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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융합] ② 바이든 ‘임시땜질’에서 트럼프 ‘전면공사’로…전통금융 진입로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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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연일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은 빠르게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일찌감치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제정했고, 이어 디지털자산의 규제 관할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클래리티법(CLARITY Act)도 입법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규제 동향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바로 정책의 방향성이다. 미국은 디지털자산을 기존 금융체계에 편입하는 새로운 융합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디지털자산 규제 도입의 주된 고려 요소는 글로벌 정합성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자산시장은 국경이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인 미국이 디지털자산시장 규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디지털애셋>은 조 바이든 정부와 달라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디지털자산 규제 동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자 한다.
또 이 규제가 ‘금가융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함께 짚어본다.
7일 <디지털애셋>이 미국의 정책 기조와 규제 동향을 분석한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는 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규제 기조를 없애고, 새로운 정책과 법규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세워나갔다.
신흥 시장인 디지털자산시장을 겨냥한 법 제정을 통해 뼈대를 마련하고, 은행 등 전통금융기관에는 행정지침을 폐지해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을 열어준 것이다.
‘바이든 행정명령’ 없애고 새 정책 목표 선언
미국에서 규제 전환의 시작은 행정명령 폐지였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 ‘디지털자산의 책임 있는 개발 보장’이라는 행정명령 제14067호를 통해 강도 높은 규제 기조를 펼쳤다.
바이든 행정명령의 핵심 정책목표 6가지는 ▲소비자 및 주자자 보호 ▲금융안정성 유지 ▲불법 금융과 국가 안보 리스크 완화 ▲미국의 글로벌 금융 리더십 강화 ▲금융 포용성 증진 ▲기술혁신 및 기후변화 대응 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바이든 정부의 디지털자산 관련 행정명령을 전면 폐지하고 행정명령 제14178호를 발표했다.
새 행정명령의 5대 핵심 정책목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호 ▲달러 주권 유지와 스테이블코인 지원 ▲공정한 금융 접근성 ▲규제 명확성 확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전면 금지 등이다.
CBDC 가고 스테이블코인 왔다
행정명령 전환 후 가장 주요한 변화는 CBDC를 폐지하고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간주했다면, 트럼프 정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국채 수요를 빨아들여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그에 따라 추진된 입법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다. 지니어스법은 연방 금융당국의 라이선스 취득, 발행액 전액에 해당하는 미국 달러 등 현금성 준비금 보유 등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스테이블코인을 ‘결제형 디지털자산’으로 보고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7월 제정돼 2027년초 시행을 앞두고 있다.
SEC-CFTC 분쟁 그만…규제 관할 명확화
바이든 정부에서 디지털자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규제 관할권 논쟁도 정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 격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바이든 정부 때 “대부분 디지털자산은 증권”이라며 주요 디지털자산 기업에 민사소송을 내며 강력 규제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명확한 지침이나 정의는 내놓지 않아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관할권 논쟁도 일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SEC는 주요 디지털자산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을 취하하거나 합의하면서 종결했다. 종결된 주요 소송은 다음과 같다.
▶코인베이스: 2023년 6월 제소 / 2025년 2월 종결
▶크라켄: 2023년 11월 제소 / 2025년 3월 종결
▶바이낸스: 2023년 6월 제소 / 2025년 5월 종결
▶리플랩스: 2020년 12월 제소 / 2025년 8월 종결
▶제미니: 2023년 1월 제소 / 2026년 1월 종결
▶트론: 2023년 3월 제소 / 2026년 3월 종결
두 기관의 관할권 논쟁은 클래리티법(CLARITY Act) 입법을 통해 해결 중이다.
클래리티법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등을 금지하고, 조건부 등록 특례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현재 클래리티법은 스테이블코인 활동 보상 지급을 두고 은행과 디지털자산 업권 간 갈등으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이후 한 차례 합의가 이뤄졌지만 하반기 중간선거가 있는데다 상원 표결 과정에서 양당 갈등이 예상돼, 입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입법이 지연되는 사이 당국의 지침이 나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SEC와 CFTC는 지난 11일 디지털자산 규제 도입을 목적으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17일 디지털자산 해석 지침을 내놨다.
당국은 디지털자산을 ▲디지털상품 ▲디지털수집품 ▲디지털도구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증권으로 분류했다. 다섯 범주 중 디지털증권을 제외한 4개 범주에 대해선 연방증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클래리티법 도입 전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 규제를 논의하고 발전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법 없이 세운 지침 전면폐지…’금가융합’ 추진
정책적으로 주목해 살펴볼 부분은 은행의 디지털자산 관련 회계지침을 변경하고 주요 산하 금융제도기관의 지침을 철회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지침은 주로 전통 금융기관들의 디지털자산시장 진입을 꺼리게 하는 규제 정책이었는데, 이를 철회하고 두 시장 간 융합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SEC를 통해 회계지침인 ‘SAB(Staff Accounting Bulletin) 121’을 폐지하고 새로운 지침인 SAB 122를 발표했다.
SAB 121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고객의 디지털자산을 수탁할 때 이를 부채로 처리하는 게 골자로,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시장 진출에 규제적 부담을 주는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새 지침인 SAB 122는 부채 처리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은행 등 금융기관의 시장 진출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 정책도 모두 철회했다.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란 애초 버락 오바마 정부 때 고금리 대출, 총기 딜러를 겨냥해 금융서비스 접근을 차단하도록 한 정책 기조를 의미한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 정부가 은행의 디지털자산시장 진출을 법규 제정이 아닌 간접적으로 규제하자, 시장은 이런 정책 기조를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이라고 불렀다.
이 정책은 크게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3개 기관으로 나눠 변화가 이뤄졌다.
2023년 연준은 3개의 감독규제(Supervision and Regulation, SR) 서한을 통해 간접 규제에 나섰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SR 22-6: 은행의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시 사전통보 의무화
▶SR 23-7: 은행의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시 감시
▶SR 23-8: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활동 참여시 연준 승인 의무화
3개 지침은 2025년 4월과 8월에 모두 폐지되며 은행에 규제 부담을 덜어줬다.
OCC는 2020~2021년 발표한 해석서한(Interpretive Letter, IL) 1170, 1172, 1174, 1179를 통해 은행 대상 디지털자산 정책을 이어왔다.
이 3개 서한은 은행들이 디지털자산,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수탁할 수 있고(1170, 1172), 분산원장 노드 역할과 스테이블코인 관여 활동이 가능하다(1174)는 내용이다. 다만, IL 1179를 통해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해 은행이 관련 시장 진출을 어렵게 했다.
하지만 OCC는 지난해 3월 IL 1183를 새로 발표하고 1179를 폐지함으로써 허가 없이 은행이 관련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FDIC 역시 2025년 3월 은행이 디지털자산 관련 활동시 신고하도록 하는 금융기관서한(Financial Institution Letter, FIL)-16-2022를 폐지하며 은행의 시장 진출을 열어줬다.
세 기관은 그 외에도 은행의 디지털자산시장 진입을 규제하는 공동성명에서 탈퇴하고 새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한 정책기조 변화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