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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이정수 교수 “금가분리 원칙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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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5일 ‘디지털자산 법인시장 개방과 신뢰 인프라 구축 과제 학술 컨퍼런스’에서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가분리란 2017년 은행이나 증권사 등 전통금융사들이 가상자산(디지털자산)시장 진입을 막는 정책 방향을 뜻한다.
이 교수는 “이제 금가분리 원칙이 바뀌고 있고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논의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자체가 전통금융 시장의 신뢰 프로세스를 디지털자산 시장에 옮기려는 것으로 금가분리 원칙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이 교수 발제 전문이다.
가상자산(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의 의미를 두 가지 측면에서 말씀을 드릴 예정입니다.
먼저 법인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입을 해서 직접 투자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둘째,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금융의 중개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습니다. 이게 결과적으로 신뢰 인프라의 구축 과제일 텐데 이 부분들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자산 시장 현황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지만 법인의 시장 진입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면 두 가지를 짚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법인이 없다 보니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라는 점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이틀간 하락장을 겪다가 오늘 상승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시장이 개인 투자자 중심인 구조가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자산 시장은 제도적으로 아예 법인 투자를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변동성이 그로 인해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가분리라고 하는 것은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기존 전통 금융시장의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입하는 걸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신뢰가 이미 구축된 증권회사나 은행을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이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이 법인에게 개방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먼저 법인이 투자자가 허용됨으로써 특히 기관 투자자라고 하는 주체가 등장해 시장의 양적 확장, 즉 마켓 뎁스가 깊어지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고요.
둘째, 전통금융과 연결돼 기존 금융시장에서 신뢰도가 있는 증권회사나 금융기관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들어와 신뢰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법인이 디지털자산에 투자하는 측면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사실 법인의 투자가 사실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건 아니고, 법인이 보통 디지털자산 투자와 거래를 하려면 거래소를 통해야 하는데 거래소에 계좌를 갖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법에서 법인은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기보다는 금지하는 쪽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도 과거 디지털자산으로 기부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기부금을 받았는데 법인이 그것을 팔 수가 없으니 들고 있다가 최근에 가치가 엄청나게 하락해서 손실을 많이 본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BTC(비트코인) 관련 압수물도 검찰 등이 빨리 환가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는 상황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로드맵을 짜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3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1단계에서는 현금화 목적 거래를 허용합니다. 현금화 목적이란 매수하는 것은 안 되고 매도하는 것은 허용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학교 법인이나 검찰 같은 경우에 계좌를 열어서 매도하는 방향의 거래는 일단 허용하는 것으로 이것은 환가 거래이지 투자하는 거래는 아닐 것입니다.
2단계는 투자하는 거래, 즉 사고 파는 거래를 허용하되 모든 법인이 아니라 상당히 좁은 범위의 법인에게 열어주는 것입니다. 소위 내부 통제 절차나 자금세탁방지(AML) 같은 부분에서 문제가 없는 회사를 중심으로 일단 허용하는 것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3단계로 나아가 거의 모든 법인에 대해 투자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수탁 같은 부분들이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관심 있는 부분은 금가분리 원칙의 완화와 글로벌 트렌드에 관한 것입니다. 금가분리 원칙은 법에 있는 원칙은 아니고 2017년 12월 정부가 디지털자산 시장이 혼란스럽고 위험하다는 판단하고 내린 것입니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판단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기존 금융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깊이 몸을 담게 되어 생기는 문제가 전통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이나 증권사는 발을 들이지 말라는 원칙을 세워 지금까지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 부분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논의가 대표적입니다. 그 자체가 향후 전통금융 시장의 신뢰 프로세스를 디지털자산 시장에 옮기려는 기본적인 입장이고 금가분리 원칙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외국 어느 나라도 법인 투자를 막는 나라는 없습니다. 개인이 가능하면 법인도 당연히 가능하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해서도 대부분 국가가 현재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도 허용을 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도 향후 허용하는 쪽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습니다.
주목해서 봐야 하는 것은 유럽연합(EU) 같은 경우입니다. 기존 증권 시장에서 중개매매업자 라이선스가 있다면 별도로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라이선스가 없더라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가 바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별도로 라이선스를 따야 합니다. 또 기존 전통금융 시장의 증권회사 같은 곳에서 신청하는 것도 막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조금 더 완화된 입장으로 가는 것이 금가분리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 측면에서는 미카(Markets in Crypto-Assets, MiCA) 같은 제도는 훨씬 더 나아가 있는 입장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2017년 당시 강력하게 쳤던 전통금융 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 사이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완벽히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있기 때문에 관리적 융합, 즉 정부가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융합하는 쪽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는 시장 성장이나 가격 안정이 아닌 시장에 대한 신뢰와 투자자 보호를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규제하거나 입법할 때 시장 성장을 위해 투자를 하라는 시그널을 줄까 봐 걱정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입법 이후 시장이 폭락했을 때 정치적, 행정적 부담을 느끼는 현실도 있었습니다.
정책의 목표가 가격 유지나 성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산업계에서도 원하는 것은 인위적인 성장이 아니라 투자하거나 사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예측 가능한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 선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되는 것이고 투자의 최종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시장 왜곡에 대한 방어벽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어야 합니다. 그 측면에서는 충분히 입법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디지털자산은 기존 금융 시장에 비해 급격하게 발전하고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무빙 타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정을 세세하게 만들기보다 원칙 중심 규제를 상당 부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트코인 현물 ETF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출시를 못 하는 법적 이유는 두 가지가 꼽히는데 하나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할 수 있느냐는 자본 시장 해석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펀드 구조상 수탁업자의 수탁 대상물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법적 문제입니다.
법적인 개정을 통해 이 두 가지 허들을 넘어서게 되면 비트코인 현물 ETF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고 현재 가능한 쪽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조만간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하고 있고 스테이블 코인 관련 내용도 곧 해결이 되리라고 봅니다. 이 외에도 법인이 참여하게 되면 회계나 세무 관련 대응 준비가 필요합니다.
법인은 즉시 법인세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