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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련호의 크립토 줌인] 규제 넘어 ‘신뢰 인프라’로⋯ FIU가 그리는 디지털금융의 새로운 방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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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미디어=강련호 변호사]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자금세탁 및 초국가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을 전면적으로 강화하는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수행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마약·도박·테러자금 등 중대 민생침해범죄가 고도화·국제화되는 현실에서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체계로 도약하겠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번 대책은 △중대 민생침해범죄 의심계좌 정지제도 도입 △디지털자산 트래블룰 확대 △스테이블코인 AML 체계 정비 △FIU 분석역량 강화 △특정비금융사업자에 대한 AML 의무 도입 검토 등으로 구성된다. 본 글에서는 이 중 디지털자산 분야를 중심으로 업무수행계획의 주요 내용을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중대 민생침해범죄 의심계좌 정지제도’ 도입의 의미
현행 법제 아래에서는 보이스피싱을 제외하면 범죄수익이 의심되는 계좌라도 법원의 몰수·추징보전명령 등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행정단계에서 즉시 지급정지를 하기 어렵다. 이는 신속한 자금 차단이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 왔다. 테러 관련자의 경우에는 테러자금금지법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금융거래등제한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고, 보이스피싱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의심계좌를 지급정지할 수 있다.
또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금세탁 관련 일반 범죄의 경우에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상 수사기관과 법원의 보전명령 절차를 거쳐야 지급정지자 가능한 한계가 있다.
이번 업무계획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해 마약·도박·테러자금조달 등 ‘중대 민생침해범죄’에 대해 FIU가 의심계좌 거래정지를 결정하고 금융회사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디지털잣ㄴ과 연계된 범죄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디지털자산 범죄는 온·오프램프(거래소–금융회사 계좌)를 통해 현금화되는 구조를 가진다. FIU가 의심거래보고(STR) 정보를 기반으로 신속히 계좌를 동결할 수 있다면 범죄수익의 추가 이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다만, 행정기관 단계에서의 지급정지는 고객의 재산권 제한이라는 헌법적 쟁점을 수반하므로, 요건의 명확성·불복절차·기간 제한 등 정교한 제도 설계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트래블룰 전면 확대: 100만원 기준의 폐지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간 100만원 이상 이전 시 송신거래소가 수신거래소에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이른바 ‘트래블룰’이 시행 중이다. 향후 트래블룰을 확대해 국내 거래소 간 적용 대상을 100만원 미만 거래까지 확대해 사실상 모든 거래에 적용하고, 송신거래소뿐 아니라 수신거래소에도 정보를 확보할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거래소가 개인지갑 혹은 해외거래소와 거래할 때에는 송·수신인이 동일한 경우 등 저위험 거래만 허용하는 등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이 조치는 디지털자산이 ‘소액 분산 이전’ 방식으로 자금세탁에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특히 최근 믹서, 브리지, 개인지갑을 경유한 체이닝(chain hopping) 기법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거래소 단계의 정보확보는 AML 체계의 핵심 축이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거래소 간 시스템 연계 비용 △해외 VASP와의 정보 교환 한계 △개인지갑 식별의 기술적 문제 등이 과제로 남는다. 영세 사업자의 부담을 고려한 단계적 시행과 표준화된 메시지 프로토콜 마련이 과제로 요구된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대비 AML 체계 구축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 기능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금세탁 위험 또한 구조적으로 내재한다.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에게 특정금융정보법상 ‘금융회사등’에 준하는 AML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FATF도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에 대해서도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이와 관련된 쟁점은 다음과 같다. 발행·상환 구조에 따른 위험 차별화가 필요하고,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역외 규율 문제, 개인지갑과의 직접 이전 시 위험기반접근(RBA) 적용 등이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될 경우, 은행·전자금융업자·가상자산사업자 간 기능 및 규제내용이 중첩될 가능성이 있어, AML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업무계획 발표는 디지털자산을 전통 금융과 동일한 규율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방향성은 명확하다.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주변부 금융이 아니고, 지급·투자·국제송금 기능을 수행하는 새로운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자금세탁방지 체계의 고도화는 규제가 아닌 ‘신뢰 인프라 구축’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에 가상자산사업자 역시 자금세탁방지 내규 및 시스템을 강화된 규제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시한 제도개선 내용이 입법과 시행을 거쳐 실효성 있게 작동한다면, 한국은 디지털 자산과 AML 체계의 정합성을 동시에 확보한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고려대학교 행정학과·경제학과 졸업(2011)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2014)
·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졸업(2020)
· TSMP Law corporation(싱가포르) 파견(2022-2023)
· 자금세탁방지전문가 (CAMS)(2022)
· TPAC 시험 출제 및 검토위원(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