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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사태 후폭풍…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 중심론’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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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의 62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네이버페이의 장시간 결제 장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급격히 ‘은행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융 안정성과 내부통제 역량을 이유로 은행권 주도의 원화 코인 발행 필요성을 거듭 제기하면서 관련 입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2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에도 빗썸 사태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은행권 중심의 발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거래소 내부 통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상자산 생태계 전반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은행 컨소시엄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보상 지급 과정에서 지급 단위를 ‘원’ 대신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해 당첨자들에게 1인당 2000BTC를 송금하는 사고를 냈다. 그 결과 총 62조원 규모의 ‘유령 코인’이 발생했다. 단순 실수에서 비롯됐지만 이를 걸러낼 내부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은 역시 “일차적으로는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됐으나 이런 운영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 장치가 없었던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 ‘페이팔 달러(PYUSD)’ 발행사 팍소스가 기술 오류로 300조 달러 규모의 코인을 잘못 발행했다가 22분 만에 소각한 사례까지 언급하며 비은행권 발행 시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는 국내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의 결제 장애 사태로 한층 커졌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19일 정오부터 4시간 넘게 결제와 예약 기능이 중단되면서 수십만명의 이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포인트 조회, 결제 내역 확인은 물론 외부 배달 앱까지 장애가 확산됐다.
네이버페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의 합병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비은행권 중심 발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거래 속도와 수수료 부담을 고려할 때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온체인 방식이 아니라 중앙 서버에서 내부 장부로 정산하는 오프체인 방식이 상당 부분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업비트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도 이용자 간 거래는 블록체인에 즉시 기록하지 않고 내부 시스템에서 처리한다. 오프체인 방식은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만 중앙 시스템 장애에 취약하다. 업계 1위 간편결제 서비스가 장시간 결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와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은행 지분 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초기에는 은행·핀테크 등 구분 없이 요건을 갖춘 사업자에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최근 사고를 계기로 은행 중심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그러나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빗썸 사태는 전적으로 해당 거래소의 내부 통제 문제일 뿐 모든 거래소나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동일한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며 “은행 중심 발행은 혁신을 위축시키고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빗썸과 네이버페이 사태를 계기로 제도적 안전망의 필요성에는 업계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를 이유로 발행 주체를 은행권 중심으로 할 경우 또 다른 진입 장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디지털자산 기본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등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