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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S코인] “화폐인가 결제 수단인가”···금산분리 딜레마 해법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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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여성경제신문 금융포럼]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
화폐 개념·은행 정의부터 다시 정리해야
“좋은 결제 수단 ≠ 좋은 화폐”
MMF 사례처럼 코인런 가능성도 경고
모두가 혁신 금융을 외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 정작 금융 시스템의 기본 원칙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행 주체와 규제 범위를 둘러싼 논쟁 역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관계를 규정하는 금산분리 원칙, 그리고 돈·은행·예금의 정의와 직결된 문제라는 분석이다.
18일 여성경제신문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금융 인프라 지각변동’을 주제로 개최한 금융 포럼에서 차현진 호서대학교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정책 논의가 속도 경쟁에 매몰되기보다 금융 질서의 기본 개념부터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현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기술적 문제가 아닌 금융 개념의 ‘혁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재 논의되는 발행 주체 논쟁 역시 금산분리와 직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돈·은행·예금 등 금융 시스템의 기본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따라 규제 체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지급결제 실무를 두루 경험한 금융·통화 분야 전문가다. 한국은행에서 37년간 근무하며 조사국과 금융시장국, 자금부 등을 거쳤고 △워싱턴사무소장 △인재개발원장 △금융결제국장 △부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 비서실과 미주개발은행(IDB)에서도 근무했으며 현재는 예금보험공사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중앙은행 및 학계의 시각을 대변해 온 그는 이날 현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기술적 완성도보다 저축·송금·결제 등 기존 금융 관행을 바꾸는 제도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행 주체 논쟁, 결국 금산분리 문제
차 교수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논쟁이 기술이나 플랫폼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본질은 금융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발행 주체 논쟁은 단순한 사업 모델 문제가 아니라 은행의 정의와 금산분리 원칙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화폐의 개념부터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전통적인 통화 이론에서 화폐의 핵심 기능은 계산 단위(Money-of-Account)이며 지급수단이나 가치저장 기능은 그 파생적 역할이다.
차 교수는 “금이나 은처럼 물질 형태의 화폐도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화폐는 채권 관계를 기록한 ‘부채의 인정’ 형태”라며 “은행 예금 역시 은행이 발행한 화폐의 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스테이블코인 논쟁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누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그것이 화폐가 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좋은 결제 수단(Good Payment)이 반드시 좋은 화폐(Good Money)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업인가 아닌가···규제 구조의 핵심
차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쟁이 결국 은행업 정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각국 법제에서 은행의 핵심 기능은 ‘예금 수취(deposit-taking)‘다. 예금을 받아 지급 수단을 발행하는 기관이라면 사실상 화폐를 발행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예금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면 발행업자는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이어진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결제 서비스로 본다면 굳이 은행 규제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 차 교수는 “결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은행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가 규제 체계를 결정하는 핵심 쟁점”이라며 “기술이 바뀌었다고 해서 법과 제도의 논리까지 흔들리면 금융 시스템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韓 통화 주권보다 ‘외환 관리’ 문제 커
차 교수는 해외 규제를 그대로 도입하는 방식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논의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MiCA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자금 결제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차 교수는 “이들 제도 역시 완결된 모델이라 보기 어렵다”라며 “한국은 금융 구조와 외환 제도가 다른 만큼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통화 주권 논쟁보다 외환 관리 문제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 경우 해외 거래소나 디지털 지갑을 통한 자본 이동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라며 “기존 외환 관리 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차 교수의 의견은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강 교수는 외환 관리를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풀려 국내에 들어와도 은행에서 이를 외환 보유로 확인할 수 없다. 튼튼한 외환 보유와 중앙은행이라는 두 축이 무너지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통화정책과 무관한 민간 화폐 발행으로 통화정책이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차 교수는 한국은 금융 구조와 외환 제도가 다른 만큼 통화정책과의 충돌보다는 외환 관리 체계의 무력화를 신경 써야 한다는 태도다.
과거 금융사 보면 답 보인다 MMF처럼 코인런 가능성도
차 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금융 안정 문제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단기 금융상품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 만큼 MMF(Money Market Fund)와 같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Reserve Primary Fund’ 사건이다. 리먼브라더스 채권에 투자했던 MMF가 손실을 보면서 펀드 기준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브레이크 더 벅(Break the Buck)’ 현상이 발생했고 대규모 환매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했다.
차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 시스템의 역사적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혁신은 항상 새로운 기술에서 시작되지만 제도 설계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라며 “과거 금융 제도의 경험을 충분히 검토한 뒤 규제와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산분리= 금융자본(은행 등)과 산업자본(대기업)이 서로를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제 원칙이다.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제도다.
☞MMF(Money Market Fund)= 국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되지만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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