄(JB금융 소속)에도 이름을 올려 대형 컨소시엄과의 협력 옵션도 열어뒀다.
이처럼 금융사들의 전선이 갈라진 이유는 규제 구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중심 컨소시엄(지분 50%+1주)부터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컨소시엄이 인가를 받을 수 있고 발행사도 복수가 될 수 있다. 결국 판을 가르는 건 발행권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대규모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이나 거래소와의 연계 여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정착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으로서도 컨소시엄 형태를 통해 시장 리스크를 분산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 코인 거래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행은 누구나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갑과 가맹점을 먼저 쥔 쪽이 시장을 가져갈 것”이라며 “은행들이 각자 다른 파트너를 향해 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