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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원화 스테이블코인 ‘우군 확보’ 가속…은행 주도 반대 목소리도
Preserved body
‘은행 지분 51%’ 규제 가능성…발행 전 협업 움직임
IT·플랫폼 업계, 거래소 지분 규제·은행 주도 구조에 반대 목소리 확산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금융지주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우군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단독 발행보다는 은행 간 연합과 비은행 파트너십을 통해 발행·유통·수탁·운용·거래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니라 차세대 금융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보고, 발행 이전 단계부터 주도권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정부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 입법안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 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공공적 성격의 결제 인프라로 규정하고, 발행 주체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와의 충돌은 금융지주들의 연합 전략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은행법상 은행은 다른 회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단일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최소 5개 이상의 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만 규제 요건을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 짜는 은행권…컨소시엄·글로벌 미팅·제휴 잇따라
이 때문에 금융지주들은 실제 발행 시점보다 훨씬 앞선 단계에서 ‘우군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지분 참여를 넘어 기술, 결제 인프라, 고객 데이터,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공유하는 협력 구조를 사전에 설계하는 모습이다. 향후 발행사 선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이자,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해석된다.
금융지주별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단독 발행보다는 연합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BNK금융그룹, iM금융그룹, OK저축은행, JB금융지주 등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금융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다. 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를 전제로 여러 금융사와 협력 방안을 검토하며, 제도화 이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비교적 외부 접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블록체인·디지털자산 기업들과의 공개 접촉을 이어온 데 이어, 최근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글로벌 금융사인 씨티그룹 경영진과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예금토큰 등 디지털 자산 기반 주요 사업 현황 및 국경간 통화 결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 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KB국민은행 역시 플랫폼·결제 기업과의 협업을 병행하고 있다. 토스, 삼성카드 등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은행 중심 구조를 유지하되 발행 이후 활용성과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결제·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없이는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 사용처를 빠르게 넓히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과의 직접 협업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 파이어블록스와 전략 미팅을 열고 ‘택스리펀드 디지털화 기술검증(PoC)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성 방안’을 논의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 으로 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통해, 제도화 방향성에 맞추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와의 연결과 국내 금융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삼성월렛 내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 연동을 추진 중이다. 또 지분 투자 파트너인 블록체인 스타트업 비댁스와의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비댁스는 지난해 9월 한국 원화에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KRW1’을 선보인 바 있다.
IT업계 거센 반발…”혁신 막는 기득권 규제”
한편 ‘은행 지분 51%’ 룰과 디지털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를 두고 IT·플랫폼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해당 정책이 스타트업의 혁신을 억압하고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가상자산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규정해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합법적으로 취득한 지분을 사후적으로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이자 신뢰보호 원칙을 훼손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기업가정신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성과에 정부가 지배구조까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에 대해서도 강한 이견을 제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스테이블코인 대부분은 비은행 민간 기업이 주도했으며, 은행 중심의 독점 구조는 수요 기반 서비스 혁신과 시장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분 강제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 가치 하락과 소액주주 피해, 외국 자본에 대한 취약성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협회는 또 “은행이 과반 지분(50%+1주)을 보유해야만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혁신을 가로막는 기득권 보호 정책”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은 수요 확보와 혁신적 서비스 개발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대표들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정문 의원과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에 참여하는 민간 자문위원들도 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자문위원들은 의견서를 통해 “최근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율 제한’이라는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면서 입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이 충분한 검토 없이 입법에 반영되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완성도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안팎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자문위원들도 이런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지분율 제한을 추진하는 금융위의 문제의식은 ‘가상자산거래소의 책임성·공공성 강화’와 ‘특정 주주에게 집중된 지배력으로 인한 이해상충 문제 해소’로 요약되는데, 지분율 제한이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는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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