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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스테이블코인, 은행 결제 인프라 효율 높일 수 있는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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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가상자산(디지털자산)을 넘어 금융 결제 구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고, 은행권 입장에서는 기존 결제망 사이에 스테이블코인을 끼우는 ‘샌드위치 모델’ 검토가 핵심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류창보 오픈블록체인협회장은 12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빌딩에서 열린 ‘2026 블록체인 밋업 컨퍼런스(BCMC)‘에서 ‘은행원 관점에서 본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금융 구조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류 협회장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실제 결제·정산 인프라로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성을 직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다”며 “글로벌에서는 이미 규제 설계 단계에서 실제 제도 운영 단계로 전환되는 흐름에 이어 제도화 이후 실제 시장에서 활용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시각도 함께 제시됐다. 류 협회장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를 인용해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거래 규모는 크지만 내부 거래 등 의미가 제한적인 거래를 제외하면 실제 실물경제에서 사용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 인프라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협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과대평가될 가능성도 있지만 실물 경제에서의 활용은 점차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바라보는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거래소 기반 송금보다는 금융 인프라 안에서 동작하는 구조”라며 “기존 결제 시스템 사이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샌드위치 모델’ 형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류 협회장 발표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오픈블록체인협회 류창보입니다.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서 발표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은행원 관점에서 본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금융 구조의 변화’라는 주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제가 준비하면서도 느꼈듯, 이 주제는 다소 거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성에 초점을 맞춰, 현재 국내 상황과 해외 사례, 그리고 협회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현재 국내 상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성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먼저 설명드리고, 이후 국내에서 어떤 준비와 고민이 필요한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첫 번째 메시지는 글로벌 흐름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가 단순히 규제를 설계하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제도를 운영하고 적용하는 단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개념 검토나 실험의 대상만이 아니라, 실제 금융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논의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해서도 안 됩니다. 발표에서 인용한 올해 2월 BCG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거래 규모는 매우 크지만, 의미가 제한적인 내부 거래 등을 제외하면 실제 실물경제에서 쓰이는 비중은 1% 미만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보고서가 보여주듯 실물경제에서의 활용은 점차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반 소비자 결제보다도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기업 간 거래, 즉 B2B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글로벌 주요 금융회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더 이상 단순한 실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결제와 정산의 인프라로 인식하고, 이를 시스템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부 프로젝트 하나하나보다도, 금융회사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은행의 시각에서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외부로 송금하는 수단이라기보다 기존 금융 인프라 안에서 작동하는 자산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은행은 기존 결제·정산 구조를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보다는, 현재의 금융 인프라 사이에 스테이블코인을 끼워 넣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발표에서는 이런 구조를 해외에서 이른바 ‘샌드위치 모델’이라고 부른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활용 지점이 프리펀딩(prefunding)입니다. 은행들은 해외 송금이나 소액송금을 처리할 때, 해당 국가에 미리 자금을 예치해두는 구조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미리 묶어두는 자금이 적지 않고, 명절 연휴처럼 정산이 지연될 수 있는 기간에는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쌓아둘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결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유 자금을 더 많이 묶어두게 됩니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필요한 순간에 즉시 정산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 이런 프리펀딩 부담을 줄이고 자금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금융자산의 디지털화입니다. 최근에는 펀드, 주식, 채권 같은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유통하려는 시도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자산이 디지털 형태로 거래되기 시작하면, 그 거래를 결제할 수단 역시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결국 디지털화된 자산 거래가 확대될수록 스테이블코인이나 예금토큰 같은 결제 수단의 필요성도 함께 커지게 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아직 모든 프로젝트가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방향성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 증권거래 관련 기관과 프랑스 은행 계열사가 협력해 유로 스테이블코인을 증권 인프라에 접목하는 시도가 소개됐습니다. 이는 향후 증권거래와 정산 구조 안에 스테이블코인이 들어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국내에서도 한국거래소나 장외시장 인프라 관계자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내부 자금운용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전자화폐기관과 컨설팅 기업이 함께 기업 시스템 안에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이 본사와 지사 간 자금을 정산하거나, 기업 자금운용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려는 구상입니다. 즉,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새가 단순 송금을 넘어 기업 재무 운영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지급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는데, 특히 은행 계좌 개설이 쉽지 않은 국가에서는 이런 방식이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급결제 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변화가 더디게 보일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결제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논의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기술 표준과 인프라가 선택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자산이 제도화되고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실제 발행과 유통 단계에 들어갔을 때 어떤 기술을 채택하고 어떤 인프라를 기준으로 삼을지가 산업 질서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협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도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화가 진행된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담을 수 있는 솔루션이 무엇인지, 어떤 기술이 실제 금융권에 채택될 수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장이 열릴수록 기술 자체보다도 그것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기반 장치, 즉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