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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지연돼도 멈추지 않는다”… KB금융, 원화 스테이블코인 ‘퍼스트 무버’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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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공백 뚫고 직진… KB국민카드·은행의 ‘디지털 대도약’
국회 차원의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가 중동 정세 불안과 정무위 일정 지연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KB금융그룹은 이를 오히려 격차를 벌릴 ‘골든타임’으로 활용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제도권 도입 확정 전부터 은행과 카드 등 주요 계열사를 총동원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KB국민카드다. 최근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아발란체(Avalanche), 인프라 기업 오픈에셋과 손을 잡고 ‘하이브리드 결제 모델’ 구현에 착수했다. 이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 유통 인프라를 이식하는 작업으로, 고객이 한 장의 카드로 일반 결제와 디지털 자산 결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관련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여서 기술적 장벽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다.
‘KRWB’ 상표권 선점… 원화 코인 주도권 쟁탈전 서막
KB국민은행 역시 발행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브랜드와 실무 경험을 쌓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 측은 이미 ‘KRWB’, ‘KBKRW’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연상시키는 17건의 상표권을 출원하며 이름 선점 작업에 나섰다. 제도가 정비되는 순간 즉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레디메이드(Ready-made)’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발행권이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배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제공하며 쌓은 노하우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운영의 핵심 자산이 될 전망이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제도화 이후 펼쳐질 ‘은행 51% 룰’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두 토끼 잡기: 요구불예금 확대와 미래 금융 인프라
KB금융이 스테이블코인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저원가성 예금’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 때문이다. 예금 금리 조정만으로는 신규 고객 유입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주거래 은행 지위를 확보하면 막대한 규모의 요구불예금을 저비용으로 흡수할 수 있다. 빗썸과의 제휴 역시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을 넘어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를 개선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다.
금융권 전문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열리는 순간은 곧 ‘속도전’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입법 지연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KB금융처럼 인프라를 완성해 놓은 사업자가 시장을 선점할 경우, 후발 주자들이 따라잡기 힘든 진입 장벽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전통 금융의 강자가 블록체인 영토 확장을 통해 미래 금융의 패권을 거머쥐려는 질주가 본격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