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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융합] ① “정부·국회·업계 모두 책임” 디지털자산기본법, 기약 없이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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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의 상반기 입법 가능성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
3월 5일 당정협의를 거쳐 신속하게 발의하는 게 당정의 목표였지만 중동 사태 등을 이유로 돌연 연기됐다.
4월 들어서도 중동 사태로 인한 증시 급변은 이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디지털자산 논의도 연일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2023년 7월 19일 디지털자산시장 불공정거래 등을 규율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의결될 당시, 법안에는 금융당국에 기본법 마련 등을 요구하는 부대의견이 담겼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법안의 발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연했고, 국회는 무관심했으며, 규제 공백의 틈에서 업계에선 잡음이 일었다.
<디지털애셋>은 입법 공백기인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입법의 방향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자 한다.
점검의 초점은 금가융합(금융과 가상자산의 융합)이다.
최근 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2017년 정부의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가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는데, 실은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융합’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만든 표현이다.
전통금융사가 디지털자산업에 진출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상정하고 만든 단어다.
금가융합의 첫 단계는 입법이다. 첫번째 기사는 그러한 입법 지연의 이유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각 주체들의 책임을 조망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가 2026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6일 <디지털애셋>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이 지난 3월 5일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기로 했다가 연기하면서, 사실상 상반기 입법 가능성은 물건너 갔다는 게 업계와 당정 안팎의 일치된 전망이다.
3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들과 당국이 긴급협의회를 열어 중동 사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의제에 포함되지 못했다.
발의가 지연되는 표면적인 원인으로는 중동 사태가 거론된다. 중동 사태 후 증시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을 먼저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자산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법 입법을 둘러싼 국회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소속 일부 의원들은 기본법 주요 쟁점인 ▲대주주 지분 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등을 둘러싼 입법 방향이 TF 의견과 다르게 가는 것을 두고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TF는 당초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것을 법안에 포함하지 않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두는 것에도 반대해 왔다.
당 지도부가 쟁점에 대한 정부(금융위 등) 의견에 전향적 태도를 취하면서 TF 내에서도 조율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강한 반대 의견은 이어지고 있다.
TF 소속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3월 18일 한 토론회에서 “지분제한 규제에 명확하게 반대하고 이같은 반대 입장을 당내 위원회에 계속 애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갈등 탓에 당정협의가 연기되고,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본법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설사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실질적 입법은 예상보다 훨씬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 국회가 6·3 지방선거와 원 구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미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준비에 나선 상황이고, 4월 들어 의원들도 지방에 내려가 선거 활동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방선거가 끝나도 입법 전망이 밝아지는 건 아니다. 6월부터 신임 원내대표가 양당에서 선임되면서 상임위원장, 상임위원들이 변경된다.
입법에 키를 쥐고 있는 여당의 경우 8월 예정인 당대표 선거에 온통 관심이 쏠릴 수 있다는 변수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청와대 참모라인 교체나 금융위의 6월 실무자급인 과장 인사 가능성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입법·정책 당국의 참여자들이 대부분 바뀌면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용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
하반기 또는 8월 이후에나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디지털자산 포괄 입법 미완”
입법 지연을 두고 정부, 국회, 업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정부에 대해선 “2017년 이후 6년간 디지털자산 포괄입법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2017년 ‘가상통화 관련 긴급회의’ 보도자료를 시작으로 디지털자산발행(ICO) 금지, 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 금지, 금융사의 디지털자산 기업 지분 취득 및 디지털자산 보유 금지 등 강력한 규제를 취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본법 입법을 통한 예측 가능성이 키운 게 아니라 막연한 정책기조로만 규제에 대응해 정작 관련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금융산업과 디지털 간 융합이 제도적으로 완전히 차단돼 있고 엄격한 금산분리, 금가분리, 은산분리가 기업 혁신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기본법 마련에 대한 요구는 계속 있었지만 이뤄지지 못하고 부분적인 입법만 진행됐다.
정부는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해 디지털자산 관련 자금세탁 규율을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이후 2024년이 돼서야 디지털자산시장 관련 최초의 제정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2017년 첫 규제 이후 디지털자산시장을 누가 관할해 규제할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가 2024년에야 법이 시행돼 금융위에 ‘가상자산과’가 최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행정부 특성상 책임을 지고 시장을 관할하는 전담조직이 주요한데 그게 7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거기다 이용자보호법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율하는 1단계 입법에 불과하다.
정부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자산 포괄법안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처럼 업권법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사태로 이용자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우선 급한 현안에 대한 부분적이고 단계적인 입법만 진행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의결된 2023년, 이미 부대의견을 통해 2단계 입법을 마련하라는 국회의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논의는 미국이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추진한 2025년이 돼서야 이뤄진 셈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토론회, 전체회의 등에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 당시 업권법을 만들라는 부대의견을 달았지만 지금까지 법안이 나오고 있지 않다”며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부 기조를 볼 때,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있으니 기본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디지털자산에 관심 적어”
입법을 주도하는 국회에 대해선 “디지털자산에 관심이 많은 척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정책자료를 종합하면, 국회는 지난해 디지털자산 관련 토론회를 52회 개최했다. 이는 2016년 최초로 블록체인로 주제 토론회가 열린 이래 역대 최다였다.
그러나 토론회만 무성했지 실제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디지털자산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는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여당 4건, 야당 3건이 상정돼 있다.
그러나 이 중 법안소위에 올라 있는 것은 민병덕 의원 대표발의안 1건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3건 뿐이다. 나머지 기본법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입법이 다른 현안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것이다.
한 국회 대관 담당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민생법안도 아니고 현재 어떤 문제가 생겨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은 아니라고 국회 내부에서 판단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디지털자산이 정치권에서 가장 중요한 표심과 상관없는 주제라는 점이 꼽힌다.
20대 대선과 22대 총선까지만 해도 디지털자산은 양당의 주요 관심사였다. 디지털자산 투자자들이 주로 젊은 층이라 관련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재명 당시 20대 대선 민주당 대선후보는 두나무를 방문해 업권 간담회를 열었고, 22대 총선에서도 양당은 적극적으로 디지털자산 관련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21대 대선에서 그 중요도는 크게 줄었다. 국민의힘이 선제적으로 디지털자산 관련 공약을 내놨지만, 오히려 당선 확률이 높았던 민주당은 뒤늦게 디지털자산 관련 공약을 내놨다.
대관 담당자는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표심을 이끄는 주제는 아니고, 특히 지방선거가 있는 선거철에는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디지털자산 업계, 규제 준수 역량 부족으로 논란 유발”
마지막은 업계에 대한 지적이다.
입법 공백 상황에서 미흡한 규제준수 역량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켰고, 이런 문제들 때문에 당국이 입법 과정에서 더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할 빌미를 줬다는 평가다.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당국의 규제 관할로 편입됐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업계에선 “명확한 법이 없고, (우리는)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안일하게 대응해왔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디지털자산시장에서 발생한 주요 문제와 논란들은 다음과 같다.
▶2024년 8월: 금융당국, 가상자산거래소 상장빔·이벤트 지적
▶2024년 9월: 영업 종료 디지털자산거래소 반환절차 장기화
▶2024년 12월: 비상계엄으로 인한 전산장애
▶2024년 12월: 빗썸 상장뒷돈 경영진 1심 유죄 선고
▶2025년 2월: 두나무 FIU 영업일부정지 3개월 등 중징계
▶2025년 3월: 금감원, 빗썸 사택 임차계약 부당거래 확인
▶2025년 8월: 두나무, 국세청 추징금 226억원
▶2025년 9월: 빗썸, 가상자산 대여 행정지도 무시
▶2025년 11월: 업비트 445억원 디지털자산 해킹
▶2025년 11월: 두나무, FIU 과태료 352억원
▶2025년 12월: 코빗, FIU 과태료 27억원
▶2026년 2월: 빗썸 정치인 취업 청탁 의혹 압수수색
▶2026년 2월: 빗썸 BTC(비트코인) 62만개 오지급 사태
▶2026년 2월: 빗썸 FIU 영업일부정지 3개월, 과태료 369억원 등 중징계
▶2026년 3월: 두나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위 시정명령
약 3년간 여러 내부통제, 전산장애, 해킹 등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디지털자산거래소들은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 국회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거래소들은 큰 이익은 누리려고 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규제 준수 미흡을 지적했다.
다른 국회 관계자도 “디지털자산 제도화 과정에서 금융권 수준 규제를 받는 것에 대해 사업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입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2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대관업무와 언론을 통해 ‘우리 민간사업자를 자꾸 규제하려고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걸 수도 없이 들었다. 앞으로는 그런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윤추구에 매몰돼 소비자 보호를 미흡하게 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는 경영 행태와, (관련) 문제들을 대관으로 풀려고 하는 행태는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