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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디지털화폐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시동···스테이블코인과 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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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한국은행이 ‘프로젝트 한강’ 2단계를 본격 추진한다.

1단계가 기술검증 중심이였다면 2단계는 참여 은행 확대와 함께 국고금 집행 등 공공 재정 적용까지 이어지는 등 실생활 적용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로 2단계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경남은행, iM뱅크가 새롭게 참여하면서 총 9개 은행으로 확대됐다.

특히 국고금 집행 시범사업이 포함되면서 예금토큰의 활용 범위는 결제 영역을 넘어 재정 집행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보조금 지급과 정산 등 공공 자금 흐름에 적용될 경우, 디지털화폐가 기존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재정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입법 논의가 지연되면서, 은행 중심 디지털화폐 모델과 민간 중심 스테이블코인 간 주도권 경쟁 구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은행권 전략 분화···결제·인프라·공공 연계 각축

은행권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G이니시스와 협업해 기존 가맹점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구조를 마련하면서 별도 단말기 교체 없이 예금토큰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가맹점 부담을 낮추고 결제망을 빠르게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국고금 집행 시범사업에도 참여해 공공 자금 흐름과의 연계도 시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SOL뱅크 앱을 중심으로 배달앱 ‘땡겨요’, 편의점, 보험, 카드 가맹점 등 생활 전반으로 결제 범위를 넓히고 있다. 1단계 실거래에서 높은 이용 비중을 확보한 경험을 바탕으로, 2단계에서는 결제 수단으로서의 연착륙 가능성 검증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실증 참여를 이어가면서도 외환·해외결제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장기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국고금 집행과 보조금 지급 등 정책 금융과의 연계를 중심으로 안정성과 제도 수용성을 점검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은행별 접근 전략이 다른 것은 예금토큰의 역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 결제 수단에 머무를지, 기존 결제망을 대체할 인프라로 자리 잡을지, 나아가 공공 재정이나 디지털자산 거래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 스테이블코인과의 충돌···디지털화폐 설계 갈림길

프로젝트 한강은 스테이블코인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된 디지털자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결제와 송금, 디지털자산 거래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반면 프로젝트 한강은 중앙은행과 은행이 발행과 유통을 통제하는 구조로, 동일한 디지털화폐 범주에 속하지만 설계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제는 두 모델 가운데 어느 쪽이 제도권 내에서 연착륙하느냐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이 그 분수령으로 꼽히지만, 진척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3월 초 당정협의를 통해 단일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협의가 지연됐을 뿐 아니라 이후 논의 일정도 불확실한 상태다. 이달 19일 예정됐던 당정협의 안건에서 관련 법안이 빠지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일단 입법이 진척되고 있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드러낼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다만 법안이 나올 경우 바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은 실증 확대 속 입법 논의 지연···발행 구조 쟁점

논의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또는 은행이 과반 지분을 가진 컨소시엄 중심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핀테크와 공공 부문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발언에서도 이 같은 온도차가 드러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관련 정책 논의 자리에서 “51% 룰은 규제당국이 규제하기 편한 구조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 위원장은 지난 21일 관련 논의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며 “발행 주체나 지분 구조 등은 아직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입법이 지연되는 사이 한국은행은 실증을 통해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를 통해 참여 은행을 확대하고 국고금 집행까지 연결하면서, 제도화 이전 단계에서 활용 사례를 축적하는 흐름이다.

정치·정책 기조를 가늠하는 데 있어 또 다른 변수로 한국은행 차기 총재로 지명된 신현송 후보자가 꼽힌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경제보좌관을 지낸 금융안정 전문가로,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 화폐로 기능하기 어렵고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를 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이력을 근거로 신 후보자가 총재로 취임할 경우 정책 무게중심이 비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확대보다는 중앙은행과 은행이 주도하는 예금토큰·CBDC 체계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입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는 실증을 통해 기반을 쌓고 있는 한은·은행 축이 정책 흐름을 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2단계 실험을 통해 가맹점을 확대하고 실효성을 높인다는 한국은행 시스템에 발 맞춰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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