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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망 뚫는다” 핀테크 투트랙 공세…특허로 막아선 카드사 [이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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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본업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전장으로 삼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이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해 국내외 결제망을 직접 대체하려 하자 기존 카드사들은 역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자사 결제망에 편입시키는 형태의 하이브리드 특허를 잇달아 출원하며 방어선을 구축 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지난 1월 하이브리드 결제 기술 특허를 출원해 현재 심사를 받고 있다. 별도의 카드 발급 없이 기존 신용카드에 블록체인 전자지갑 주소를 연동해 결제 시 전자지갑 내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차감하고 잔액이 부족하면 신용카드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다.

BC카드는 한발 앞선 지난해 9월 거래소별 시세 차이를 반영해 차감할 코인 개수를 실시간으로 확정하는 결제 처리 핵심 기술 특허를 업계 최초로 출원했다. 당시 최원석 BC카드 사장이 출원에 직접 참여할 만큼 공을 들인 사안이다. 이달 말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 취임할 김영우 신임 사장 내정자 체제에서도 디지털 결제망 주도권 확보는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 기준 BC카드의 등록 특허는 이날 기준 129건으로 카드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들 특허의 공통점은 기존 카드 결제 인프라의 활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카드사들의 이번 특허 출원이 결국 VAN(부가통신업자)·PG(전자지급결제대행) 등 기존 결제 수수료 과금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카드사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수수료 기득권 방어와는 무관하다고 강하게 선을 긋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해당 기술은 결제 수단에 디지털 자산을 추가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것일 뿐 가맹점 수수료 문제와는 결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실제 KB국민카드는 특허 출원 당시 “가맹점의 추가 인프라 구축이나 소비자의 별도 카드 발급 없이 기존 시스템 안에서 안전하게 디지털 자산을 결제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허를 넘어 플랫폼 자체에 코인을 가두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자사 결제 플랫폼인 ‘우리WON카드앱’ 내에 신용·체크카드 외에 스테이블코인 결제 수단을 직접 추가하는 하이브리드 결제 환경 구축에 돌입했다. 하나카드 역시 이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USDC) 파트너사들과 전격 제휴를 맺고 외국인이 국내 가맹점에서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가세했다.

국내외 망 대체하는 핀테크의 ‘투 트랙’ 공세

카드사들이 특허로 장벽을 치는 사이 핀테크 업계는 기존 카드망을 완전히 벗어난 독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공세는 국내 오프라인 결제와 국경 간 송금이라는 두 갈래로 나뉜다.

코나아이가 국내 결제망 우회를 노리는 대표적 사례다. 코나아이는 지난해 7월 기존 카드 단말기와 호환되면서도 자체 블록체인망을 이용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연회를 열고 중개 기관 없는 실물 결제 시스템을 검증했다.

해외 결제 및 송금 수수료 시장은 헥토그룹이 위협하고 있다. 헥토그룹은 불과 반년 만에 헥슬란트(지갑)를 인수, 헥토월렛원으로 사명을 변경한 데 이어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 발행사 서클(Circle)의 결제 네트워크 합류(2월), 금융당국 ‘소액해외송금업’ 라이선스 획득(3월)까지 연달아 마치며 해외 정산 시장을 직접 노리는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카드업계의 가장 큰 공포는 빅테크의 참전이다. 국내 간편결제 1위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과 가상자산 1위 거래소 업비트(두나무)가 오는 6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하고 연합 생태계를 구축하면 기존 카드 결제망은 근본적인 존립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핀테크 vs 카드사 사활 걸었지만…”누가 주도할지조차 시계제로”

결제 패러다임 붕괴 위기감에 카드업계는 연합 전선을 폈다. 지난해 8월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CARD KRW’ 등 상표권 공동 출원에 나선 8개 카드사는 최근 2차 TF를 통해 결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업계 공동 개념증명(PoC) 기술 검증에 돌입한 상태다.

다만 이 같은 특허 경쟁과 인프라 선점 싸움이 단기간 내 실제 상용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핀테크와 카드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망을 깔고 있지만 정작 그 위에서 뛸 수 있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단 법이 먼저 정립돼야 하지만 현재 중동 정세 불안 등 거시적 이슈에 밀려 스테이블코인 법안 자체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유통 주도권을 은행이 쥘지, 카드사나 PG사가 할지도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한국은행 차기 총재가 정무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무조건 기존처럼 ‘은행 중심’만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당국의 규제 방향성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업권 간의 맹점 없는 ‘눈치게임’과 특허 방어전만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인택

intaekd@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