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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시대…한은, ‘스테이블코인 부정론’ 강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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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 추진…균형점 찾을 것이란 의견도
신 “스테이블코인 기존 외환 거래 규정 사실상 무력화” 주장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지명된 가운데, 가상자산업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둘러싼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이창용의 스테이블코인 경계심…신현송 차기 총재는?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1일 기자에게 “신현송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균형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라며 “게임이론은 내쉬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니, 아마 불균형한 상황을 매우 싫어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 후보자는 과거 경제학자 스티븐 에드워드 모리스와 함께 글로벌 게임 이론을 제시하며 뱅크런 공격을 유발하는 펀더멘털의 저하 수준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수치화 하는 부분에 대해 학술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쉬균형’이란 각자가 상대의 선택에 맞춰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 아무도 혼자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가령 A와 B가 각각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려고 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내 선택의 결과는 상대가 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대로 상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현재 선택을 바꿀 이유가 없는 상태가 바로 내쉬균형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 후보자가 (보조) 거래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은 인정하더라도, 가치저장수단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에는 부정적인 관점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창용 총재 시절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줄곧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26일 홍콩 아시아금융포럼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결합했을 때 자본 유출입 관리 조치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되, 은행 주도 기관부터 시작하는 것을 원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2025년 10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에 우리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이 굉장히 걱정된다”며 “사실 두렵다”고까지 표현했다.
한국은행이 특히 강하게 밀어온 것은 이른바 ‘51% 룰’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되는 컨소시엄에서 은행이 절반 넘는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핀테크 업체와 가상자산 업계는 혁신을 가로막는다며 반발해왔다. 금융위원회도 이 요건이 기술기업의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논의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사이에 발행 주체 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안 제출 시기가 2025년 말에서 올해 초로, 다시 상반기 이후로 밀리는 양상이다. 여기에 지방선거 일정까지 맞물리면서 연내 입법마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현송 후보자는 이창용 총재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거부감이 더 뚜렷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총재 입장이 “은행 주도로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자”는 조건부 수용론이라면,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지난해 8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발표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의 외환 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직접 발언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맞교환함으로써 자본 유출의 통로를 터주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가상자산 관련 범죄의 63%가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단일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모든 곳에서 같은 가치로 통용돼야 하는 돈의 기본 원칙을 스테이블코인은 지키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업계에선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이슈에 대해 테더(USDT)와 같은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은 배격하고, 은행 간 예금토큰 형태의 스테이블코인만 강력하게 주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후보자가 이달 발표한 BIS 논문(Working Papers No 1335) ‘토큰경제와 블록체인 파편화’을 보면, 그는 블록체인의 구조적 한계를 꼬집었다. 탈중앙화를 유지하려면 검증인에게 막대한 보상을 줘야 하고, 이 때문에 수수료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수수료가 오르면 사용자들은 보안이 약하더라도 수수료가 싼 다른 블록체인으로 옮겨가면서 생태계가 쪼개진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라도 이더리움 기반과 솔라나 기반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 문제를 들었다.
◇ 스테이블코인은 뒤로, CBDC는 앞으로?
가상자산업계에선 두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신 후보자의 BIS 경력과 일관된 비판 이력을 볼 때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한국은행의 입장이 더 강경해질 수 있다고 본다. 비은행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내쉬균형’을 중시하는 신 후보자의 학문적 배경에 주목한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의 극단적 충돌보다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을 중심에 놓되 일정한 절충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신 후보자는스테이블코인과 달리 CBDC에 대해선 적극적이다. 그는 BIS 논문에서 “CBDC가 보다 효율적인 국경 간 결제를 위한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려면 국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통화 시스템의 부속물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2025년 8월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 대안으로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와 상업은행 화폐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 화폐 시스템”을 제안하면서,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과 BIS의 ‘프로젝트 아고라’를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특히 프로젝트 한강은 중단 없이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18일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해까지 7개 은행이 참여한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는 경남은행과 iM뱅크가 합류하면서 참여 은행이 9곳으로 늘었다. 2단계에서는 국고금 집행 시범사업, 은행 실거래, 예금토큰 활용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한다. 사용처도 편의점과 커피점을 넘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현송 체제의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보다 CBDC와 예금토큰 쪽에 더 큰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CBDC에 대한 구체적 정책 방향은 신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청문회는 4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CBDC에 대한 전문성을 고루 갖춘 인물이 한국은행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라며 “신현송 시대의 한국은행은 디지털 화폐 정책에서 지금보다 뚜렷한 방향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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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