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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탑 무너질 판”… 주체·지분에 매몰된 K-기본법, 美 ‘혁신’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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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이 국회 문턱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법안의 핵심 쟁점을 둘러싼 논쟁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쟁점 설정 자체가 산업 현실과 글로벌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의 중심은 크게 두 가지다.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것인가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가다. 반면 미국의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러티 법안(CLARITY Act)’은 발행 주체보다는 관할 정리와 규제 체계 명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양국의 접근 방식은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평가다.

한국 “누가 발행하나” “대주주 지분 몇 %인가”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은 거래소·수탁업 인가제, 예치금 분리 보관, 백서 공시 의무, 불공정거래 처벌 근거 등을 큰 틀로 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발행 인가제와 100% 준비자산 확보 원칙을 두는 방향이 거론된다.

다만 자본 요건, 내부통제 기준, 대주주 지분 제한, 준비자산 관리 방식 등 핵심 세부 사항은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추후 설계 방향에 따라 규제 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이유로 은행이 과반 지분(50%+1주)을 보유한 컨소시엄만 발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 23일 업무보고에서도 한은은 이 같은 기조를 재확인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을 도모하면서도 화폐대용재적 성격, 통화·외환정책 및 금융안정 등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도입 시 리스크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발행 구조와 관련해 은행의 역할을 일정 부분 포함하는 안정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로서 통화 기능을 일부 대체할 경우 통화주권과 외환관리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다.

거래소 지배구조 역시 또 다른 갈등 축이다. 금융당국은 거래소를 ‘금융시장 인프라’에 준하는 기관으로 보고 최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업계는 이에 대해 경영권 불안정, 투자 위축, 인수·합병(M&A) 제약 등 부작용을 우려한다. 허나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표들과 비공개 면담을 통해 해당 조항을 다시 한 번 명시했다.

한 대형 디지털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발로 뛰어 쌓아올렸던 것들이 다 물거품 된 느낌”이라며 “업계 자체가 침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누가 규제하나”에 초점

반면 미국의 클래러티 법안은 접근 방식이 다소 다르다. 법안의 핵심은 디지털자산이 증권(SEC 관할)인지, 디지털 상품·현물상품(CFTC 관할)인지 경계를 명확히 해 집행 중심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도 이자 지급 여부, 등록 요건, 관할 배분 등이 쟁점이지만, 발행 주체를 특정 유형으로 제한하는 구조는 법안의 중심이 아니다. ‘누가 발행하느냐’보다 ‘어떤 규율 체계 안에서 운영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통 금융권의 우려 속에서도 일부 디지털자산 사업자에게 연방 차원의 은행 인가가 부여됐다. 대표적으로 가상자산 수탁 기업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은 2021년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국립 신탁은행(National Trust Bank) 인가를 획득했다. 이후 서클(Circle), 팍소스(Paxos), 비트고(BitGo), 리플(Ripple) 등 주요 디지털자산 기업들도 OCC로부터 조건부 국가 신탁은행 인가를 승인받으며 연방 감독 체계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진입 자체를 막기보다, 은행 수준의 자본금·내부통제·준법 체계를 갖추었는지를 중심으로 규율하겠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발행 주체와 지배구조 통제에 방점이 찍혀 있는 반면, 미국은 관할과 등록 체계를 정비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며 “규제 설계의 출발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는 민주당 디지털자산TF 비공개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해당 회의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발의 방식과 쟁점 조율 방향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